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틸리티맨’ 대접받으며 정통 센터 공격력 급감… 센터의 지존 섀퀼 오닐 견제할 선수 없어
요즘 NBA에서는 눈에 띄는 센터를 찾아보기 힘들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힘과 기량을 고루 갖춘 특급 센터들이 골밑에서 격렬하게 몸과 몸을 부딪치며 각축을 벌였고 NBA는 센터들의 활약여부에 따라 팀 성적이 좌우되는 센터 경연장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농구 환경은 최근 들어 급격히 변모하고 있다. 경기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빠른 가드나 여러 가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맨’들이다. 센터는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되지 못한다. 세련된 기량과 공격력을 갖춘 센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고 다만 큰 키와 덩치로 수비에서만 한몫 하는 반쪽짜리 센터들이 수두룩하다.
수비 전담하는 반쪽짜리 센터만 수두룩
올 시즌 NBA 각 분야에서 센터들의 활약 내용은 이 같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득점랭킹 50위 안에 드는 센터는 섀퀼 오닐(LA 레이커스)과 라시드 월러스(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2명뿐이다. 리바운드 부문에서도 오닐·마커스 캠비(뉴욕 닉스)·데이비드 로빈슨(샌안토니오 스퍼스)·자히디 와이트(워싱턴 위저즈)·엘덴 캠블(샬럿 호네츠) 등만이 랭킹 50위 안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더욱이 월러스와 캠비는 파워포워드에 더 가까운 스타일이어서 정통 센터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인 1990∼91년 시즌에는 득점랭킹 20위 안에 4명의 센터가 존재했고 리바운드 부문에서는 12명의 센터가 장악을 하고 있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사정은 비슷했다. 마이클 조던이 활약하던 시카고 불스만은 예외였지만 당시 각 팀의 성적은 센터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조던이 잠시 야구에 눈을 돌렸던 94∼95년 NBA 챔피언 결정전은 센터들의 대결로 판가름났다. 94년 결승에서 만난 휴스턴 로케츠와 뉴욕 닉스에는 각각 하킴 올라주원과 패트릭 유잉이라는 걸출한 센터들이 있었고 결국 센터대결에서 우위를 보인 휴스턴이 챔피언 타이틀을 가져갔다. 이듬해에도 휴스턴은 올라주원이 건재했던 덕분에 신세대 센터 섀퀼 오닐이 버티고 있던 올랜도 매직을 4-0으로 가볍게 꺾고 2연패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센터의 전성시대가 아니다. 아니, 센터 부재시대라고 해야 옳을 듯하다. 오늘날 NBA에서 가장 무서운 선수로 꼽히는 오닐을 빼고는 이렇다할 센터가 없다. 오닐이 처음 데뷔했을 때 NBA에서는 무서운 센터들이 득실대고 있었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한 광고에는 카림 압둘자바, 하킴 올라주원, 패트릭 유잉, 데이비드 로빈슨 등이 모두 출연해 백보드를 부숴버리는 호쾌한 덩크슛을 터뜨리는 모습에 이어 신출내기 센터 오닐이 빗자루를 들고와 파편을 치우는 장면이 나온다. 오닐이 다른 쟁쟁한 선배 센터들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제 오닐의 선배들은 모두 은퇴하거나 전성기를 넘겨 경기의 흐름을 좌우할 수 없는 미미한 존재가 되고 말았고 그뒤를 이을 만한 센터들은 대가 끊겼다. 이 때문에 센터 전성시대에 막차를 탔던 오닐은 요즘 그야말로 독무대를 이루며 골밑을 완전 평정해 버렸다. 농구에서 신장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NBA에서도 2m10cm 정도의 키만 되면 기량에 상관없이 일단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거구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스피드와 순발력, 정확한 슈팅터치, 강인한 몸싸움, 외곽에 서 있는 슈터들에게 정확한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어시스트 능력을 고루 갖춘 빅맨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현재 NBA 29개팀 중 파워포워드에게 센터의 역할을 맡기고 센터없이 주전 라인업을 형성한 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피닉스 선스는 만능맨 클리프 로빈슨이 센터를 맡고 있고 마이애미 히트는 파워포워드 브라이언 그랜트가 신장질환으로 결장 중인 알론조 모닝을 대신해 센터 역할을 맡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역시 주전 센터인 맷 가이거가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어 파워포워드인 테오 래틀리프가 선발로 나오고 있다. 토론토 랩터스와 인디애나 페이서스 역시 센터없이 1쿼터를 시작한다. 대부분의 팀들이 탁월한 기량의 센터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올랜도 매직 같은 팀은 오히려 그저 그런 센터 2명을 동시에 출장시켜 상대적 우위를 노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센터 자원 바닥… 포지션 변신능력 갖춰야
이처럼 센터가 제 역할을 못해주는 가장 큰 이유는 과거처럼 유능한 센터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쟁쟁한 센터들이 최근 20년간 일시에 쏟아져 나와 군웅할거 하다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에 커다란 공백이 생긴 것이다.
