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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출판] 역사 인물들의 조언을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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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9 00:00 수정 : 2008-09-1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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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역사 속에서 찾아낸 현재의 교훈 <사마천, 애덤 스미스…>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금나라에 대항해 싸운 남송의 명장 악비는 중국의 영웅일까 아닐까? 정화는 콜럼버스보다 먼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을까? 사마천은 애덤 스미스보다 먼저 자유방임론을 주창했을가? 대를 이어 영화를 누리는 명가문들은 어떤 비법을 가지고 있을까?

<사마천, 애덤 스미스의 뺨을 치다>는 세계 역사 속 숨겨진 이야기,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다른 사실들, 유명한 인물들의 성공담 등을 긴장감 있는 문체로 조근조근 들려주고 있다. 재밌게 읽어가며 세계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교양서적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이 책에서 일반적인 역사개론서와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그것은 과거의 인물들을 21세기의 지평 위에 놓는 작업이다. 다시 말하면, 역사 속 인물들에게서 21세기에 유용한 교훈을 추출해내 보여주고 있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젊은 세대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자네들이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어쩔 수 없이 고난이나 어려움과 맞닥뜨리게 될 거야. 선배나 친구의 조언도 좋지만, 깊은 밤 홀로 역사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어보시게나.”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불가능을 가능케 한 인물들의 진취적 기상이다. 윈난성 출신 색목인인 정화는 명나라의 윈난 정벌 때 잡혀 환관이 됐다. 학식과 능력을 바탕으로 그는 일곱 차례에 걸쳐 ‘서양대원정’을 떠난다. 지은이는 영국 해군 잠수함 장교 출신인 멘지스의 발표를 토대로 정화의 함대가 여섯 번째 항해에서 아메리카 대륙까지 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만약 썩은 중국의 관료들이 정화를 질투해 항해를 중지시키고 기록들을 다 불태우지 않았더라면 서양 우위의 세계 질서가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은이는 중국뿐 아니라 광개토대왕과 장보고의 정복도 사료들을 토대로 세심하게 살핀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은 권력과 정복에 있지 않다. “역사 속에서 행복은 이기심의 굴레를 벗을 때 시작되고 남과 함께 살아갈 때 열매를 맺고 있었다.” 정복지의 주민들을 말살하기로 유명한 잔인한 몽골 군대에 맞서 원나라의 재상 야율초재는 위험을 무릅쓰고 학살을 막는 데 최선을 다했다. 카이펑 백성 140만명이 학살의 운명에 놓여 있을 때 몽골의 칸에게 “땅을 얻어도 백성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호소한다. 그의 피나는 노력에 힘입어 많은 백성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경주의 최부잣집은 ‘돈 많은 명문가’라는 단순한 명성을 뛰어넘는다. “백리 안에 굶어죽는 이가 없게 하라”는 나눔과 구휼의 정신, “재산은 만석 이상을 지니지 마라”라는 절제의 정신으로 역사 속에 길이 남았다. 이들의 정신은 살아가는 것의 참된 의미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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