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적 결함 없애고 다양성 높여 진화 촉진… 성적인 기관 발달로 고도의 구애 기술 탄생
섹스가 뭐기에! 밀실에 갇혀 있던 성의 담론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섹스가 부와 명예를 일순간에 무너뜨리기도 한다. 감각적 쾌락의 도구, 사랑의 육체적 표현 등으로 불리며 대를 잇는 구실을 하는 인간의 섹스. 도대체 섹스는 생물의 세계에서 어떤 효용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섹스는 동물의 세계에서 다른 어떤 방법들보다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 종의 번식방법. 아직까지 유전자 물질을 난자와 정자로 나눈 다음 또다른 개체의 그것들과 섞어 새로운 개체를 창조하는 섹스의 장점이 무엇인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섹스에 이르는 구애의 기술에 관한 연구도 추상적인 담론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체외수정을 하는 도마뱀 같은 동물들은 섹스없이도 성공적으로 생식을 한다. 이런 까닭에 과연 섹스에 의한 생식방법이 존재해야 하는가는 과학자들이 끊임없이 던지는 파라독스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섹스가 없었던 시절의 생활은 지극히 단순했다는 것이다. 초기의 단세포 조상 생물들은 섹스없이도 살았으며 수없이 많은 자손을 만드는 방법을 통해 종족번식을 꾀해 오늘에 이르렀다. 원시 단핵세포들은 자신을 번식시키기 위해 염색체를 두배로 늘리고, 세포 내의 내용물도 두배로 만들어 서로 다른 두개의 세포로 떨어져 나가는 방식으로 생식을 했다. 이렇게 해서 생긴 자손은 원래의 부모와 정확히 똑같은 개체였다. 마치 체세포복제를 통해 자손을 얻는 것처럼. 만일 자손 중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생존에 불리하게 작용해 사멸할 수밖에 없었다.
동물세계에 섹스가 없었다면…
인간을 비롯한 포유동물들은 종의 번식과정에서 섹스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섹스에 의한 생식이 종의 번식이라는 측면에서 유리했던 것은 아니다. 섹스를 하지 않는 생식법은 한 어머니에게 2배의 자녀들을 낳을 수 있게 해주기에 섹스를 하는 생식보다 훨씬 성공적인 종의 번식을 꾀할 수 있다. 이때는 딸들만 태어나 생식 측면에서 직접 출산을 하는 자녀의 수가 2배나 되는 까닭이다. 그렇게 되면 성의 구별이 필요 없게 되어 수컷은 자취를 감추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모든 짝짓기 의식들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사랑을 하기에 겪어야 하는 온갖 번거로움도 없었을 것이다. 세상은 적어도 유전자들의 성적 욕망이 꿈틀대지 않는 아주 단순 명료한 곳이 되었을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세상을 복잡하게 만드는 데 나름대로 구실을 한 섹스의 장점은 무엇일까. 많은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섞는 것이 유전적 다양성을 높여 진화를 촉진했다고 믿고 있다. 섹스에 의한 생식을 통해 유전적으로 풍요로운 생물로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일단의 단핵세포들은 정교하게 다른 개체와의 DNA 결합·재정리를 통해 손상된 DNA 내용을 수정하는 교미를 선택했다. 이런 과정에서 생긴 자손들은 부모의 유전자를 반절씩 나누어 갖게 되어 다양한 형질을 발현시킬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런 초기의 단핵세포들은 점점 진화를 해서 이배체로 더욱 안전하게 DNA를 보존하게 되었고, 자손에게 이런 유전자를 나눠주기 위해 이배체를 절반으로 나누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반절씩 만난 암수의 유전자는 또다른 유전형의 자손을 만들었다. 섹스에 의한 생식의 또다른 장점은 DNA 복제과정을 통해 유전자 결함을 제거해 준다는 점이다. 섹스를 하는 생물들은 진화한 정보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 정보의 복사본을 만들었다. 또한 더 나은 개체를 만들려고 다른 개체와 DNA를 결합해 그 가운데 우성인 성질만 발현되도록 하는 기전도 발전시켰다. DNA 정보를 이중으로 저장하는 방법은 자신의 DNA 손상을 수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게다가 한 개체의 원본(정자)과 다른 개체의 원본(난자)끼리의 결합을 통해 더 나은 우성의 DNA 원본을 만들 수도 있다. 정자와 난자 같은 생식세포가 손상되었을 때 다른 생식세포로 수리해 건강한 DNA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독립적인 섹스에 의하지 않는 유기체들은 비록 유전적으로 뛰어난 특성을 가지고 있어도 다른 개체들과 공유하지 못하면 종족 내에서 경쟁하는 수준에서 진화를 멈출 수밖에 없다. 초기 생물들은 반절로 나누는 과정을 더욱 정교하게 하기 위해 생식계를 독특히 분화했다. 그것이 지금의 암수를 있게 한 것이다. 암수가 분화하면서 이들은 서로에게 이끌리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만일 서로에게 이끌리지 않는 개체가 탄생했다면 그 개체는 자손을 만들지 못하고 자연계에서 도태되었을 것이다. 