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기자의 주말농장]
▣ 글 · 사진 정남구 기자/ 한겨레 경제부 jeje@hani.co.kr
24절기를 순서대로 말해보라 하면, 제대로 대답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도 자주 헷갈리다 올해 들어서야 비로소 틀리지 않고 대답할 수 있게 됐다. 사실은 농사(?) 짓는 사람이 철도 모른다는 소리를 들으면 부끄러울 것 같아 일부러 익힌 것이다. 24절기는 음력 정월의 입춘에서 시작해 우수, 경칩을 거쳐, 춘분, 청명, 곡우로 봄이 끝난다. 여름은 입하로 시작해서 소만, 망종을 지나고 하지 다음에 소서, 대서가 이어진다. 가을엔 입춘, 처서, 백로, 추분에 이어 한로, 상강을 거쳐간다. 겨울은 입동에서 소설, 대설을 지나 동지, 소한, 대한으로 마감한다.
옛사람들은 각 절기의 특징을 요약해 누구나 때에 맞춰 일할 수 있게 해놓았다. 예를 들어 한로(寒露·10월8일)는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 서리로 변하기 직전의 시기로, 단풍이 짙어지고 여름새와 겨울새가 터바꿈을 하는 때다. 오곡백과를 수확하는 때인 것이다. 농사짓는 일을 가장 중히 여기던 옛사람들에게 ‘철’을 모르는 사람은 ‘철부지’였다. 그런데 생활이 농업에서 멀어지고, 특수농법의 발달로 아무 때나 작물 수확이 가능해지면서 요즘 사람들은 한마디로 철이 없어졌다. 요즘 농민들에게는 오히려 제철 음식만 먹겠다는 사람들이 야속할 것이다.
물론 식물들도 가끔 철없는 짓을 하기는 한다. 8월 말에 집 근처 공원에 바람 쐬러 갔더니 사과나무에 꽃이 하얗게 피어 있었다. 놀랄 일은 아니다. 초여름에 코스모스가 꽃을 피우고, 가을에 노란 개나리꽃이 핀 것도 가끔 볼 수 있다. 흐린 날씨가 이어져 온도가 떨어지고 일조량이 줄어들면, 식물은 열매를 맺어야 할 때인 줄 알고 꽃을 피우는 것이다. 계절에 맞지 않게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는 일도 많다. 주말농장의 밭에는 일찍 여문 해바라기에서 씨앗이 떨어져 벌써 50cm 이상 자라 있다. 꽃이 필지는 몰라도 제대로 여물지는 못할 것이다. 방울토마토를 뽑아내고 상추를 심은 자리에서도 토마토 씨앗이 싹을 틔워 뽑아내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지난 장마 끝에는 봉숭아 씨꼬투리를 따보았더니 꼬투리 안에서 벌써 싹이 튼 것도 적지 않았다. 씨앗의 강한 생명력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철부지라고 해야 하나. 씨앗이 싹을 틔우려면 온도, 수분, 산소 그리고 광선이 조건에 맞아야 한다. 물론 대개의 씨앗들은 이런 조건이 갖춰져도 일정 기간 휴면기를 지나야 싹이 튼다. 막 여문 열매는 바로 싹이 트지 않는데, 싹을 틔워놓고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자구책일 것이다. 특히 영양기관으로 번식하는 감자나 고구마는 휴면기 덕에 사람들이 상당 기간 보관하고 먹을 수가 있다. 봄에 나팔꽃을 심었던 자리에서도 8월부터 무더기로 새싹이 올라왔는데, 아쉽지만 배추를 심으려고 다 뽑아냈다. 나팔꽃 씨앗은 봄보다는 늦여름에 오히려 싹이 빨리 트고, 꽃도 싹튼 지 한달이면 핀다고 한다. 철부지라기보다는 한해에 두번 번식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식물들도 가끔 철없는 짓을 하기는 한다. 8월 말에 집 근처 공원에 바람 쐬러 갔더니 사과나무에 꽃이 하얗게 피어 있었다. 놀랄 일은 아니다. 초여름에 코스모스가 꽃을 피우고, 가을에 노란 개나리꽃이 핀 것도 가끔 볼 수 있다. 흐린 날씨가 이어져 온도가 떨어지고 일조량이 줄어들면, 식물은 열매를 맺어야 할 때인 줄 알고 꽃을 피우는 것이다. 계절에 맞지 않게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는 일도 많다. 주말농장의 밭에는 일찍 여문 해바라기에서 씨앗이 떨어져 벌써 50cm 이상 자라 있다. 꽃이 필지는 몰라도 제대로 여물지는 못할 것이다. 방울토마토를 뽑아내고 상추를 심은 자리에서도 토마토 씨앗이 싹을 틔워 뽑아내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지난 장마 끝에는 봉숭아 씨꼬투리를 따보았더니 꼬투리 안에서 벌써 싹이 튼 것도 적지 않았다. 씨앗의 강한 생명력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철부지라고 해야 하나. 씨앗이 싹을 틔우려면 온도, 수분, 산소 그리고 광선이 조건에 맞아야 한다. 물론 대개의 씨앗들은 이런 조건이 갖춰져도 일정 기간 휴면기를 지나야 싹이 튼다. 막 여문 열매는 바로 싹이 트지 않는데, 싹을 틔워놓고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자구책일 것이다. 특히 영양기관으로 번식하는 감자나 고구마는 휴면기 덕에 사람들이 상당 기간 보관하고 먹을 수가 있다. 봄에 나팔꽃을 심었던 자리에서도 8월부터 무더기로 새싹이 올라왔는데, 아쉽지만 배추를 심으려고 다 뽑아냈다. 나팔꽃 씨앗은 봄보다는 늦여름에 오히려 싹이 빨리 트고, 꽃도 싹튼 지 한달이면 핀다고 한다. 철부지라기보다는 한해에 두번 번식이 가능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