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어느 날 뜨거운 녹차를 마시다가 문득 하고 싶어졌다. 난 어릴 적 구순기 때 문제가 있었는지 입으로 하는 걸 유독 즐기는 편이다. 먹는 거 마시는 거 씹는 거 빠는 거…. 녹차를 마저 마시고 싶었기에 마시면서 했다. 놀라운 발견을 했다. 상대가 거의 자지러졌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오럴과 삽입(흡입)은 느낌이 아주 다른데, 오럴이 자극적이라면 삽입(흡입)은 따뜻하다. 보통 몸속이 입속보다 더 따뜻하기 때문이다. 한데 몸속보다 뜨거운 녹차 기운이 담긴 입으로 ‘해주면’ 이루 말할 수 없는 경지를 맛본다는 얘기였다. 덕업상권의 정신을 되살려 이 경험을 팀 사람들에게 말했다. 다양한 반응이 돌아왔다. “와 신기하다”(해맑은 표정의 남아무개), “어머 어머”(입을 가리며 얼굴 붉히는 김아무개), “홍차도 되지?”(결의가 묻어나는 길아무개). 물론 홍차도 커피도 나쁘지 않겠지만 기왕이면 웰빙 메뉴인 녹차가 더 좋지 않을까.
‘맨소래담 바르고 자위하면 홧홧해서 좋다더라’는 유의 위험천만한 정보들이 넘쳐나는 마당이라 안전한 ‘생활의 발견’ 한 가지를 전했다. 물론 모두에게 맞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나는 뜨거운 것보다 차가운 것을 밝히는 편이다. 상대의 차가운 입술과 혀가 닿으면 좋다. 다음번엔 그가 얼음물을 마시면서 하기로 했다. 당신의 오럴 취향은 어떤가? 이 질문에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여차저차 얘기하는 사람이라면, 원만하고도 풍부한 성생활을 하는 이일 가능성이 높다. 섹스도 그렇지만 특히 오럴은 노력 없이는 쌍방이 만족하기 어렵다. 오럴에 대해 무지하기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다. 이 칼럼의 개시 기념으로 글을 썼던 유외숙 청담마리 성건강센터 상담실장은 “아내에게 ‘그 지저분한 짓’을 어떻게 해달라고 하느냐며 성매수를 하는 ‘딱한 남성’을 상담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도착적이거나 일방적이거나 강요에 따라 관철되는 이미지에 사로잡힌 탓이라고 유 실장은 덧붙였다. 그렇다면 교양 있고 상식 있는 성인이 오럴을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체로 경험 부족과 닿아 있다. 우선 ‘받는’ 사람이 긴장해 제풀에 거부하기도 한다. 냄새가 나면 어떨까, 못생기지 않았을까, 너무 밝히는 걸로 보이지 않을까… 이유도 가지가지다. 거꾸로 ‘주는’ 쪽에서 환상을 갖고 있기도 하다. 꽃향기가 날 거라고 여기다 실망하거나, 대충 침을 잔뜩 발라놓거나, 다짜고짜 혀를 밀어넣거나 힘차게 빨면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이다. 오럴은 오럴일 뿐이지 삽입(흡입)의 대체가 아니다. 오럴은 우리 몸의 가장 섬세하고 예민한 곳에 입맞춤을 하는 것이다. 남녀가 위아래 엇갈려 마주하는 69체위로 한다 해도 동시에 하기는 힘들다. 한번에 한쪽이 해야 집중력도 높다. 따라서 꾸준한 배려와 인내가 필요하다. 무작정 본론부터 들어가는 ‘메마른 섹스’와는 질과 급이 다르다. 섹스에 지루함을 느껴 짜증을 내거나 딴마음을 품는 사람이라면 그 전에 스스로 ‘일신우일신’ 했는지를 먼저 되돌아볼 일이다. 오럴은 가는 만큼 오는 공평한 섹스이다. 쩝.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맨소래담 바르고 자위하면 홧홧해서 좋다더라’는 유의 위험천만한 정보들이 넘쳐나는 마당이라 안전한 ‘생활의 발견’ 한 가지를 전했다. 물론 모두에게 맞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나는 뜨거운 것보다 차가운 것을 밝히는 편이다. 상대의 차가운 입술과 혀가 닿으면 좋다. 다음번엔 그가 얼음물을 마시면서 하기로 했다. 당신의 오럴 취향은 어떤가? 이 질문에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여차저차 얘기하는 사람이라면, 원만하고도 풍부한 성생활을 하는 이일 가능성이 높다. 섹스도 그렇지만 특히 오럴은 노력 없이는 쌍방이 만족하기 어렵다. 오럴에 대해 무지하기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다. 이 칼럼의 개시 기념으로 글을 썼던 유외숙 청담마리 성건강센터 상담실장은 “아내에게 ‘그 지저분한 짓’을 어떻게 해달라고 하느냐며 성매수를 하는 ‘딱한 남성’을 상담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도착적이거나 일방적이거나 강요에 따라 관철되는 이미지에 사로잡힌 탓이라고 유 실장은 덧붙였다. 그렇다면 교양 있고 상식 있는 성인이 오럴을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체로 경험 부족과 닿아 있다. 우선 ‘받는’ 사람이 긴장해 제풀에 거부하기도 한다. 냄새가 나면 어떨까, 못생기지 않았을까, 너무 밝히는 걸로 보이지 않을까… 이유도 가지가지다. 거꾸로 ‘주는’ 쪽에서 환상을 갖고 있기도 하다. 꽃향기가 날 거라고 여기다 실망하거나, 대충 침을 잔뜩 발라놓거나, 다짜고짜 혀를 밀어넣거나 힘차게 빨면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이다. 오럴은 오럴일 뿐이지 삽입(흡입)의 대체가 아니다. 오럴은 우리 몸의 가장 섬세하고 예민한 곳에 입맞춤을 하는 것이다. 남녀가 위아래 엇갈려 마주하는 69체위로 한다 해도 동시에 하기는 힘들다. 한번에 한쪽이 해야 집중력도 높다. 따라서 꾸준한 배려와 인내가 필요하다. 무작정 본론부터 들어가는 ‘메마른 섹스’와는 질과 급이 다르다. 섹스에 지루함을 느껴 짜증을 내거나 딴마음을 품는 사람이라면 그 전에 스스로 ‘일신우일신’ 했는지를 먼저 되돌아볼 일이다. 오럴은 가는 만큼 오는 공평한 섹스이다. 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