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드라마 춘추 전국… 왕이 되리라!
등록 : 2005-01-12 00:00 수정 :
2005년 드라마 전쟁 발발… 방송 3사 야심작 <쾌걸 춘향> <슬픈 연가> <봄날> 중 승자는 누구?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2005년 드라마 전쟁이 시작됐다. 연초에 공중파 3사가 새 드라마를 시작하며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1월3일부터 한국방송 월화 드라마 <쾌걸 춘향>을 출발로, 1월5일 문화방송 수목 드라마 <슬픈 연가>, 1월8일 SBS 주말 드라마 <봄날>이 잇따라 전파를 탔다. <쾌걸 춘향>은 독특한 콘셉트로, <슬픈 연가>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봄날>은 고현정 복귀 카드로 승부를 걸고 있다. 2004년 시청률을 보면, 상위 10개 프로그램이 모두 드라마였다. 그만큼 드라마 경쟁에는 방송사의 사활이 달려 있다. 드라마의 인기는 곧 광고 수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방송사가 드라마 시청률에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04년 드라마 전쟁의 승자는 한국방송이었다. 시청률 상위 10개 드라마 중 한국방송 드라마는 <애정의 조건> 등 5개를 차지했다. SBS가 <파리의 연인> 등 3개, 문화방송은 <대장금> 등 2개를 10위 안에 올렸다. 2005년에는 한국방송의 드라마 왕국 수성 노력에 문화방송과 SBS가 도전하는 양상이다.
한국방송 <쾌걸 춘향>
“발랄해~" “<어린 신부> 재탕아냐"
춘향전을 21세기에 맞게 재구성한 <쾌걸춘향>. 발랄한 청춘극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호평과 성공작 따라하기하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쾌걸 춘향>은 ‘춘향전’을 21세기에 맞게 재구성한 로맨틱 코미디다. 성춘향 역은 한채영씨가, 이몽룡 역은 재희씨가 맡았다. 전북 남원을 배경으로 고교생인 성춘향과 이몽룡이 결혼을 하면서 생기는 좌충우돌을 그린 작품이다. 성춘향은 홀어머니와 사는 가난한 고교생이지만 얼짱, 공부짱, 성격짱의 ‘삼짱’으로 설정됐고, 이몽룡은 경찰서장 아버지를 둔 철없어 보이지만 매력적인 인물로 나온다. 변학도(엄태웅)도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그는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로 끊임없이 춘향을 유혹하지만, 춘향이 어려울 때마다 도움을 주는 ‘키다리 아저씨’로 설정됐다.
2004년 연말을 뜨겁게 달구었던 한국방송 월화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후속작인 <쾌걸 춘향>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3일 첫 방송부터 14%대의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했다. 신인급에 가까운 연기자를 주연으로 기용한 것을 감안하면 일단 기대를 뛰어넘는 출발이다. <쾌걸 춘향>은 첫주 방송에서 만화적 상상력에 기반한 코믹한 설정과 경쾌한 배경 음악을 통해 발랄한 학원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드라마의 경계를 뛰어넘어, 드라마 자체를 패러디하는 장면과 연예인들의 병역기피 풍조를 은근히 ‘까발리는’ 내용 등은 신선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시청자들도 “오랜만에 보는 우울하지 않은 젊은 드라마”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남자 주인공 재희씨는 첫 드라마의 주연을 맡았지만, 벌써부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재희씨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빈집>에서 주연을 맡으면서 얼굴이 알려졌다. 한편 <쾌걸 춘향>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한국방송의 인기 드라마였던 <낙랑 18세>와 비슷한 분위기라는 것이다. 고교생인 춘향과 몽룡이 어쩔 수 없이 결혼하고, 서로 토닥거리면서 살아가는 설정이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 <어린 신부>의 재탕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네티즌은 “한채영 버전의 어린 신부”라고 비꼬기도 했다. <쾌걸 춘향>의 제작진에게는 성공작의 재판이라는 비판을 넘어 독특한 개성을 가진 드라마로 풀어가는 과제가 남아 있다.
