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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내 인생, 재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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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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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살리기]

▣우종민/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drwoo@freechal.com


그녀는 자칭 세상에서 제일 재수가 없는 사람이다. 돈 빌려주면 떼이고 가게 내면 옆 건물에 경쟁자가 들어선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평소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만원열차 치한이 짜증나서 버스를 탔다. 그런데 하필 급발차하는 바람에 뒤로 굴러버렸다. 발목이 접질리고 얼굴에는 멍이 들었다. 아프기도 했지만 마음은 더 우울했다. 무엇이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었을까?

내가 만날 때마다 그녀는 입버릇처럼 “왜 나만 이렇게 재수가 없죠?” “내 인생은 왜 이렇게 꼬이기만 하죠?”라고 물었다. 불행한 게 당연하게 보였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차 있는데도 행복하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겠는가.

자기 인생이 재수가 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인생의 조절자가 내가 아니라 남이나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피해자다, 나는 당하고 있다고만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온다. 권투선수도 “상대방이 훨씬 강하니 어쩔 수 없다. 왜 난 이런 상대만 걸리나” 하는 생각에 빠져 있다면 결코 이길 수 없다. 반면 “이렇게 저렇게 하면 내 페이스로 게임을 이끌어갈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머리에 차 있다면 경기에 이길 수 있다.

산업재해나 교통사고 피해자들은 자기 실수로 다친 사람에 견줘 잘 낫지 않는다. 외부 원인 때문에 고통받는 무기력한 존재라는 생각이 깊이 박혀 있는 탓이다. 이 세상은 내게 피해를 주는 악한 세상이다. 나를 괴롭게 한 가해자가 밉다. 이런 원망과 분노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는 될 일도 안 된다.

해법은 무엇일까? 내 인생을 결코 남이 좌우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누군가 아널드 슈워제네거에게 성공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성공하려는 결심”(determination to succeed)이라고 답했단다.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를 두고 풍비박산 난 집안에서 자란 오스트리아 출신의 그는 내 인생은 왜 이렇게 꼬였나 한탄하는 대신, 일과 뒤 하루 7시간씩 운동을 했다. 그 결과 보디빌딩 챔피언이 됐고, 영화배우로 명사가 됐으며, 정치에 입문해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게 됐다.

그리고 생각을 바꾸자.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고, 내 삶은 내가 주도한다고 여기자. 이를 눈으로 몸으로 확인할 때 기쁨과 의욕이 생기고 뿌듯한 느낌이 든다. 좋은 결과도 거둔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 마음의 주인이고 미련한 자는 그 노예가 된다.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나는 상처받지 않는다”는 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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