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맹세코 그를 상대로 불온한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는 보편적으로 섹슈얼한 긴장을 일으킬 태도나 외모의 소유자가 아닐뿐더러, 내 취향도 아니다. 서로 찝쩍댄 적도 없다. 한마디로 소와 닭 같은 관계였다. 그런 그가 내 방에서 에로틱하게 놀다 간 것은 두고두고 미스터리다. 꿈에서 말이다.
공교롭게도 그는 나 말고 다른 여자 동료와도 정을 통했는데, 아 그것도 꿈에서였다, 여자 동료와 나는 많은 토론을 했다. 내 거다 니 거다 잠깐 다투기도 했지만 중요한 건 그가 단 한번씩이나 우리 둘 모두에게 좋은 추억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궁금증은 남는다. 사건 발생 당시 우리 둘 다 파트너가 있었고, 특별히 아쉬울 때도 아니었다.
평소 꿈도 꿔보지 않은 사람이 어느 날 불쑥 진짜 꿈에 나타나 질펀하게 놀다 간다면? 음, 그는 무의식의 영역을 주름잡는 진정한 섹시가이란 말인가. 정신과 전문의들에게 물어보았다. “꿈에 대한 해석은 일반적으로 할 수 없다. 본인이 그 연유를 따라가 보면 짐작이 될 텐데, 어떤 상징이겠지”라는 답변이 가장 친절했다. 한데 왠지 국영수 중심으로 암기과목 열심히 하면 대학 간다는 말 같다. 돈 안 내고 상담 받으면 이렇게 찜찜한 법이다. 친절한 정씨 성의 전문의가 되물었다. “그래서 어땠나?” 다음날 아침 약간의 민망함은 있었지만 출근하는 그를 보고 “간밤에 고마웠다”고 인사할 뻔했다.
진정하고 연유를 짚어보자. 그의 특징과 나의 상태를 점검하면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그의 특징. 1. 내가 막 침 튀기면서 떠벌려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끝까지 얘기를 들어준다(참을성이 많다). 2. 간단하게 자문할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하면 아예 자기가 다 취재해서 ‘토스’해준다(친절하다). 3. 기사를 많이 쓴다(그래서 내가 메워야 할 지면이 꽤 준다). 4. 밥 먹을 때 가까이 앉으면 좋다(많이 먹지 않기 때문에 내가 많이 먹을 수 있다). 5. 혼자 벌어 가족을 먹여살리면서도 피곤한 티 안 낸다(특히 자식 얘기를 늘어놓지 않는데 ‘애들은 그저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어 키우면 그만’이라는 철학의 소유자다). 이번엔 그를 ‘공유’했던 나와 여자 동료의 공통점. 1. 회사에서 잘릴까봐 전전긍긍한다(내 밥 내가 벌지 않으면 당장 집에서 쫓겨나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2. 출산·육아에 대한 공포가 크다(혹시 임신이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그 공포를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 3. 게으르고 능력도 안 된다(회사일뿐 아니라 집안일에서도). 4. 아무하고 쉽게 친해지지 못한다(한마디로 성격이 나쁘다). 5. 엥겔지수가 아주 높다(먹는 걸 밝힌다). 럴수럴수 이럴 수가. 그가 상징하는 것은 자애롭고 능력 있는 모성상이다. 세상에 어머니 같은 남자에게 꼴리다니. 내 마음은 데이비드 베컴을 향하면서도 내 몸은 곰돌이 푸우에 반응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무의식과 의식의 이 도저한 불일치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불 끄고 신문지 덮고 하면 될까? 그날 이후 나는 부쩍 잠이 많아졌다.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진정하고 연유를 짚어보자. 그의 특징과 나의 상태를 점검하면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그의 특징. 1. 내가 막 침 튀기면서 떠벌려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끝까지 얘기를 들어준다(참을성이 많다). 2. 간단하게 자문할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하면 아예 자기가 다 취재해서 ‘토스’해준다(친절하다). 3. 기사를 많이 쓴다(그래서 내가 메워야 할 지면이 꽤 준다). 4. 밥 먹을 때 가까이 앉으면 좋다(많이 먹지 않기 때문에 내가 많이 먹을 수 있다). 5. 혼자 벌어 가족을 먹여살리면서도 피곤한 티 안 낸다(특히 자식 얘기를 늘어놓지 않는데 ‘애들은 그저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어 키우면 그만’이라는 철학의 소유자다). 이번엔 그를 ‘공유’했던 나와 여자 동료의 공통점. 1. 회사에서 잘릴까봐 전전긍긍한다(내 밥 내가 벌지 않으면 당장 집에서 쫓겨나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2. 출산·육아에 대한 공포가 크다(혹시 임신이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그 공포를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 3. 게으르고 능력도 안 된다(회사일뿐 아니라 집안일에서도). 4. 아무하고 쉽게 친해지지 못한다(한마디로 성격이 나쁘다). 5. 엥겔지수가 아주 높다(먹는 걸 밝힌다). 럴수럴수 이럴 수가. 그가 상징하는 것은 자애롭고 능력 있는 모성상이다. 세상에 어머니 같은 남자에게 꼴리다니. 내 마음은 데이비드 베컴을 향하면서도 내 몸은 곰돌이 푸우에 반응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무의식과 의식의 이 도저한 불일치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불 끄고 신문지 덮고 하면 될까? 그날 이후 나는 부쩍 잠이 많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