문화방송 <슬픈연가>
아시아 수출·만화책·테마몰 줄줄줄…
김희선씨의 연기는 <슬픈연가>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그는 극중에서 노래까지 부르며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슬픈 연가>는 2004년 한해 드라마 왕국의 자존심을 구긴 문화방송이 자존심 회복을 노리며 야심차게 내놓는 ‘블록버스터’ 드라마다. 총 제작비 70억원을 쏟아부었고 김희선, 권상우 등 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제작진도 화려하다. <올인>을 만든 유철용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지난해 11월 한달 동안 뉴욕 현지 촬영을 다녀오기도 했다. 김종학 프로덕션이 제작하는 <슬픈 연가>는 제작 과정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한류 시장을 겨냥해 사전 제작 시스템을 도입하고, 한류 스타를 대거 캐스팅했기 때문이다. 제작비 12억원을 투여한 <슬픈 연가> OST 뮤직 비디오로 기대 심리를 더욱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뮤직 비디오에 출연했던 송승헌씨의 병역비리가 불거지면서 드라마 제작에 차질을 빚었다. 국회 문화광관위 소속 의원들은 한류 열풍을 겨냥한 <슬픈 연가>의 제작을 위해 송승헌씨의 군입대 연기를 병무청에 탄원하기도 했다. 결국 송승헌씨의 입대로, 완전한 사전 제작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송승헌씨의 역할은 연정훈씨로 대체됐다.
송승헌씨의 중도 하차로 위기를 겪었지만, <슬픈 연가>의 한류 마케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일본 드라마 수입업체인 코판과 48억원에 수출 계약을 맺었다. <파리의 연인>의 수출가 7억7천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역대 최고가 수출이다. 일본뿐 아니라 동남아 국가와도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슬픈 연가> 마케팅은 다각도로 이어지고 있다. <슬픈 연가>는 총 5권의 만화로도 제작될 예정이고, 2005년 말 완공되는 서울 창동 민자역사에는 500평 규모의 <슬픈 연가> 테마몰을 세울 계획이다. 한류 상품으로 <슬픈 연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5일 첫 방송된 <슬픈 연가>는 명성에 걸맞은 수려한 영상을 선보였다. 이야기는 동두천을 배경으로 시작됐다. 동두천 미군 기지촌에서 준영(권상우)과 혜인(김희선)이 만나게 되는 사연이 드라마의 출발이다. ‘양색시’의 아들이라는 놀림을 받는 준영이 미군기지 가수인 이모를 따라 동두천으로 온 혜인을 돌보면서 사랑이 싹트게 된다. 혜인은 어릴 적 사고로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준영이 친할아버지의 집으로 옮겨가면서 혜인과 멀어지게 되고, 재벌 2세인 건우(연정훈)가 끼어들면서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혜인이 가수로 성장하면서 천재 음악 프로듀서인 준영과 음반 제작자 건우 사이에서 아파하고 방황하는 사연을 중심으로 드라마는 진행된다. 준영과 건우는 친구 사이로 나온다. <슬픈 연가>는 ‘애절한 사랑’과 ‘사나이의 우정’을 내세우고 있다. 어찌 보면 진부해 보이는 이야기를 어떻게 설득력 있게 풀어가느냐에 드라마의 성패가 달려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관심사다. 특히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김희선씨의 연기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김희선씨는 뛰어난 외모에 견줘 연기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3일 기자간담회에서 김희선씨는 “연기 변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많이 고치고 모니터링하면서 촬영했다”고 밝혔다. 곁에 있던 권상우씨는 “김희선씨의 모든 연기를 봐왔지만 이번이 단연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권씨도 지난 연말 <슬픈 연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서른살이 되는 만큼 더욱더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희선씨는 이번 드라마에서 숨겨진 노래 실력을 공개한다. 극 중에서 약 5곡의 노래를 부르고, 드라마 OST에도 참여해 가수 윤건이 만든 노래를 녹음한다. <슬픈 연가>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겨울 연가>의 한류 열풍을 이어가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줄거리도 <겨울 연가>처럼 삼각관계 속의 순애보로 구성했다. 제2의 <겨울 연가>를 노리는 <슬픈 연가>가 <겨울 연가>를 뛰어넘는 절절한 순애보로 한류 열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BS <봄날>
고현정 복귀 카드가 있도다!
