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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할인마트 주차장의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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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1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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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사진/ 류우종 기자)

평당 억대를 호가하는 번화가 금싸라기 땅자락에 무뚝뚝한 형식미와 큼지막한 P 자를 낙인처럼 얼굴에 새긴 구조물이 있습니다. 백화점과 할인마트의 고객 전용 주차장 건물이죠. 무심코 지나칠 법하지만, 이 공간의 용도는 여느 도심 건축물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생산적인 듯 보입니다. 본관과 이들 사이를 세밀히 관찰하면 답이 딱 나옵니다. 고객들의 분주함, 눈부신 실내 조명, 수억대를 넘나드는 일일 매출액이 존립의 전부인 본관에 비해, 주차건물 안에서 차들은 정지를, 내부는 앞만 식별할 만큼의 최저 조도를, 소비행위는 아예 제로에 가깝습니다. 내용상 이곳은 그저 유지비만 까먹는 마이너스 공간이지요. 이건 공간 낭비가 아닐까요? 하지만 이 허허로움의 미학은 본관에서 자행되는 독과점식 경제행위에 대한 참회와 양해를 입체적으로 재현하기 위한 걸까요. 하지만 이곳에 묶여 있는 빈 차들은 그저 소비를 재촉하는 담보물일 따름입니다. 한번 볼까요, 이곳의 게임의 룰을! 입장은 자유, 퇴장은 영수증 필참. 답이 나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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