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성이 찾은 한국적 재즈 스탠더드 … 재즈의 옷입고 다시 태어난 한국 가요의 맛!
재즈는 해석의 음악이다. “재즈에는 명곡은 없고, 명연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말은 재즈가 해석의 음악임을, 그리고 재즈가 닿을 수 있는 소재의 광역화를 설명한다. 재즈가 그 나름의 곡들만을 텍스트로 취하고 있다는 생각은 어쩌면 착각에 불과하다. 재즈 스탠더드라 일컫어지는 곡들의 대부분은 원래 재즈가 고향이 아니었다.
<옥경이>가 라틴 재즈로?
모든 재즈 뮤지션들에 의해 애창, 애주되고 있는 , , 등은 1920∼30년대 브로드웨이 뮤지컬, 영화음악 스코어 또는 당시 유행하던 미국의 대중음악을 위해 태어난 곡이었다. 또한 현대 재즈는 이러한 고전성에 갇혀 있지 않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대의 재즈 스탠더드를 발견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가였던 비틀스의 히트곡들은 오늘날 재즈 연주자들의 시선을 가장 빈번하게 바라보는 자리에 있으며, 컨템퍼러리 재즈의 거장 허비 행콕은 1996년 재즈 스탠더드의 허용 범위를 록 그룹 너바나와 스티비 원더, 베이비 페이스로까지 확대한 ‘The New Standards’라는 선언을 남기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재즈 색소폰니스트 이정식이 발표한 <화두, The Korean Jazz Standards Vol. 1> 앨범은 우리의 정서와 의식을 대변하는 민요, 가요 등을 소재로 취하며, 한국적 재즈 스탠더드 찾기 작업에 깃발을 세웠다.
최근 재즈 스탠더드가 정착하는 보편성을 견지하며, 또한 한국인의 음악적, 정서적 공감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의 재즈 스탠더드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주목할 만한 앨범이 발매되었다. 미국에서 재즈 피아노를 공부하고 있는 26살의 젊은 재즈 피아니스 조윤성이 발표한 앨범가 바로 그것이다.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의 산실인 미국의 버클리 음대를 졸업하고, 뉴잉글랜드 컨서버토리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이 버클리 음대의 교수진들과 함께 레코딩한 앨범이다.
를 구성하는 두장의 CD에는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노란 셔츠의 사나이>, <거리에서>, <난 행복해>, <옥경이> 등 우리의 삶과 의식에 가까이 있었던 친숙한 가요가 재즈의 문법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조윤성의 견인 하에 도나 맥로이, 빌 피어스, 키아라 치벨로 등의 버클리 음대 교수진들은 이국 땅의 기묘한 곡들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 언어로 재편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난 행복해>, <노란 셔츠의 사나이>에는 원곡에 깃든 스윙감을 곧게 옮기고 있으며, <사랑하기 때문에>, <거리에서>는 낭만적인 무드 재즈로 새로운 의상을 갈아입는다. 트로트곡 <옥경이>를 살사와 트위스트를 인용한 라틴 재즈로 색칠하고 있음은 재즈의 편곡과 해석의 묘미를 새삼 확인시켜주는 부분이다. 또한 키아라 치벨로의 보컬이 깔린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비처런 음악처럼>은 칸소네풍 재즈로 변주되어 따뜻한 느낌을 전달한다.
재즈 드러머인 아버지를 따라
앨범의 편곡과 프로듀싱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조윤성은 자신의 피와 정서에 흐르는 한국인으로서의 자각을 세심한 편곡과 다채로운 즉흥 연주를 통해 실천한다. 어린 나이에 이국 땅으로 떠나 재즈 피아노를 수학했던 그였지만, 그의 아버지는 한국 재즈의 고전 <박성연과 Jazz At The Janus>에서 드럼을 연주했던 원로 재즈 드러머 조상국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아르헨티나에서 보내고, 미국에서 음악 공부를 하고 있는 그의 다국적인 환경은 앨범에 깃든 한국 가요와 재즈, 그리고 라틴의 리듬의 적극적인 채용에 원인이기도 했다.
“우리의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눈먼 사랑은 이제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그러나 여전히 대중 음악의 맨 끝자락에서 서성대고 있는 한국 재즈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중의 정서와 감성에 익숙한 우리만의 스탠더드가 필요함은 부인할 수 없다. 한국 재즈의 스탠더드 확립을 통한 자생성은 세계 재즈 신에서도 음악적 소재와 어법의 확대라는 긍정적인 면으로 수용될 수 있다. 그것은 한국 재즈가 생존하기 위한 최우선의 과제이며, 전략이다. 는 이 모든 가능성과 희망을 꿈꾸게 한다.
하종욱/ 재즈칼럼니스트

최근 재즈 스탠더드가 정착하는 보편성을 견지하며, 또한 한국인의 음악적, 정서적 공감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의 재즈 스탠더드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주목할 만한 앨범이 발매되었다. 미국에서 재즈 피아노를 공부하고 있는 26살의 젊은 재즈 피아니스 조윤성이 발표한 앨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