센터의 역할 축소는 최근 농구의 새로운 흐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요즘은 과거처럼 센터 하나, 포워드 둘, 가드 둘의 정형화된 포맷을 굳이 고집하지 않는 팀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러 포지션을 한꺼번에 소화해낼 수 있는 선수들이 각광을 받고 또 대접받는다.
NBA에서 2개 이상의 포지션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능력이다. 포워드의 신장에 가드의 스피드를 가진 선수라면 일대일 대인방어만이 허용되는 NBA에서는 공·수에서 모두 대단히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포지션 변신능력을 가진 선수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NBA에서 활약하고 있는 포워드들도 갈수록 대형화하는 추세다. 센터의 키를 가진 포워드들이 늘어나면서 순수 센터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과거에는 케빈 가넷(미네소타 팀버울브스), 팀 덩컨(샌안토니오 스퍼스) 등 2m10cm가 훨씬 넘는 포워드들이 존재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들은 키도 클 뿐 아니라 기존의 센터보다 훨씬 빠른 몸놀림을 가지고 있고 외곽슛과 드리블 능력도 갖추고 있는 전천후 선수들이다. 이들을 막기 위해서는 역시 비슷한 능력을 가진 포워드가 있어야하고 센터의 비중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NBA가 박진감 넘치는 흥미있는 농구를 추구하면서 룰을 개정한 것도 정통 센터들에게는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지난해부터 NBA는 포스트업 공격(골밑에서 상대 수비수를 등지고 공격을 하는 방법)에 대한 룰을 강화했다. 개정 룰에서는 포스트업 자세에 들어간 공격수는 5초 이내에 슛을 던지거나 패스를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신설된 5초 바이얼레이션에 걸리고 만다. 골밑에서 단조로운 일대일 공격을 줄이고 움직임이 많은 박진감 넘치는 농구를 보여주겠다는 것이 룰 개정의 취지였다. 그러나 이 룰은 포스트업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정통 센터들의 공격력을 대폭 감소시켰다. 또한 공을 갖고 있지 않은 공격수를 2명이 수비하게 되면 예전에는 가차없이 부정수비가 선언됐지만 이제는 스트롱사이드(공격 코트를 반으로 나눴을 때 공이 있는 쪽)에서는 이 같은 수비가 허용되기 때문에 수비수들은 상대 센터가 골밑에서 패스를 받기 전부터 2명이 수비를 하면서 공격을 차단할 수 있게 됐다. 결국 룰 개정으로 손해 본 것은 센터이고 이득을 본 것은 빠른 돌파능력을 가진 가드진이다.
센터의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공격 패턴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센터가 공격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과거의 정교한 세트오펜스를 제대로 구사하는 팀은 점점 줄어들고 빠른 속공과 중거리슛, 그리고 스윙맨들의 개인기에 의존한 일대일 공격이 보편화되고 있다.
