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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컬쳐타임] <통일은 프로파간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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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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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60년 기념 전시회 ‘베를린에서 DMZ까지’ 깊이 들여다보기

올해로 남한과 북한은 동시에 광복 60주년을 맞이했다. 광복 60주년에 맞춰 여러 행사들이 준비됐고, 이 일환으로 무너진 베를린 장벽의 파편들이 서울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 파편들이 동독과 서독의 통일만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 베를린 장벽의 파편들은 예술가들에 의해 미술작품으로 재탄생됐고, 다시 생겨난 베를린 장벽 조각들은 평화와 전쟁 그리고 상처에 대한 깊은 사유의 흔적과 예술적 구조를 갖춘 것들이 되었다. 베를린 장벽의 무너짐은 한반도의 휴전 상태를 더욱 부각시켰으며, 그 정도에 비례해 통일에 대한 열망도 더 커져갔다.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분단국가’라는 말에서 풍기는 감상적 뉘앙스를 걷어내고 나면 우리의 분단 상태와 그 고착의 성격이, 그리고 통일에 대한 태도가 좀더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을까.

‘광복60년 기념 평화와 통일 염원전: 베를린에서 DMZ까지’전은 베를린 장벽을 오브제로 한 작품들과 서로에 대한 적대적 정서 생산을 목적으로 비무장지대(DMZ)에 설치됐던 대북 심리전 장비들을 오브제로 한 작품들이 전시의 주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한국 작가들이 제작한 베를린 장벽 작품들이 새로이 추가돼 현재적 성격을 더했다.

작품과 전시로 표현된 통일에 대한 기대와 염원이라 할 수 있는 이 전시는 다소 경직된 제목을 단 다섯개의 작은 전시들로 구성됐다. 하지만 여기에 출품된 작품들 속으로 깊이 들어가보면 섹션별 전시 제목에서 새어나오는 통일에 대한 프로파간다적 태도를 넘어서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것은 그만큼 분단된 현실에 대한 다양한 사유들이 존재하고 이를 극복할 여러 가지 길이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전시를 통해 이러한 작품들을 만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8월12일까지, 서울 올림픽미술관, 02-410-1066.


오현미/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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