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기자의 주말농장]
▣ 글 · 사진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미역국에 들어 있는 고기에도 어머니는 쉽게 체하셨다. 약을 써도 체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어머니는 결국 10리쯤 떨어진 장에 나가셨다. 거기엔 ‘체를 내는’ 할머니가 계셨다. ‘체를 낸다’는 말은 식도에 걸린 음식물을 토해내게 하는 것을 말한다. 할머니는 손가락에 하얀 가루를 묻혀 목구멍 어느 부위엔가 갖다댔다. 그러면 어머니는 ‘컥’ 하시며 식도에 걸려 있던, 삭지 않은 고깃점을 바로 토해내시곤 했다.
그 하얀 가루가 무엇인지 나는 오랫동안 궁금했다. 지금이라도 물어보고 싶지만, 그런 식으로 체증을 치료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는 얘기도 이제 들리지 않는다. <동의보감>에는 토해내게 해서 몸을 치료하는 방법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아마도 그 하얀 가루는 참외꼭지를 말려 가루낸 것이 아니었나 싶다. 한방에서는 쓴맛이 나는 참외꼭지를 말려서 ‘용토제’(토하게 도와주는 약)로 쓴다고 한다.
내 고향에선 참외는 그냥 ‘외’다. 오이는 ‘물외’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불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참외는 아주 귀한 과일이었다. 밭에는 조금이라도 곡식을 더 재배해야 했고, 참외 같은 건 재배해도 팔 곳이 마땅찮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릴 적에 수박 서리는 나갔어도 참외 서리를 간 기억은 없다. 그래서 내겐 참외보다 개똥참외가 훨씬 익숙하다. 사전에는 개똥참외가 ‘길가나 들 같은 곳에 저절로 자라서 열린 참외’라고 돼 있다. 어릴 적 밭이나 강둑에서 따먹던 개똥참외는 크기가 작은 계란만 했다. 익어도 노래지지 않고, 오이 빛깔에 더 가까웠다. 물론 참외처럼 달지도 않았다. 그래도 밭일을 하거나 먼 길을 걸어 학교를 다니던 아이들에게는 길가에서 개똥참외를 만나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었다. 민요 <타박네>의 가사에서도 ‘우리 엄마 무덤가의 개똥참외’는 “우리 엄마 살아 생전 내게 주던 젖맛”이 난다. 흔히들 사람이나 동물의 배설물을 통해 참외씨가 밭에 옮겨져 개똥참외가 열린다고 한다. 참외는 가장 당도가 높은 부분에 씨앗을 갖고 있어 사람이 씨까지 먹는 일이 흔하니 일리 있는 얘기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산 참외의 씨를 밭에 심으면 어떤 참외가 열릴까? 우리가 시장에서 사먹는 참외는 부계와 모계의 형질 중 좋은 것만 유전되는 이른바 ‘잡종강세’가 나타나는 ‘잡종 1대’에서 딴 것이다. 그런데 그 참외에서 받은 씨앗을 다시 심으면 부계만 닮거나 모계만 닮은 것 등 불량품이 많이 열린다. 그래도 ‘개똥참외’라고 부르기엔 품질이 아주 뛰어나다. 어쩌면 내 기억 속의 개똥참외도 사람의 배설물을 통해 밭에 옮겨진 참외씨에서 열린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자생하던 재래종 참외 가운데 하나였을 가능성이 높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김회태 박사에 따르면, “재래종 참외 가운데는 크기가 아이들이 갖고 노는 구슬만 해서 새들이 먹고 씨앗을 퍼뜨리는 것도 있었다”고 한다. 주말농장에도 참외를 기르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하지만 순지르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많이 열리기만 하고 당도가 크게 떨어져서, 한해 심어본 사람은 대개 다시 안 심는다.

내 고향에선 참외는 그냥 ‘외’다. 오이는 ‘물외’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불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참외는 아주 귀한 과일이었다. 밭에는 조금이라도 곡식을 더 재배해야 했고, 참외 같은 건 재배해도 팔 곳이 마땅찮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릴 적에 수박 서리는 나갔어도 참외 서리를 간 기억은 없다. 그래서 내겐 참외보다 개똥참외가 훨씬 익숙하다. 사전에는 개똥참외가 ‘길가나 들 같은 곳에 저절로 자라서 열린 참외’라고 돼 있다. 어릴 적 밭이나 강둑에서 따먹던 개똥참외는 크기가 작은 계란만 했다. 익어도 노래지지 않고, 오이 빛깔에 더 가까웠다. 물론 참외처럼 달지도 않았다. 그래도 밭일을 하거나 먼 길을 걸어 학교를 다니던 아이들에게는 길가에서 개똥참외를 만나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었다. 민요 <타박네>의 가사에서도 ‘우리 엄마 무덤가의 개똥참외’는 “우리 엄마 살아 생전 내게 주던 젖맛”이 난다. 흔히들 사람이나 동물의 배설물을 통해 참외씨가 밭에 옮겨져 개똥참외가 열린다고 한다. 참외는 가장 당도가 높은 부분에 씨앗을 갖고 있어 사람이 씨까지 먹는 일이 흔하니 일리 있는 얘기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산 참외의 씨를 밭에 심으면 어떤 참외가 열릴까? 우리가 시장에서 사먹는 참외는 부계와 모계의 형질 중 좋은 것만 유전되는 이른바 ‘잡종강세’가 나타나는 ‘잡종 1대’에서 딴 것이다. 그런데 그 참외에서 받은 씨앗을 다시 심으면 부계만 닮거나 모계만 닮은 것 등 불량품이 많이 열린다. 그래도 ‘개똥참외’라고 부르기엔 품질이 아주 뛰어나다. 어쩌면 내 기억 속의 개똥참외도 사람의 배설물을 통해 밭에 옮겨진 참외씨에서 열린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자생하던 재래종 참외 가운데 하나였을 가능성이 높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김회태 박사에 따르면, “재래종 참외 가운데는 크기가 아이들이 갖고 노는 구슬만 해서 새들이 먹고 씨앗을 퍼뜨리는 것도 있었다”고 한다. 주말농장에도 참외를 기르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하지만 순지르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많이 열리기만 하고 당도가 크게 떨어져서, 한해 심어본 사람은 대개 다시 안 심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