암수가 서로 이끌리게 하는 것은 초기 세포들이 DNA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당연히 생물종들은 자연계에서 구애를 위한 기술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진화를 이루었다. 물론 초기의 성은 흔히 인간이 생각하는 성적 쾌감하고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단순히 세포의 융합으로 DNA를 수선하는 과정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성적인 기관의 발전에 따라 고도의 전략을 세워 ‘구애행동’(Lekking)을 펼치게 되었다. 현재까지 물고기에서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대략 200여종의 동물들이 구애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웅동체(雌雄同體)인 달팽이는 큐피드처럼 파트너를 향해 칼슘이 듬뿍 담긴 침(鍼)을 ‘구애선물’로 발사해 상대방이 알을 낳도록 신호를 보낸다. 표범나비는 날개에 있는 가루로 냄새를 피워 암컷을 유인하기도 하며 배추흰나비는 뒷날개 뒷면에 반사되는 특수한 색깔이 수컷의 눈에 띄도록 한다. 나방은 성유인물질인 ‘페로몬’을 몸 밖으로 방출해 수컷이 냄새를 맡도록 한다. 곤충들의 전유물로 알려졌던 페로몬을 척추동물인 도롱뇽 수컷도 방출하는 게 밝혀지기도 했다. 암컷이 자신을 인지하도록 턱 아래에 있는 샘에서 페르몬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짝짓기 철이 되면 수많은 수컷들이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하나의 암컷을 향해 구애행동을 한다. 수탉들은 날개를 뒤로 올리고 날갯짓을 하는데 이때 암탉들은 붉은 볏의 상태를 기준으로 배우자를 선택한다. 멧닭(뇌조)와 자고새는 짝짓기 춤을 기준으로, 칠면조는 아래볏과 윗볏의 모양으로 배우자 후보들을 평가한다. 대부분의 생물들은 수컷이 구애를 하고 암컷이 응답을 하는 방식이기에 구애행동은 전적으로 수컷의 방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남아프리카의 발톱개구리는 암컷이 알을 수정할 준비가 되면 구애노래를 불러 근처의 수컷을 불러들인다. 암컷 개구리는 알이 정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시작된 뒤 24시간 이내에 교미를 해야 하기에 커다란 째깍 소리로 상태를 알리는 것이다. 집단구애로 형제애 발휘… 섹스 위력은 지속
아무리 많은 수컷이 나서더라도 가장 매력적인 소수만이 암컷에게 선택을 받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탈락자들은 구애장소를 떠나지 않는다. 그런 행동은 시간낭비일 뿐일까. 영국 뉴캐슬대학의 메리슨 페트리 교수 연구팀은 공작새를 대상으로 집단구애행동의 이유를 찾아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한 장소에 모인 수컷들이 대부분 가까운 혈연관계로서 형제를 돕기 위해 구애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실패하는 수컷들도 친척 형제의 구애행동에 동참해서 구애효과를 높이는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한 마리의 수컷이라도 암컷에게 선택되면 이는 모든 수컷들의 성공으로 여기는 놀라운 형제애. 자신의 새끼들은 얻지 못할지라도 조카들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는 전략적 행동인 셈이다.
동물세계에서 유전자의 수리를 통한 종족번식을 위해 시작된 섹스. 최근에는 섹스가 유전자 집단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인간만 해도 1주일에 한두번의 섹스는 면역력을 높여 감기나 독감 등의 호흡기질환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하는 구실을 한다. 뿐만 아니라 종의 번식과 무관하게 즐거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앞으로 인간세계에서 종의 번식을 위한 섹스의 의미는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섹스없이 부모 중 한쪽만 있어도 체세포복제를 통해 대를 이을 수 있는 탓이다. 하지만 유전자 변형으로 덩치 큰 수컷 물고기들이 암컷 물고기들을 독차지했지만 덩치 큰 유전자를 물려받은 개체들의 생존 능력이 떨어져 결국 멸종하게 된 사실은 섹스를 통한 유전자의 보존에 무게를 싣게 한다. 진화상에서 누적된 ‘성적 선택’의 본능과 실제 생존능력이 균형을 갖춘 개체만이 생태계라는 종들의 전장에서 살아 남는 셈이다. 여전히 섹스는 과학적으로 효용성을 밝히는 것과 관계없이 생태계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김수병 기자soob@hani.co.kr

(사진/섹스에 의한 번식은 생물학적으로 유전자의 결함을 치료하기도 한다. 사진은 영화의 한장면)
