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기자의 주말농장]
▣ 글 · 사진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고향에 사는 친구가 얼마 전 전화를 해왔다. 전어 먹으러 한번 내려오라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딱 전어 철이다. 흔히 “가을 전어는 깨가 서말”이라고들 한다. 그렇게 고소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어를 제대로 대접하려면, “가을 전어 굽는 냄새를 맡으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정도의 표현은 써야 한다. 옛 사람들의 상상력이 참 놀랍다.
전어 철이 오기 전엔 “친정어머니가 찾아와도 반갑잖은, ‘깨꽃’ 피는 시절”이다. 깨꽃은 깨의 꽃이 아니라, ‘샐비어’를 달리 부르는 말이다. 젖빛처럼 하얀 참깨의 꽃과 붉은 샐비어는 색깔만 다를 뿐 생김새가 거의 같다. 두 가지 모두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핀다. 정말이지 친정어머니가 찾아와도 반가울 것 같지 않을 때다. 어릴 적에는 샐비어 꽃을 따 입에 대고 꽁무니를 쪽 빨아대곤 했다. 그러면 꿀맛이 혀에 느껴졌다. 그런데 참깨의 꽃엔 벌들이 그렇게 잉잉거리는데도, 따서 맛을 보면 꿀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리 가을 전어라고 해도, 고소함만으로는 참깨를 따를 수는 없을 것이다. 참깨는 참기름의 원료가 되는, 이름 그대로 진짜 깨다. 참깨는 초가을 꼬투리가 벌어지기 전 줄기째 잘라 묶어 말렸다가 막대기로 살살 두드려 털어서 수확한다. 생김새는 납작하고, 꼭 작은 벼룩 같다. 이 깨를 볶아서 압착기로 눌러 짠 것이 참기름이다. 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은 낚시용 떡밥이나 비료를 만드는 데 쓴다. 참깨는 조금 심어서는 참기름을 짜기 어렵기 때문에, 주말농장에는 거의 심지 않는다. 그러나 들깨는 가장 인기 있는 작물 가운데 하나다. 들깻잎 때문이다. 여름 장마철이 되면 더는 상추를 수확할 수 없는데, 들깻잎은 초가을까지 계속 먹을 수 있다. 양념장을 부어 먹기도 하고, 된장에 박아두었다가 먹기도 한다. 들깨는 봄에 씨앗을 한 곳에 부었다가 키가 쑥 자란 모종을 옮겨 심으면 뿌리가 튼튼해진다. 들깻잎(사진)도 이제 끝물이 돼간다. 일본 사람들이 생선회 아래 간혹 놓는, 자줏빛의 들깻잎 비슷한 것은 ‘차조기’라는 것이다. 들깨는 진한 갈색으로 동글동글하게 생겼다. 갈아 넣으면 감자탕으로 불리는 돼지 등뼈 국물이나 보신탕의 냄새를 줄여준다. 토란국에 넣어도 맛이 좋다. 석유(등유)가 퍼지기 전에는 들기름으로 불을 밝혔다. 어머니는 삼짇날 혹은 자식들의 생일날 아침 윗목에 떡시루를 놓고, 정화수 그릇 옆에 들기름 불을 밝히셨다. 접시에 들기름을 붓고 한지를 꼬아 심지를 단 것인데, 그 정도 빛으로는 책을 읽기도 힘들 만큼 흐릿한 불빛이다. 석유로 밝힌 불이 훨씬 밝지만 그것은 정갈하지 않다고 보셨던 것일 게다. 요즘은 검은색 음식이 각광을 받고 있다. 깨도 검은깨의 인기가 높다. 깨의 옛말은 ‘임자’이고, 검은깨는 ‘흑임자’라 하였다. 전라도 사람들에게 들으면, ‘시금자’로 들린다. 아이들이 병을 앓아 힘이 없을 때, 어머니는 검은깨를 곱게 갈아 죽을 쑤어주시곤 하셨다. 옛사람들은 검은깨를 많이 먹으면 흰머리도 다시 검어진다고 믿었다.

아무리 가을 전어라고 해도, 고소함만으로는 참깨를 따를 수는 없을 것이다. 참깨는 참기름의 원료가 되는, 이름 그대로 진짜 깨다. 참깨는 초가을 꼬투리가 벌어지기 전 줄기째 잘라 묶어 말렸다가 막대기로 살살 두드려 털어서 수확한다. 생김새는 납작하고, 꼭 작은 벼룩 같다. 이 깨를 볶아서 압착기로 눌러 짠 것이 참기름이다. 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은 낚시용 떡밥이나 비료를 만드는 데 쓴다. 참깨는 조금 심어서는 참기름을 짜기 어렵기 때문에, 주말농장에는 거의 심지 않는다. 그러나 들깨는 가장 인기 있는 작물 가운데 하나다. 들깻잎 때문이다. 여름 장마철이 되면 더는 상추를 수확할 수 없는데, 들깻잎은 초가을까지 계속 먹을 수 있다. 양념장을 부어 먹기도 하고, 된장에 박아두었다가 먹기도 한다. 들깨는 봄에 씨앗을 한 곳에 부었다가 키가 쑥 자란 모종을 옮겨 심으면 뿌리가 튼튼해진다. 들깻잎(사진)도 이제 끝물이 돼간다. 일본 사람들이 생선회 아래 간혹 놓는, 자줏빛의 들깻잎 비슷한 것은 ‘차조기’라는 것이다. 들깨는 진한 갈색으로 동글동글하게 생겼다. 갈아 넣으면 감자탕으로 불리는 돼지 등뼈 국물이나 보신탕의 냄새를 줄여준다. 토란국에 넣어도 맛이 좋다. 석유(등유)가 퍼지기 전에는 들기름으로 불을 밝혔다. 어머니는 삼짇날 혹은 자식들의 생일날 아침 윗목에 떡시루를 놓고, 정화수 그릇 옆에 들기름 불을 밝히셨다. 접시에 들기름을 붓고 한지를 꼬아 심지를 단 것인데, 그 정도 빛으로는 책을 읽기도 힘들 만큼 흐릿한 불빛이다. 석유로 밝힌 불이 훨씬 밝지만 그것은 정갈하지 않다고 보셨던 것일 게다. 요즘은 검은색 음식이 각광을 받고 있다. 깨도 검은깨의 인기가 높다. 깨의 옛말은 ‘임자’이고, 검은깨는 ‘흑임자’라 하였다. 전라도 사람들에게 들으면, ‘시금자’로 들린다. 아이들이 병을 앓아 힘이 없을 때, 어머니는 검은깨를 곱게 갈아 죽을 쑤어주시곤 하셨다. 옛사람들은 검은깨를 많이 먹으면 흰머리도 다시 검어진다고 믿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