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웠던 중세 이슬람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술탄 살라딘>
▣ 이다혜/ 자유기고가
당신이 십자군 전쟁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종교적인 이유로 지도를 구획짓고, 몇년도에 몇명이 어느 곳을 정복했다, 누가 이겼다, 라는 것을 제외하고 십자군 전쟁에 뛰어들어야 했던 이슬람인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술탄 살라딘>은 1187년에 예루살렘을 탈환한 쿠르드족 전사 살라흐 앗 딘(서구인의 귀에 ‘살라딘’이라고 들렸다)에 관한 소설이다. 살라딘은 제1차 십자군이 예루살렘에서 저지른 만행(유대인과 무슬림 학살, 이슬람 사원과 유대인 성지 파괴)과 대조적으로, 예루살렘을 탈환한 뒤 놀라운 관용을 베푼 인물이다. 기독교인을 해하지 않고, 이슬람이 되찾은 예루살렘을 떠나고 싶은 기독교인들이 재산을 모두 싸들고 떠날 수 있게 했던.
하지만 이 책은 ‘영웅 살라딘’에 대한 책이 아니다. 영국에 거주하는 이슬람 문학가인 저자 타리크 알리는 영웅을 만드는 데는 관심이 없다(한국의 독자들에게 쓴 글에서 그는 “영웅을 필요로 하는 나라를 가엾이 여겨라”는 브레히트의 말을 들려준다). 그가 이 책을 포함한 ‘이슬람 5부작’을 쓴 이유는 걸프전이 터졌던 1990년, 에 나온 한 논평자가 아랍인에게는 문화가 없다고 말한 것을 듣고 분개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무신론자라고 밝힌 작가는 역동적이고 다채로웠던 중세 이슬람 세계의 사람들에 무게 중심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목차를 보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더 쉽게 알 수 있다. ‘예루살렘의 성전기사단에서 도망쳐온 기독교인 이교도 툴루즈의 베르트랑을 만나다’ 같은 제목도 있지만, ‘이븐 마이문과 아내의 간통을 목격하다’ ‘환관 암자드의 이야기-그는 어떻게 성교를 할 수 있었나’와 같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당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은밀한 생을 그린다. 살라딘이 승리를 거두는 대목의 제목은 ‘사자똥구멍왕은 영국으로 돌아가고, 술탄은 다마스커스로 물러나다’이다. 사자똥구멍왕이 영국의 사자왕 리처드임은 물론이다. 소설 속의 살라딘은 용맹한 성격이지만 권력욕에 눈이 멀어 일을 그르치지 않고 용의주도하게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해질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전투에서는 거의 항상 승리했지만 패자에게는 관대했으며 백성을 아끼고 부정축재나 사치를 하지 않은 금욕적인 군주이다. <오리엔탈리즘>을 쓴 에드워드 W. 사이드가 “이 소설은 바로 우리 시대를 위한 이야기”라고 이 책을 치켜세운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살라딘에 대한 서술은 가능한 한 사실에 근거했지만, 상대적으로 알려진 게 적어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던 하렘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나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는 책장을 술술 넘기게 만든다. 추운 겨울날, 이불을 뒤집어쓰고 따뜻한 차 한잔을 옆에 두고 옛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를 듣는 마음으로 찬찬히 읽어나가기 좋은 이야기다. 살라딘이라는 위대한 개인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중세 이슬람의 내밀한 풍경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쉽게 읽힌다. 이슬람 문화와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다면 16세기 이슬람 세계를 배경으로 한 오르한 파묵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을, 술탄 살라딘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동했다면 그에 관한 전기 <살라딘>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목차를 보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더 쉽게 알 수 있다. ‘예루살렘의 성전기사단에서 도망쳐온 기독교인 이교도 툴루즈의 베르트랑을 만나다’ 같은 제목도 있지만, ‘이븐 마이문과 아내의 간통을 목격하다’ ‘환관 암자드의 이야기-그는 어떻게 성교를 할 수 있었나’와 같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당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은밀한 생을 그린다. 살라딘이 승리를 거두는 대목의 제목은 ‘사자똥구멍왕은 영국으로 돌아가고, 술탄은 다마스커스로 물러나다’이다. 사자똥구멍왕이 영국의 사자왕 리처드임은 물론이다. 소설 속의 살라딘은 용맹한 성격이지만 권력욕에 눈이 멀어 일을 그르치지 않고 용의주도하게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해질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전투에서는 거의 항상 승리했지만 패자에게는 관대했으며 백성을 아끼고 부정축재나 사치를 하지 않은 금욕적인 군주이다. <오리엔탈리즘>을 쓴 에드워드 W. 사이드가 “이 소설은 바로 우리 시대를 위한 이야기”라고 이 책을 치켜세운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살라딘에 대한 서술은 가능한 한 사실에 근거했지만, 상대적으로 알려진 게 적어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던 하렘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나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는 책장을 술술 넘기게 만든다. 추운 겨울날, 이불을 뒤집어쓰고 따뜻한 차 한잔을 옆에 두고 옛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를 듣는 마음으로 찬찬히 읽어나가기 좋은 이야기다. 살라딘이라는 위대한 개인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중세 이슬람의 내밀한 풍경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쉽게 읽힌다. 이슬람 문화와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다면 16세기 이슬람 세계를 배경으로 한 오르한 파묵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을, 술탄 살라딘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동했다면 그에 관한 전기 <살라딘>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