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 문제에 대한 한국 지식계의 담론을 살피는 <지식의 발견>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1990년대 ‘근대’라는 말이 탈근대 논쟁에서 억지로 끌려나왔듯이 ‘민족’이라는 말도 탈식민주의 논쟁에서 억지로 끌려나왔다. 그러니까 부정당하기 위해 호출된 이 비극적인 단어들은 백가쟁명 속에서 급하게 옹호되거나 서투르게 버려졌다. 온갖 서구적 개념의 잣대로 ‘재단질’하는 일도 지칠 때가 됐다.
<지식의 발견>(고명섭 지음, 그린비 펴냄)은 오랫동안 출판담당 기자로 일한 지은이가 “민족주의 문제에서 엿볼 수 있는 ‘근대성’과 ‘서구중심주의’ 그리고 그 주제들과 연관된 한국 지식계의 문제적 담론들에 대한” 서평을 모은 책이다. 특히 민족주의의 유효성에 대한 논쟁을 다룬 1부 ‘찢겨진 네이션 혹은 민족 대 국가’가 눈에 띈다.
그렇다면 ‘민족주의 문제’란 무엇인가. 지은이에 따르면 개념의 ‘발명’부터 진단과 처방까지 끊임없이 서구에 의존하고 있는 태도가 문제다. 구한말 제국주의의 침범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수입된 것이 민족이라는 관념이었다. 허약하나마 한국 현대사는 이 관념을 빌려 민중운동의 명맥을 이어왔다. 그런데 다시 민족주의를 질병이라 규정짓는 서구의 처방이 제시된다. 지은이는 이런 웃기거나 슬픈 ‘민족주의의 폐기처분’ 상황에서 명료한 답변을 제공해주는 책으로 <배반당한 한국민족주의>(서중석 지음)를 택한다. 이 책에 따르면 ‘민족’과 ‘국가’라는 개념의 혼란에서 비극이 발생한다. 서구는 마이너리티들을 억압하고 하나의 국민국가로 통합하기 위해 ‘내셔널리즘’을 ‘발명’했다. 내셔널리즘 속에서 민족들은 폭력적으로 통합돼 국가로 전유된다. 그러나 한민족은 적어도 500년 동안 하나의 공동체 단위를 이루며 살아왔다. 따라서 국가와 민족의 괴리가 발생한다. 이런 차별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셔널리즘의 병폐를 부르짖는 탈식민주의자들은 오히려 한국의 민족주의 운동을 부정하는 국가주의자들, 즉 극우를 돕는 꼴이 되고 만다. 해방 뒤 한국의 역사도 이러한 민족주의 대 국가주의의 대결이었다. 저항적 민족주의는 ‘민족주의’의 탈을 쓴 국가주의자들에게 격퇴되거나 변질된다. 친일파나 박정희 정권은 민족주의를 부르짖는 국가주의자들이었다. 지은이의 이런 관점에 대해 박노자 교수는 어용적 민족주의나 저항적 민족주의나 똑같이 도식적으로 ‘민족적 자아’와 ‘민족적 타자’를 구분하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지은이는 출판담당 기자답게 <근대의 그늘: 한국의 근대성과 민주주의>(김동춘 지음, 당대 펴냄) 서평을 통해 역사적으로 민족주의가 자유주의나 사회주의보다 강한 생명력을 보였다고 반론한다.

그렇다면 ‘민족주의 문제’란 무엇인가. 지은이에 따르면 개념의 ‘발명’부터 진단과 처방까지 끊임없이 서구에 의존하고 있는 태도가 문제다. 구한말 제국주의의 침범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수입된 것이 민족이라는 관념이었다. 허약하나마 한국 현대사는 이 관념을 빌려 민중운동의 명맥을 이어왔다. 그런데 다시 민족주의를 질병이라 규정짓는 서구의 처방이 제시된다. 지은이는 이런 웃기거나 슬픈 ‘민족주의의 폐기처분’ 상황에서 명료한 답변을 제공해주는 책으로 <배반당한 한국민족주의>(서중석 지음)를 택한다. 이 책에 따르면 ‘민족’과 ‘국가’라는 개념의 혼란에서 비극이 발생한다. 서구는 마이너리티들을 억압하고 하나의 국민국가로 통합하기 위해 ‘내셔널리즘’을 ‘발명’했다. 내셔널리즘 속에서 민족들은 폭력적으로 통합돼 국가로 전유된다. 그러나 한민족은 적어도 500년 동안 하나의 공동체 단위를 이루며 살아왔다. 따라서 국가와 민족의 괴리가 발생한다. 이런 차별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셔널리즘의 병폐를 부르짖는 탈식민주의자들은 오히려 한국의 민족주의 운동을 부정하는 국가주의자들, 즉 극우를 돕는 꼴이 되고 만다. 해방 뒤 한국의 역사도 이러한 민족주의 대 국가주의의 대결이었다. 저항적 민족주의는 ‘민족주의’의 탈을 쓴 국가주의자들에게 격퇴되거나 변질된다. 친일파나 박정희 정권은 민족주의를 부르짖는 국가주의자들이었다. 지은이의 이런 관점에 대해 박노자 교수는 어용적 민족주의나 저항적 민족주의나 똑같이 도식적으로 ‘민족적 자아’와 ‘민족적 타자’를 구분하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지은이는 출판담당 기자답게 <근대의 그늘: 한국의 근대성과 민주주의>(김동춘 지음, 당대 펴냄) 서평을 통해 역사적으로 민족주의가 자유주의나 사회주의보다 강한 생명력을 보였다고 반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