10년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고현정. <모래시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SBS 주말 드라마 <봄날>은 ‘고현정 복귀’ 카드로 승부를 건다. 고현정씨는 <모래시계> 이후 10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다. <봄날>에서 고현정씨가 맡은 역할은 실어증에 걸린 여주인공 서정은. 고현정씨의 청순가련형 이미지를 십분 살린 역할이다. 첫 촬영부터 고현정씨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됐다. 고현정씨는 “<봄날>이 인생의 화려한 ‘봄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봄날>도 <슬픈 연가>처럼 상처받은 청춘들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표방하고 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실어증에 걸린 서정은이 서로 다른 이유로 상처 받은 이복형제 고은호(지진희)와 고은섭(조인성) 사이에서 사랑하고 상처받으면 회복되는 과정을 담았다.
남자 주인공인 조인성씨의 물오른 연기도 관심을 끈다. 조씨는 지난해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재민’ 역할로 일취월장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그가 1년 만에 복귀하는 드라마에서 더욱 성숙한 연기력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인성씨는 <봄날>의 은섭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공들여 콘트라베이스를 배우기도 했다. <봄날>은 일본 드라마 <별의 금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라는 색다른 배경도 갖고 있다. 또 <봄날>은 조인성, 지진희씨가 소속된 국내 최대의 매니지먼트사인 ‘싸이더스 HQ’가 첫 번째로 제작하는 드라마다. 이런 배경 탓에 김종학 프로덕션의 <슬픈 연가>와 또 다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는 17일에는 가수 이효리씨의 첫 드라마 출연작인 <세잎 클로버>(SBS 월화 드라마)가 가세해 드라마 전쟁에 불을 붙인다. 과연 2005년 드라마 전쟁 1라운드의 승자는 누가 될까? 한국방송이 <쾌걸 춘향>으로 쾌재를 부를지, 문화방송이 <슬픈 연가>로 즐거운 비명을 지를지, SBS가 <봄날>로 ‘봄날’을 맞을지, 시청자들의 선택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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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의 의미를 아시나요?레즈비언 드라마 시리즈 〈L 워드〉
이제는 레즈비언이다!
위성채널 캐치온 플러스는 1월12일부터 매주 수·목요일 밤 10시에 레즈비언을 소재로 한 드라마 (the L word)를 선보인다. 한국에서 최초로 방송되는 레즈비언 드라마 시리즈다. 2004년부터 케이블과 위성방송은 ‘성정치 혁명’ 중이다. 공중파에서는 <슬픈 연가> <봄날> 같은 순애보 드라마가 시작되는 반면, 위성방송과 케이블에서는 동성애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게이들의 일상을 그린 드라마 <퀴어 애즈 포크>부터 게이와 여성이 주인공인 시트콤 <윌 & 그레이스> <플레잉 스트레이트>와 <퀴어 아이>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까지, 동성애를 다룬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었다. 2004년 게이 드라마에 이어 2005년에는 레즈비언 드라마가 안방을 찾아간다.
의 ‘L’은 레즈비언(Lesbian), 욕망(Lust),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의 알파벳 첫 글자를 뜻한다. 는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8명의 여성(주로 레즈비언)들의 욕망과 일상을 다루고 있다. 는 동성 부모의 고충, 양성애자의 딜레마, 뒤늦게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여성 등 레즈비언의 일상을 섬세하게 묘사해 미국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레즈비언 커플 벳과 티나, 이성 커플 팀과 제니, 제니를 좋아하는 레즈비언 마리나, 유명세 탓에 커밍아웃을 하지 못하는 테니스 스타 데나 등이 주요 등장 인물이다.
는 레즈비언이 만든 레즈비언 드라마다. 제작자 아이린 샤이켄, <고 피쉬>로 유명한 감독 로즈 트로셰, 앨리스 역을 맡은 레샤 헤일리 등 레즈비언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했다. 레즈비언들이 참여한 만큼 다양한 레즈비언 관련 주제를 심도 깊게 다루고 있다. 게이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레즈비언의 일상을 다뤄 미국 방영 당시에도 화제를 모았다.
는 지난해 미국의 케이블 채널 ‘쇼타임’을 통해 방송돼 인기를 끌었고, 미국 여성 커뮤니티 ‘애프터 앨렌’이 뽑은 2004년 최고의 텔레비전 시리즈로 선정되기도 했다. 80년대 초반 <플래시 댄스>로 스타덤에 오른 제니퍼 빌스는 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그는 의 인기에 힘입어 <피플스>에서 뽑은 ‘2004년 가장 아름다운 사람’에 뽑히기도 했다. 빌스는 에 대해 “우리는 존재하되, 보이지 않던 사람들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를 보면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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