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외숙/ 청담마리 성건강센터 상담실장·심리치료학 박사
섹스는 축복이다. 섹스를 통해 자유와 기쁨을 느낀다면, 혹은 부드러운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말이다. 섹스는 잘 나누면 일상을 윤기 나게 하는 윤활유가 되지만, 잘못 나누면 일상을 팍팍하게 하는 응고제가 될 수도 있다.
섹스를 위협적이고 비난받아야 하는 것으로 배워온 30대 초반의 전문연구원 ㄱ씨에게 성은 공포다. 신혼의 달콤함 대신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사회적 성공을 하면 좋은 배우자 만나 인생이 환하게 펼쳐질 것이란 ㄱ씨의 기대는, 결혼 초 성생활 부적응이라는 복병을 만나 깨져버렸다. 신혼여행지에서 성관계 없이 며칠을 지내다가 참다 못한 신부의 “그냥 갈 거냐?”는 말에 그는 서둘러 섹스를 시도했다. 첫 경험이었는데 허둥대다 어설프게 끝났다. 그는 어머니의 ‘엄격한’ 통제 아래 열심히 공부만 했고 연애도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여겨 절제해왔다. 그런 자신에게 자부심도 있었다. 하지만 첫 관계의 실패와 신부의 실망스런 표정은 너무도 강렬하게 그의 마음에 남았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리라 위로도 해봤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자신이 없다. 매번 아쉬워하는 아내의 표정을 보면 점점 더 자신이 없어진다. 급기야 잠자리를 피하게 됐다. 일 핑계로 귀가를 늦추거나 피곤하다고 돌아눕는 식이다. 몇번의 자위 외엔 성경험이 없었던 ㄱ씨는 아내의 작은 한숨 소리를 들으며 성공을 위한 금욕의 대가가 고작 이것인가 싶어 억울한 심정도 든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기죽다 보니, 매사에 주눅이 들고 의욕도 없어져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그러면서 인생에 겁이 나더라고 했다.
파트너와의 성적 적응은 누구에게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별한 투자 없이 두 사람 모두 만족할 만한 섹스를 경험하는 일은 아주 드물며, 혹시 그런 행운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상대에 대한 배려와 사랑, 창조적 노력이 투입되지 않으면 그 행운을 지속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 커플 가운데 대략 60∼70%가 경험하는 이러한 초기 성적 부적응은 개방적인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 그런데 완벽주의적인 ㄱ씨는 자존심 때문에 이를 주저하고, 그의 아내는 아내대로 남편에게 상처를 줄까봐 망설인다. 아직도 성과 관련된 문제는 남자가 다 알아서 해내야 하고 책임도 남자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도 그랬다. 매체 환경도 ㄱ씨의 공포를 부추기는지 모른다. 타협과 조정의 과정은 생략한 채 오르가슴만 강조하는 포르노그래피, 테크닉만 외쳐대는 온갖 정보들은 ‘형식적인 섹스’에 대한 기대를 과도하게 부추기고 있다. 새댁은 자꾸 초조해지고 신랑은 점점 초라해진다. ㄱ씨의 항변은 이것이다. ‘본능에 의해 자연스럽게 하면 될 줄 알았다!’ 본능대로의 성이란 사회적, 문화적, 도덕적 한계가 없는 사람들에게만 용납되는 말이다. 수많은 제한들로 묶인 삶을 사는 우리에게 ‘본능대로’라는 말은 정말 어려운 과제다. 섹스를 통해 추구하려는 것이 감각적인 오르가슴이라면 그런 기술은 단시간에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섹스를 향한 우리의 소망은 좀더 복잡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자각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 오마이섹스 꼭지 ‘개시 기념’ 으로 유외숙 실장이 글을 보내왔습니다. 유 실장은 앞으로 종종 도움말을 줄 예정입니다. 다음번부터 김소희 기자가 집필합니다. 2주에 한번 실립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파트너와의 성적 적응은 누구에게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별한 투자 없이 두 사람 모두 만족할 만한 섹스를 경험하는 일은 아주 드물며, 혹시 그런 행운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상대에 대한 배려와 사랑, 창조적 노력이 투입되지 않으면 그 행운을 지속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 커플 가운데 대략 60∼70%가 경험하는 이러한 초기 성적 부적응은 개방적인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 그런데 완벽주의적인 ㄱ씨는 자존심 때문에 이를 주저하고, 그의 아내는 아내대로 남편에게 상처를 줄까봐 망설인다. 아직도 성과 관련된 문제는 남자가 다 알아서 해내야 하고 책임도 남자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도 그랬다. 매체 환경도 ㄱ씨의 공포를 부추기는지 모른다. 타협과 조정의 과정은 생략한 채 오르가슴만 강조하는 포르노그래피, 테크닉만 외쳐대는 온갖 정보들은 ‘형식적인 섹스’에 대한 기대를 과도하게 부추기고 있다. 새댁은 자꾸 초조해지고 신랑은 점점 초라해진다. ㄱ씨의 항변은 이것이다. ‘본능에 의해 자연스럽게 하면 될 줄 알았다!’ 본능대로의 성이란 사회적, 문화적, 도덕적 한계가 없는 사람들에게만 용납되는 말이다. 수많은 제한들로 묶인 삶을 사는 우리에게 ‘본능대로’라는 말은 정말 어려운 과제다. 섹스를 통해 추구하려는 것이 감각적인 오르가슴이라면 그런 기술은 단시간에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섹스를 향한 우리의 소망은 좀더 복잡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자각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 오마이섹스 꼭지 ‘개시 기념’ 으로 유외숙 실장이 글을 보내왔습니다. 유 실장은 앞으로 종종 도움말을 줄 예정입니다. 다음번부터 김소희 기자가 집필합니다. 2주에 한번 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