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의 스타일 앤 더 시티]
남성복 디자이너 최범석의 패션쇼에 넘치는 거친 매력과 에너지
▣ 김경/ 패션지 <바자> 피처 디렉터
최범석이라는 남성복 디자이너가 있다. 지난해 겨울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 컬렉션을 통해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난 스물여덟살의 신인 디자이너다. 슬라이드로 독재자들의 얼굴과 전쟁의 잔상들을 보여주며 시작한 쇼의 테마는 ‘I hate politics’. 테마에 맞추어 잘생긴 남자 모델들의 얼굴을 과장된 수염으로 망가뜨려놓고, 옷은 자기 식대로 재치 있게 변형시킨 밀리터리룩을 보여주었는데, 노장 디자이너들을 놀라게 하고 패션 기자들을 모처럼 신나게 만들 만큼 젊고 에너지 넘치는 멋진 쇼였다.
또한 그는 쇼 직후 압구정동에 자신의 첫 번째 개인 브랜드 숍 ‘제너럴 아이디어’(General Idea)를 오픈했는데, 매장도 단연 돋보였다. 옷과 마네킹을 보여주는 대형 윈도 대신, 노출 콘크리트 매장 앞에 움직이는 고흐의 뇌를 표현한 독특한 영상물을 전시해놓았는데, 무슨 가게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고물상에서 가져온 듯한 오래된 오디오 기기와 스피커 수십개(어쩌면 수백개)를 쌓아올려 만든 ‘아트 월’이 먼저 눈에 띄고 그 아래 최범석이 만든 옷들이 녹슨 철근 위에 걸려 있는 식이다. 자신의 ‘아이디얼하지만, 대중적이고 싶은 욕망’을 옷과 쇼 그리고 매장 분위기로 다각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이 영특하고 재능 있는 청년은 순식간에 스타급 디자이너가 됐다. 최근 열렸던 그의 두 번째 s/s 컬렉션을 보기 위해 홍익대 앞 M2 클럽 앞에 갔을 때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최범석은 이번에도 엔터테이너 못지않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쳐 보였다. 요즘 홍대 앞에서 가장 ‘핫’하다는 클럽 M2에서 열린 이번 쇼에서 그는 디자이너라기보다는 DJ에 가까웠다. 무대 정중앙에 서서 연방 담배를 피우며 즉흥적으로 음악을 바꾸고 믹싱을 하는 그의 모습은 쇼가 진행되는 동안 백스테이지에 숨어서 모델들의 옷매무새나 체크하며 노심초사하는 종래의 디자이너들과는 아주 다른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건 제각각 술병을 들고 나오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껌을 씹는 등 거칠고 자유분방한 남자의 매력을 과장된 제스처로 보여주던 모델들의 모습이었다. 나중에 디자이너에게 물어보니 이번 쇼의 테마였던 ‘내 마음속의 집시’(Gipsy in my mind)를 끌어내기 위해 백스테이지에서 모델들에게 데킬라를 먹였단다. 모델들의 쿨하지 못한 행동에 몇몇은 실소를 감추지 못했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그 어색함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뭐랄까? 남자들이 이렇게 외치는 것 같았다. “얼어죽을 쿨~, 염병할 메트로섹슈얼. 우리는 아직 거세당하지 않았다구!!” 최범석의 쇼를 보며 나는 ‘남성다운 카리스마’의 대명사인 배우 최민수를 떠올렸다. 최근에 드라마 <한강수 타령>을 통해 한층 부드러워지고 느끼할 정도로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재기에 성공했지만 한때 그의 캐릭터가 많이 희화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최민수(그를 인터뷰한 기자는 몇 안 되는데, 나는 그의 집에서 그가 만든 쿠키까지 대접받으며 촬영을 했던 거의 유일한 기자다)는 누구보다 상처받기 쉬운 예민한 사람이었고, 아내와 아들에게만큼은 눈물겨울 정도로 따뜻한 로맨티스트였다. 남성복 디자이너에게 최민수 혹은 말론 브랜도의 그 형식화된 야성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를 바라는 것은 역시 무리일까?

(사진 / 바자 김두종)
또한 그는 쇼 직후 압구정동에 자신의 첫 번째 개인 브랜드 숍 ‘제너럴 아이디어’(General Idea)를 오픈했는데, 매장도 단연 돋보였다. 옷과 마네킹을 보여주는 대형 윈도 대신, 노출 콘크리트 매장 앞에 움직이는 고흐의 뇌를 표현한 독특한 영상물을 전시해놓았는데, 무슨 가게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고물상에서 가져온 듯한 오래된 오디오 기기와 스피커 수십개(어쩌면 수백개)를 쌓아올려 만든 ‘아트 월’이 먼저 눈에 띄고 그 아래 최범석이 만든 옷들이 녹슨 철근 위에 걸려 있는 식이다. 자신의 ‘아이디얼하지만, 대중적이고 싶은 욕망’을 옷과 쇼 그리고 매장 분위기로 다각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이 영특하고 재능 있는 청년은 순식간에 스타급 디자이너가 됐다. 최근 열렸던 그의 두 번째 s/s 컬렉션을 보기 위해 홍익대 앞 M2 클럽 앞에 갔을 때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최범석은 이번에도 엔터테이너 못지않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쳐 보였다. 요즘 홍대 앞에서 가장 ‘핫’하다는 클럽 M2에서 열린 이번 쇼에서 그는 디자이너라기보다는 DJ에 가까웠다. 무대 정중앙에 서서 연방 담배를 피우며 즉흥적으로 음악을 바꾸고 믹싱을 하는 그의 모습은 쇼가 진행되는 동안 백스테이지에 숨어서 모델들의 옷매무새나 체크하며 노심초사하는 종래의 디자이너들과는 아주 다른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건 제각각 술병을 들고 나오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껌을 씹는 등 거칠고 자유분방한 남자의 매력을 과장된 제스처로 보여주던 모델들의 모습이었다. 나중에 디자이너에게 물어보니 이번 쇼의 테마였던 ‘내 마음속의 집시’(Gipsy in my mind)를 끌어내기 위해 백스테이지에서 모델들에게 데킬라를 먹였단다. 모델들의 쿨하지 못한 행동에 몇몇은 실소를 감추지 못했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그 어색함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뭐랄까? 남자들이 이렇게 외치는 것 같았다. “얼어죽을 쿨~, 염병할 메트로섹슈얼. 우리는 아직 거세당하지 않았다구!!” 최범석의 쇼를 보며 나는 ‘남성다운 카리스마’의 대명사인 배우 최민수를 떠올렸다. 최근에 드라마 <한강수 타령>을 통해 한층 부드러워지고 느끼할 정도로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재기에 성공했지만 한때 그의 캐릭터가 많이 희화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최민수(그를 인터뷰한 기자는 몇 안 되는데, 나는 그의 집에서 그가 만든 쿠키까지 대접받으며 촬영을 했던 거의 유일한 기자다)는 누구보다 상처받기 쉬운 예민한 사람이었고, 아내와 아들에게만큼은 눈물겨울 정도로 따뜻한 로맨티스트였다. 남성복 디자이너에게 최민수 혹은 말론 브랜도의 그 형식화된 야성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를 바라는 것은 역시 무리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