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민/ 학민사 대표 · 음식칼럼니스트 hakmin8@hanmail.net
콘텐츠 개발이라는 면에서 보면 춘향전만큼 훌륭한 문화 원형도 없다. 국문학계에서는 판소리 춘향가가 먼저 불리다가, 나중에 이 사설을 문장체로 하여 고전소설 춘향전이 창작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설을 따른다면, 춘향전은 창작 초기부터 대중들에게 엄청난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판소리 춘향가는 공연물이 갖는 시간적 제약과 공간적 한계, 그리고 소리꾼의 기량 때문에 대중의 폭발적 요구에 조응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므로,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활자본 춘향전으로의 콘텐츠 개발은 필연적인 것이다.
이후 춘향전은 근대로 들어오면서 우리 문화예술 각 장르의 주목할 만한 소재로 이용된다. 곧 창극, 신소설, 현대소설, 오페라, 뮤지컬, 연극, 영화, 드라마 등으로 숱하게 개작됐고, 얼마 전에는 TV에서 패러디 <쾌걸 춘향>까지 인기리에 방영될 정도로 콘텐츠 개발이 지금도 계속된다.
우리 민족은 왜 이렇게 춘향전에 열광할까? 그것은 춘향전이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랑만큼 영원한 테마는 없다. 또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새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유교사회의 권위주의, 계급주의, 형식주의에 짓눌려 있던 우리 선조들이 청춘남녀 이도령과 춘향의 자유분방한 사랑 놀음에서 시원하게 사회적 속박을 카타르시스하고 삶의 활력을 얻었을 것이다.
사랑을 두고 부질없는 ‘분석’도 한다. 남원부사의 임기는 3년이고, 이도령이 소과, 대과에 급제해 어사가 되려면 당시 사회상으로 보아 10년은 걸리는데, 서울 간 지 1년 만에 어사가 되어 내려와 변학도를 징치할 수 있는지? 두 사람이 상당 기간 성생활을 했는데 임신은 왜 안 되었는지? 변학도가 춘향에게 수청을 들라고 요구한 것이 봉건사회의 사회질서로 보아 그렇게 부당한 일인지? 신분적 제약을 극복하고 춘향이 이도령의 정실이 될 수 있는지? 그건 그렇고. 오는 5월4일부터 8일까지 남원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인 춘향제가 열린다. 춘향제는 1930년, 일제의 침탈에 대한 저항의 몸부림과 민족 전통문화를 계승하자는 남원 사람들의 자각에서 비롯되어 올해로 75년째 맥을 이어오고 있다. 올 춘향제는 나와도 친하게 지내는 문화기획가 이두엽씨가 총기획을 맡고 있어서, 지난 4월24일 춘향제 준비 과정도 구경하고 술 이야기 취재도 할 겸 남원엘 갔다. 이도령과 춘향이 사랑을 나누었을 요천 뚝방길을 문화의 거리로 만들고, ‘추억의 아코디언’ ‘깃발 서예전’ ‘오래된 사진전’ 등 이두엽씨의 축제 기획이 돋보였다. 이몽룡이 변학도의 생일잔치에 나타나 시로 희롱했던 금준미주(金樽美酒)의 흔적이라도 찾을까 춘향제 관계자들에게 물으니, 남원 특산으로 강쇠주를 추천한다. 강쇠주는 남원시 주천면 뱀사골에서 나는 특주로, 100% 우리쌀로 빚은 약주에 구기자, 황금, 복분자 등 10여 가지 지리산 약재를 넣어 맛과 향이 아주 그윽하다. 또 믿거나 말거나겠지만, 마시면 변강쇠처럼 정력을 돋운다고 하여 ‘강쇠’라 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서울로 가기 위해 남원역 대합실에 들어서니 2005년 춘향제 포스터가 붙어 있다. 캐치프레이즈가 ‘사랑한다면 ♥ 남원으로 오세요’였다. 서울행 기차에 앉아 눈을 감으니, 문득 민족의 미래가 염려되었다. 요즈음 저출산율이 문제라지 않는가? ‘사랑한다면 ♥ 남원으로 오세요. 그리고 두 분 강쇠주 마시고 애국하세요. ㅋㅋ’

사랑을 두고 부질없는 ‘분석’도 한다. 남원부사의 임기는 3년이고, 이도령이 소과, 대과에 급제해 어사가 되려면 당시 사회상으로 보아 10년은 걸리는데, 서울 간 지 1년 만에 어사가 되어 내려와 변학도를 징치할 수 있는지? 두 사람이 상당 기간 성생활을 했는데 임신은 왜 안 되었는지? 변학도가 춘향에게 수청을 들라고 요구한 것이 봉건사회의 사회질서로 보아 그렇게 부당한 일인지? 신분적 제약을 극복하고 춘향이 이도령의 정실이 될 수 있는지? 그건 그렇고. 오는 5월4일부터 8일까지 남원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인 춘향제가 열린다. 춘향제는 1930년, 일제의 침탈에 대한 저항의 몸부림과 민족 전통문화를 계승하자는 남원 사람들의 자각에서 비롯되어 올해로 75년째 맥을 이어오고 있다. 올 춘향제는 나와도 친하게 지내는 문화기획가 이두엽씨가 총기획을 맡고 있어서, 지난 4월24일 춘향제 준비 과정도 구경하고 술 이야기 취재도 할 겸 남원엘 갔다. 이도령과 춘향이 사랑을 나누었을 요천 뚝방길을 문화의 거리로 만들고, ‘추억의 아코디언’ ‘깃발 서예전’ ‘오래된 사진전’ 등 이두엽씨의 축제 기획이 돋보였다. 이몽룡이 변학도의 생일잔치에 나타나 시로 희롱했던 금준미주(金樽美酒)의 흔적이라도 찾을까 춘향제 관계자들에게 물으니, 남원 특산으로 강쇠주를 추천한다. 강쇠주는 남원시 주천면 뱀사골에서 나는 특주로, 100% 우리쌀로 빚은 약주에 구기자, 황금, 복분자 등 10여 가지 지리산 약재를 넣어 맛과 향이 아주 그윽하다. 또 믿거나 말거나겠지만, 마시면 변강쇠처럼 정력을 돋운다고 하여 ‘강쇠’라 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서울로 가기 위해 남원역 대합실에 들어서니 2005년 춘향제 포스터가 붙어 있다. 캐치프레이즈가 ‘사랑한다면 ♥ 남원으로 오세요’였다. 서울행 기차에 앉아 눈을 감으니, 문득 민족의 미래가 염려되었다. 요즈음 저출산율이 문제라지 않는가? ‘사랑한다면 ♥ 남원으로 오세요. 그리고 두 분 강쇠주 마시고 애국하세요.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