인간을 비롯한 포유동물들은 종의 번식과정에서 섹스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섹스에 의한 생식이 종의 번식이라는 측면에서 유리했던 것은 아니다. 섹스를 하지 않는 생식법은 한 어머니에게 2배의 자녀들을 낳을 수 있게 해주기에 섹스를 하는 생식보다 훨씬 성공적인 종의 번식을 꾀할 수 있다. 이때는 딸들만 태어나 생식 측면에서 직접 출산을 하는 자녀의 수가 2배나 되는 까닭이다. 그렇게 되면 성의 구별이 필요 없게 되어 수컷은 자취를 감추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모든 짝짓기 의식들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사랑을 하기에 겪어야 하는 온갖 번거로움도 없었을 것이다. 세상은 적어도 유전자들의 성적 욕망이 꿈틀대지 않는 아주 단순 명료한 곳이 되었을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세상을 복잡하게 만드는 데 나름대로 구실을 한 섹스의 장점은 무엇일까. 많은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섞는 것이 유전적 다양성을 높여 진화를 촉진했다고 믿고 있다. 섹스에 의한 생식을 통해 유전적으로 풍요로운 생물로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일단의 단핵세포들은 정교하게 다른 개체와의 DNA 결합·재정리를 통해 손상된 DNA 내용을 수정하는 교미를 선택했다. 이런 과정에서 생긴 자손들은 부모의 유전자를 반절씩 나누어 갖게 되어 다양한 형질을 발현시킬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런 초기의 단핵세포들은 점점 진화를 해서 이배체로 더욱 안전하게 DNA를 보존하게 되었고, 자손에게 이런 유전자를 나눠주기 위해 이배체를 절반으로 나누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반절씩 만난 암수의 유전자는 또다른 유전형의 자손을 만들었다. 섹스에 의한 생식의 또다른 장점은 DNA 복제과정을 통해 유전자 결함을 제거해 준다는 점이다. 섹스를 하는 생물들은 진화한 정보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 정보의 복사본을 만들었다. 또한 더 나은 개체를 만들려고 다른 개체와 DNA를 결합해 그 가운데 우성인 성질만 발현되도록 하는 기전도 발전시켰다. DNA 정보를 이중으로 저장하는 방법은 자신의 DNA 손상을 수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게다가 한 개체의 원본(정자)과 다른 개체의 원본(난자)끼리의 결합을 통해 더 나은 우성의 DNA 원본을 만들 수도 있다. 정자와 난자 같은 생식세포가 손상되었을 때 다른 생식세포로 수리해 건강한 DNA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독립적인 섹스에 의하지 않는 유기체들은 비록 유전적으로 뛰어난 특성을 가지고 있어도 다른 개체들과 공유하지 못하면 종족 내에서 경쟁하는 수준에서 진화를 멈출 수밖에 없다. 초기 생물들은 반절로 나누는 과정을 더욱 정교하게 하기 위해 생식계를 독특히 분화했다. 그것이 지금의 암수를 있게 한 것이다. 암수가 분화하면서 이들은 서로에게 이끌리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만일 서로에게 이끌리지 않는 개체가 탄생했다면 그 개체는 자손을 만들지 못하고 자연계에서 도태되었을 것이다. 암수가 서로 이끌리게 하는 것은 초기 세포들이 DNA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당연히 생물종들은 자연계에서 구애를 위한 기술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진화를 이루었다. 물론 초기의 성은 흔히 인간이 생각하는 성적 쾌감하고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단순히 세포의 융합으로 DNA를 수선하는 과정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성적인 기관의 발전에 따라 고도의 전략을 세워 ‘구애행동’(Lekking)을 펼치게 되었다. 현재까지 물고기에서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대략 200여종의 동물들이 구애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웅동체(雌雄同體)인 달팽이는 큐피드처럼 파트너를 향해 칼슘이 듬뿍 담긴 침(鍼)을 ‘구애선물’로 발사해 상대방이 알을 낳도록 신호를 보낸다. 표범나비는 날개에 있는 가루로 냄새를 피워 암컷을 유인하기도 하며 배추흰나비는 뒷날개 뒷면에 반사되는 특수한 색깔이 수컷의 눈에 띄도록 한다. 나방은 성유인물질인 ‘페로몬’을 몸 밖으로 방출해 수컷이 냄새를 맡도록 한다. 곤충들의 전유물로 알려졌던 페로몬을 척추동물인 도롱뇽 수컷도 방출하는 게 밝혀지기도 했다. 암컷이 자신을 인지하도록 턱 아래에 있는 샘에서 페르몬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짝짓기 철이 되면 수많은 수컷들이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하나의 암컷을 향해 구애행동을 한다. 수탉들은 날개를 뒤로 올리고 날갯짓을 하는데 이때 암탉들은 붉은 볏의 상태를 기준으로 배우자를 선택한다. 멧닭(뇌조)와 자고새는 짝짓기 춤을 기준으로, 칠면조는 아래볏과 윗볏의 모양으로 배우자 후보들을 평가한다. 대부분의 생물들은 수컷이 구애를 하고 암컷이 응답을 하는 방식이기에 구애행동은 전적으로 수컷의 방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남아프리카의 발톱개구리는 암컷이 알을 수정할 준비가 되면 구애노래를 불러 근처의 수컷을 불러들인다. 암컷 개구리는 알이 정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시작된 뒤 24시간 이내에 교미를 해야 하기에 커다란 째깍 소리로 상태를 알리는 것이다. 집단구애로 형제애 발휘… 섹스 위력은 지속

(사진/동물들은 DNA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구애의 기술을 발달시켰다.맨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나방,공작새,청개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