공격적 농구 룰도 정통 센터 입지 좁혀
패트릭 유잉이 빠져나간 뉴욕 닉스가 공격 제한시간 24초를 모두 사용하는 특유의 정교한 세트오펜스를 가급적 지양하고 빠른 공격과 중거리슛에 의존하는 팀으로 탈바꿈해 나가는 과정은 이 같은 변화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경기의 막바지가 되면 세트오펜스가 절실히 필요하고 확실한 센터를 가진 팀이 이 같은 상황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능한 센터들이 다시 생겨나기 시작하면 다른 팀들도 이를 견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센터를 키워야 하고 센터의 비중은 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각 팀들은 지금도 ‘센터의 지존’ 오닐을 견제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에 혈안이 돼 있는 상태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지금의 센터부재 현상은 일시적 흐름에 그칠 것이며 조만간 센터 전성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유신모/ 경향신문 체육부 기자

(사진/NBA에서 센터의 전성시대는 지났다.오닐을 빼고는 이렇다할 센터를 찾아볼 수 없다)
올 시즌 NBA 각 분야에서 센터들의 활약 내용은 이 같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득점랭킹 50위 안에 드는 센터는 섀퀼 오닐(LA 레이커스)과 라시드 월러스(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2명뿐이다. 리바운드 부문에서도 오닐·마커스 캠비(뉴욕 닉스)·데이비드 로빈슨(샌안토니오 스퍼스)·자히디 와이트(워싱턴 위저즈)·엘덴 캠블(샬럿 호네츠) 등만이 랭킹 50위 안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더욱이 월러스와 캠비는 파워포워드에 더 가까운 스타일이어서 정통 센터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인 1990∼91년 시즌에는 득점랭킹 20위 안에 4명의 센터가 존재했고 리바운드 부문에서는 12명의 센터가 장악을 하고 있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사정은 비슷했다. 마이클 조던이 활약하던 시카고 불스만은 예외였지만 당시 각 팀의 성적은 센터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조던이 잠시 야구에 눈을 돌렸던 94∼95년 NBA 챔피언 결정전은 센터들의 대결로 판가름났다. 94년 결승에서 만난 휴스턴 로케츠와 뉴욕 닉스에는 각각 하킴 올라주원과 패트릭 유잉이라는 걸출한 센터들이 있었고 결국 센터대결에서 우위를 보인 휴스턴이 챔피언 타이틀을 가져갔다. 이듬해에도 휴스턴은 올라주원이 건재했던 덕분에 신세대 센터 섀퀼 오닐이 버티고 있던 올랜도 매직을 4-0으로 가볍게 꺾고 2연패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센터의 전성시대가 아니다. 아니, 센터 부재시대라고 해야 옳을 듯하다. 오늘날 NBA에서 가장 무서운 선수로 꼽히는 오닐을 빼고는 이렇다할 센터가 없다. 오닐이 처음 데뷔했을 때 NBA에서는 무서운 센터들이 득실대고 있었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한 광고에는 카림 압둘자바, 하킴 올라주원, 패트릭 유잉, 데이비드 로빈슨 등이 모두 출연해 백보드를 부숴버리는 호쾌한 덩크슛을 터뜨리는 모습에 이어 신출내기 센터 오닐이 빗자루를 들고와 파편을 치우는 장면이 나온다. 오닐이 다른 쟁쟁한 선배 센터들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제 오닐의 선배들은 모두 은퇴하거나 전성기를 넘겨 경기의 흐름을 좌우할 수 없는 미미한 존재가 되고 말았고 그뒤를 이을 만한 센터들은 대가 끊겼다. 이 때문에 센터 전성시대에 막차를 탔던 오닐은 요즘 그야말로 독무대를 이루며 골밑을 완전 평정해 버렸다. 농구에서 신장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NBA에서도 2m10cm 정도의 키만 되면 기량에 상관없이 일단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거구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스피드와 순발력, 정확한 슈팅터치, 강인한 몸싸움, 외곽에 서 있는 슈터들에게 정확한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어시스트 능력을 고루 갖춘 빅맨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현재 NBA 29개팀 중 파워포워드에게 센터의 역할을 맡기고 센터없이 주전 라인업을 형성한 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피닉스 선스는 만능맨 클리프 로빈슨이 센터를 맡고 있고 마이애미 히트는 파워포워드 브라이언 그랜트가 신장질환으로 결장 중인 알론조 모닝을 대신해 센터 역할을 맡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역시 주전 센터인 맷 가이거가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어 파워포워드인 테오 래틀리프가 선발로 나오고 있다. 토론토 랩터스와 인디애나 페이서스 역시 센터없이 1쿼터를 시작한다. 대부분의 팀들이 탁월한 기량의 센터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올랜도 매직 같은 팀은 오히려 그저 그런 센터 2명을 동시에 출장시켜 상대적 우위를 노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센터 자원 바닥… 포지션 변신능력 갖춰야

(사진/“나이지리아의 흑표범”하킴 올라주원)

(사진/수비수를 피해 공줄 곳을 찾는 시애틀 슈퍼소닉스의 패트릭 유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