▣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1980, 90년대 대학가의 정서적 주류는 민족주의였습니다. 그것은 여하한 외세의 종속에서 헤어나려는 자주성을 표방했는데, 요컨대 풍물, 탈춤 등 이른바 ‘우리 것’을 찾으려는 노력으로도 이어졌지요. 당시 목격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진풍경은 개량한복의 일시적 유행입니다. 우리 것도 좋지만 근대화가 진행된 서구적인 사회에서 거동에 제약이 되는 전통 의복을 고집할 수 없었던 사정이 반영된 민족주의적 발명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취지는 좋았지만 당시에 출시된 고만고만한 디자인하며, 발목 좁은 바지에 단화 차림이 꼭 어울리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독재정권도 물러나자 민족주의와 우리 것 타령은 철 지난 것이 되었고, 활동이 편한 개량한복은 오히려 전통 한식집 종사자들의 유니폼으로 둔갑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가수 보아가 개량한복을 입고 신보 재킷 촬영에 임해서 화제입니다. ‘한국적인 여인’ 이미지를 위해서라나요. 민족주의적 의복은 급기야 자본주의적 스타의 의상 코디를 담당합니다.

(사진/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