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명동 한가운데 있는 옛 국립극장(해방 이후부터 1957년까지는 ‘시공관’으로 불렸다)은, 이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찬란한 색깔로 남아 있는 공간이다. 연극·발레·국극·영화 모든 장르가 이 극장의 무대에 올랐다. 시공관에서 하는 공연이라고 하면 대강 그 수준을 인정해줬기에 시공관 무대를 탐내는 예술인들이 많았다.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공연 일정이 잡혔던 것이다. 그래서 “원술랑 무대 세트 앞에서 백조의 호수 리허설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른 볼거리가 없었던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송곳 하나 꽂을 틈 없이 들어찬 관객들 사이에서 한창 산통이 심한 임산부는 빠져나갈 틈이 없어 사람들의 어깨 위로 들려져 나갔을 정도였고,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오는 열혈 관객도 있었다.
1934년 건축가 이시바시가 영화관으로 신축해 36년엔 ‘명치관’으로 개관해 일본 영화를 상영했던 이곳은 해방 이후부터 73년까지 각종 공연이 선보였으나 73년 10월 국립극장이 장충동으로 옮겨가면서 아예 예술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잃었다. 1975년 정부가 금융기관에 매각한 이후부터 2003년 12월 문광부가 다시 사들이기 전까지 국립극장은 옛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만 살아 있을 뿐이었다.
문화관광부는 2004년 5월 400억원을 들여 매입 절차를 마무리짓고 활용 방안에 대해 연구해왔다. 김영산 공연예술과장은 “이곳을 극예술 중심 극장으로 부활시키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올해 안에 국제설계경기를 통해 리모델링안을 공모하고 200억원을 추가로 들여 공사를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2007년 옛 국립극장이 다시 문을 열면 문화거리 명동이 다시 부활할지 주목된다.

사진/ 박항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