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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소녀는 분홍색과 동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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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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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사진/ EPA)

평소 여자아이용 아동복이 왜 분홍 일색인지 궁금했습니다. 아이들이 유독 분홍색을 좋아한 까닭에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분홍색 선호는 옷을 사 입히는 어른들의 무의식적 바람과 연관지었을 때 오히려 타당한 설명을 얻는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옷은 ‘입었다’기보다는 ‘입혀진’ 무엇이니까요. 아는 사람만 알 테지만, 성인에게 분홍색은 아이의 동화 같은 상상과는 무관하게 포르노그래피나 욕망과 연관 있는 색 기호입니다. 유아를 노린 불미스런 사건이 잇따르는 사회적 현상을 감안해도 ‘느슨하고 발육 안 된 신체’는 유니크한 성욕자에겐 색다른 유혹일 수 있지요. 아이에게 ‘분홍’ 옷을 입히는 것은 불법적인 욕망을 합법적으로 해결하는 나름의 고육지책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여하튼 분명한 사실은 많은 여자아이가 분홍으로 온몸을 뒤집어썼고, 분홍은 어른의 ‘성인용’ 공상과 연관되었다는 것. 그리고 아이에게 어른이 분홍옷을 사줬다는 것. 바로 분홍과 아이와 어른 사이의 역학관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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