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의 스타일 앤 더 시티]
‘우아한 카리스마’로 한심하고 거만한 가게들을 한방 먹여라
▣ 김경/ 패션지 <바자> 피처 디렉터
세상에는 아주 한심한 가게들이 많다. 토끼풀 같은 맛없는 것을 내주고 돈을 잘도 받는다든지, 비싼 돈까지 지불하면서 내가 왜 이런 혹독한 대접을 받지 않으면 안 되지 하고 고함을 지르고 싶은 가게들 말이다. 더 화가 나는 건 우리 중에 멋지게 컴플레인할 줄 아는 사람이 참으로 드물다는 것이다.
특히나 명품숍 종업원들은 자신이 파는 브랜드의 가격만큼이나 콧대가 세기 때문에 어이없을 정도로 거만한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자기 자신이 ‘명품’인 줄 알고 까부는 격이다. 그런 점원들은 고객의 옷차림이 후줄근하면 핸드백 가격 하나 알려주는 것까지 아주 인색하게 군다. 그런데 대다수 여자들이 그런 푸대접을 받으면 <프리티 우먼>의 줄리아 로버츠처럼 제대로 따지지도 못하고 다른 매장에 가서 카드를 박박 긁는 것으로 분을 푼다. 본인은 가장 통쾌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자기는 결국 돈만 쓴 격이고, 찍소리 않고 다른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당연히 개선되어야 마땅한 문제를 그냥 대충 덮어둔 것이니 어떤 면에서는 최악의 대처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제발이지, 이젠 좀 따질 건 따지고 살자. 내 돈 내고 푸대접을 받아야 하는 이런 후진국에 산다는 사실에 그저 분통만 터트릴 것이 아니라 적어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이 불만스러운지 항의함으로써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특히나 럭셔리 파트에서는 더욱 그렇다.
나는 럭셔리 파트에서 가장 멋지게 따질 줄 아는 두 사람을 알고 있다. 한 사람은 최고급 수입 화장품을 다루는 사업팀의 K이고, 다른 한 사람은 스타일리스트 S다. 두 사람 다 외국에서 체험한 고급 문화가 몸에 익은 사람들이라 그런지 세련되게 한방 먹이는 방법에도 도가 터 있었다.
K는 특급호텔 레스토랑에서 ‘룸 예약시 세트 메뉴밖에 시킬 수 없다’는 웨이터의 어이없는 말을 듣고는 ‘만약 정말 그렇다면 그런 특별한 원칙은 메뉴판에도 명시하는 게 원칙 아니냐’며 바로 그 자리에서 몽블랑 만년필을 꺼내어 메뉴판에 ‘룸 예약한 손님은 세트 메뉴 외에 다른 메뉴는 아무리 먹고 싶어도 일절 주문할 수 없습니다’라고 적어주는 바람에 사과의 뜻으로 서비스 음식을 받은 일이 있다. 그리고 외국 항공사에 항의서를 보내어 그 선물로 무료 마일리지를 1천 마일쯤 받은 일도 있다.
스타일리스트 S의 카리스마도 만만치 않다. 그녀는 늦게 왔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죄인 취급하는 승무원에게 항의해서 그 선물로 2등석에서 1등석으로 무료 승격받은 일과 고급 퓨전 레스토랑에서 지배인에게 ‘서비스 받은 게 없기 때문에 영수증에 포함된 서비스 세금 봉사료 15%를 낼 수 없다’고 말해서 정중한 사과의 말과 함께 공짜 티와 디저트를 대접받은 일이 있다.
설마 그들이 공짜 선물을 바라고 컴플레인했다고 생각하는가? K는 말했다. “럭셔리 파트에서 제가 지불한 돈의 일부는 서비스 재교육비로 투자해야 하는 것이죠. 말하자면 내가 그 교육비까지 내고 있는 것인데 당연히 따질 건 따지고 가르칠 건 가르쳐야죠. 그리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서비스를 개선할 기회를 주었으니 선물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