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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스크린 가라사대] 오늘밤부터 네놈들은 총과 동침하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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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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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부터 네놈들은 총과 동침하게 것이다! 총에 다가는 계집애들 이름을 붙여서 부르도록! 왜냐면 그 총구녕이 네놈들이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보지니까. 네놈들은 쇳덩어리와 나무로 만들어진 이 물건과 결혼한 거다! 절대로 정절을 잃지 말도록! -<풀 메탈 자켓> 중 하트만 상사의 대사-

▣ 김도훈 <씨네21> 기자

김 일병이 총을 쏘았다. 수류탄도 던졌다고 한다. 8명의 젊은이는 생기 없는 살코기가 되었다. 늙은이들은 게임에 빠져 있는 나약한 신세대의 정신상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하고, 정치가들은 GP(최전방 감시초소) 근무사병에게 가산점을 주는 걸로 스스로를 안도시키려 애쓰는 중이다. 1998년 가을, 마침내 2년2개월의 군복무를 마친 나는 쇳덩어리 살인기계와 더 이상 동침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 그놈의 차가운 몸뚱아리에 기름을 치고 구석구석 애무하며, 내 눈앞의 고참놈에게 총알을 박아주고 싶다는 충동을 더 이상은 느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아이들도 하루에도 몇번씩 나와 김 일병이 느꼈던 것과 같은 충동을 억누르고 있을 게다. 힙합과 인터넷의 자유 대신 아이들의 손에 쥐어진 쇳덩어리의 유혹. 그냥 쏴버려. 그리고 게임 리셋. 하지만 아이들의 인생을 리셋시키려는 것은 총도 인터넷 게임도 아니고, 병들간의 구타도 아니다. 그건 군대라는 거대한 총기 진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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