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의 추악한 진실과 인간의 모습을 전하는 <전선기자 정문태…>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전선기자 정문태. 그에게선 결벽증의 냄새가 난다. 보도통제와 거짓과 협잡이 난무하는 전쟁터에서 시민을 대신해 감시자의 역할을 맡은 기자로서, 그는 한치의 태만도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 16년 동안 사선을 넘나드는 전쟁 취재의 기억을 담담히 털어놓으며, 자신의 부끄러움마저 자책하면서 그는 이렇게 묻고 있다. 전선기자란 무엇인가.
<전선기자 정문태 전쟁취재 16년의 기록>(정문태 지음·한겨레신문사 펴냄)은 종군기자란 호칭을 거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만든 이 용어는 기자를 군대를 졸졸 따라다니며 나팔수가 돼주는 존재로 격하시켜버린다. 정씨는 고민 끝에 기자의 독립적인 영역을 나타내기 위해 전선기자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전선기자는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국익’을 앞세운 보도통제와 언론사의 상업주의에 시달려왔다. 위험을 과장하고 기자 스스로를 영웅으로 만들면서 전선기자의 팬은 무뎌져왔다. 그럼에도 지은이는 전쟁이 끝나는 날, 사라지는 그때까지 전선에서 ‘독버섯’처럼 버티고 서 있는 전선기자의 사명을 부둥켜안으려 한다. 그는 전쟁 또한 정치의 한 형태인 만큼 전선기자는 낭만성과 모험의 환상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보낸 16년의 세월은 말 그대로 역사였다. 버마학생민주전선의 눈물겨운 투쟁, 아프가니스탄의 참담함, 기자와 어린이들을 잡아먹는 팔레스타인 전선, 아직도 이어지는 미국의 라오스 침공, 나토의 ‘인도적인 공습’과 코소보의 비극…. 이 모든 현장마다 전선기자 정문태씨가 살을 부대끼고 있었다. 우리는 전쟁의 극악함에 놀라면서 아시아의 슬픈 역사를 한눈에 볼 기회를 갖는다. 그 역사는 서방의 외신들만 포식해온 우리의 무지와 오해를 뒤집어놓는다.
정문태씨는 탈레반 정권이 바미안 석불을 파괴한 것에는 서방의 책임도 크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탈레반이 석불을 놓고 정치적 ‘흥정’을 시도한 몇년 동안 서방은 눈도 돌리지 않았다. 석불이 파괴되자 미국과 유럽이 벌떼처럼 일어나 아프가니스탄 침공의 명분으로 삼았다.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발리에서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벌인 ‘빨갱이 사냥’은 자신의 쿠데타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 당시 중립국임을 선언한 라오스에 베트콩 보급로를 차단한다는 이유로 700만개의 폭탄을 쏟아부었고 아직도 라오스 어린이들이 ‘공중살포용 지뢰’라 불리는 집속탄에 목숨을 잃는다. 캄보디아 폴 포트 정권이 자행한 킬링필드 이전에, 미국은 60만~80만명의 민간인을 폭격으로 죽이는 킬링필드를 먼저 시작했다. 이 모든 추악한 진실은 전선기자의 손으로 발굴돼야 한다.
<전선기자 정문태…>는 역사와 함께 인간의 숨소리도 전한다. 그는 오직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하나로 공부를 때려치우고 산으로 들어온 버마학생민주전선의 젊은이들과 함께 참호를 뒹굴었다. 아프가니스탄 대소비에트 항쟁을 주도한 ‘판시르의 사자’ 마수드는 부하들과 함께 식사하며 밥을 퍼주고 양고기를 찢어주는 사람이었다. 스리랑카 타밀엘람해방호랑이 여성연대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뒤에는 정부군에 살해당한 어머니와 언니의 기억이 숨겨져 있었다. 지은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는 경계했겠지만, 이 책은 너무나 드라마틱하다. 죽음이 눈앞에 어슬렁거리는 순간이 지은이의 강렬한 문체 속에 살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섬뜩한 진실과 숨막히는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전선기자 정문태…>는 역사와 함께 인간의 숨소리도 전한다. 그는 오직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하나로 공부를 때려치우고 산으로 들어온 버마학생민주전선의 젊은이들과 함께 참호를 뒹굴었다. 아프가니스탄 대소비에트 항쟁을 주도한 ‘판시르의 사자’ 마수드는 부하들과 함께 식사하며 밥을 퍼주고 양고기를 찢어주는 사람이었다. 스리랑카 타밀엘람해방호랑이 여성연대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뒤에는 정부군에 살해당한 어머니와 언니의 기억이 숨겨져 있었다. 지은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는 경계했겠지만, 이 책은 너무나 드라마틱하다. 죽음이 눈앞에 어슬렁거리는 순간이 지은이의 강렬한 문체 속에 살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섬뜩한 진실과 숨막히는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