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주행 중인 차 안에 앉아, 대로변 위로 무심히 나뒹구는 옷가지를 목격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누군가의 보온과 치장을 도왔을 이 천조각들은 주인 잘못 만난 탓에 도로 한복판에서 제 기능을 상실한 채 비운의 최후를 맞아, 수거의 손길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도로 위의 옷가지들이 만드는 을씨년스런 풍경은 흡사한 모양새로 비명횡사한 무고한 영혼들을 상기시킵니다. 로드킬(roadkill)로 불리는, 부주의한 차사고로 죽어나가는 적지 않은 동물들입니다. 한순간 주인에게 버림받아 거리로 내몰린 이들은 인간의 후견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대로를 횡단하다가 육중한 바퀴 밑에서 가여운 생을 마감합니다. 도로 위에 나풀대는 옷가지나 납작하게 노면 위에 들러붙은 동물 사체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하나도 다를 게 없습니다. 이들 모두는 길 위에서 집 잃은 영혼들입니다. 하여 아스팔트 위, 천조각의 흔들림에도 우리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옳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길 위에 어린 영혼들을 더 이상 내버리지 맙시다. 제발.

(사진/ 한겨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