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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문화포커스] ‘멍청한 백인들’을 저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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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8-1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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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진/ 영화평론가 hawks1965@hanmail.net

사진/ GAMMA
마이클 무어는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반대기업 친노조 성향 때문에 온전히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고 근근이 프리랜서로 먹고살았으며, 생전 처음 잡은 영화 카메라로 제너럴 모터스 기업의 전횡을 고발한 <로저와 나>가 흥행하면서 삽시간에 유명인사가 됐다. 그 뒤로도 활발한 문필 활동을 병행하며 <멍청한 백인들>이란 책으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고, 멍청한 백인들로 가득 찬 미국 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여전히 생각하는 ‘반골’이다. 멍청한 백인들 위에 군림하며 대기업과 교묘하게 결탁해 사리사욕을 챙기는 권력 엘리트 때문에 미국이 망하기 일보 직전이라는 과격한 주장을 조금이라도 더 전파하지 못해 안달하는 중년 남자이기도 하다.

무어의 다큐멘터리는 그런 자신의 주장을 담는 주관적 방식 때문에 상찬과 비난을 동시에 받는다. 그의 다큐멘터리에는 그 자신이 화자로 등장하며 때로 화면 속에 나타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관객인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는 무어의 이런 주관적 화면 구성 방식은 <보울링 포 컬럼바인>에서처럼 특정인을 다짜고짜 찾아가 안하무인 격으로 공격하는 도발적인 선동성 때문에 비난을 받는다.

<볼링 포 콜럼바인>에서 무어는 총기 폭력 사고가 빈번한 미국의 현실이 대중의 불안을 부추겨 이익을 챙기려는 정치가와 미디어의 합작품이며, 그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총기 관련 기업들의 음모라는 것을 밝혀낸 뒤 엉뚱하게도 미국 총기협회 회장을 지낸 찰턴 헤스턴을 찾아가 그에게 책임 추궁을 한다. 시스템 문제를 개인의 단죄로 마무리짓는 이런 방식이 무어의 다큐멘터리에 대중적 흥미를 불어넣지만 자명한 한계에도 부딪친다. <화씨 9/11>도 그런 혐의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크레딧이 끝나면서 뜨는 ‘더 자세한 정보는 마이클 무어 닷컴에서 볼 수 있다’는 자막은 논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활동가 무어의 면면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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