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디카의 시장 점유로 사진관의 존재감마저 잊히는 요즘. 여전히 사진관의 의뢰를 구하는 기념행사가 있으니 가족사진 촬영입니다. 망설임 없이 ‘찍었다 지웠다’를 반복할 수 있는 디카와는 달리, 단 한장의 신중한 기록을 위해 가족은 육중한 기계 앞에서 정해진 절차와 정형화된 격식을 요구받습니다. 가족사진은 보수주의입니다. 정장 차림으로 카메라를 알현하는 가족. 부모는 왕과 왕비마냥 의자에 푹 눌러앉았고, 자녀들은 양옆에서 대칭을 이루며 서 있어야 정상입니다. 서열의 시각화가 완성되는 순간이지요. 아들은 모친의 어깨 위로 한 손을, 딸은 부친에게 다정한 팔짱을 끼기도 하죠. 구성원간 결속과 친분이 연출되는 순간입니다. 물론 사진사의 요구로 구성원 모두 하나같이 스마일하는 건 기본이죠. 거실 벽면을 차지하는 이 거대하고 비현실적인 성화(聖畵)는 이들이 현실 속에서 지향하는 ‘가족 판타지’의 재현이기보다, 사회가 요구해온 인습적 가족상을 인화지 속에 가둬두려는 타협책 같습니다. 좀 쌀쌀맞은 해석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