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예식장과 러브호텔의 건축적 착안에 대해 ‘전대미문’이니 ‘국적불명’이니 하는 조롱과 야유에 흔쾌히 동조하면서, 어째서 우리는 ‘예식장·러브호텔=궁궐’이라는 진부한 도식을 너그럽게 수용해온 걸까요? 도심 어디서건 어렵지 않게 대면하는 이 녀석들 덕에 우리의 상식적 미감이 무뎌진 걸까요? 게다가 이 구조물들은 아무래도 역부족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외양을 보강하려는 듯 ‘모텔 캐슬(성)’이니 ‘팰리스(궁궐) 예식장’이니 하는 민망한 이름을 뒤집어쓰곤 합니다. 궁궐을 표방하는 이 건물들은 우연히도 동일한 공간적 목적을 취합니다. 바로 사랑의 확인을 행동으로 옮기도록 자리 제공을 하는 것이지요. 하여 두 손 꼭 쥔 커플이 가상 궁궐로 입성하는 그 짧은 순간, 중산층이거나 그보다 못할 이들의 신분은 공주와 왕자로 승격됩니다. 그 허망한 환희를 위하여 천박한 허영과 날림 장식이 판치는 가상 궁전을 우리는 용서해주나 봅니다. 하지만 가상공간 속의 공주 왕자가 현실공간 속의 백년가약을 책임지진 못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