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기자의 주말농장]
▣ 글 · 사진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호박을 제대로 기르려면 지름과 깊이가 50cm 이상 되는 큰 구덩이를 파고, 잘 썩은 두엄을 넉넉히 넣은 뒤 그 위에 모종을 심어야 한다. 특히 강둑이나 경사진 밭둑이 있어 넝쿨이 마음 놓고 뻗을 자리가 있는 곳이 좋다. 몇평 되지 않는 주말농장에서는 호박을 기르기가 쉽지 않다. 넝쿨이 워낙 길게 뻗기 때문에, 지주를 세운다고 해도 땅을 많이 잡아먹기 때문이다. 그래도 호박을 기르는 사람들이 있다. 호박 열매보다는 호박잎 숙쌈을 즐기기 위해서인 것 같다.
호박이나 호박꽃은 못생긴 사람을 비유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사람들은 “호박꽃도 꽃이냐”고 한다. 그러면 “암, 멸치도 생선인데”라는 대답이 뒤따른다. 시집살이의 고단함을 노래한 민요에도 “배꽃 같던 요 내 얼굴 호박꽃이 다 되었네”라는 구절이 있다. 나는 지금도 그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정말 호박꽃을 한번이라도 보고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일까? 이른 아침 활짝 핀 노랑 호박꽃을 실제로 본 사람이라면 결코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장미처럼 화려하지 않을 뿐, 호박꽃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음을 금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호박꽃을 그렇게 천시한 것은 해가 뜨면 곧 시들어 볼품없어지는데다, 너무 흔하기 때문 아닐까 싶다.
끝이 별처럼 다섯 조각으로 갈라지는 호박꽃은 한 그루에 암꽃과 수꽃이 따로 핀다. 꽃을 잘 살펴보면 꽃 밑에 애호박이 처음부터 달린 채 피는 꽃이 암꽃이고 그렇지 않은 것이 수꽃이다. 호박꽃은 벌이 사랑을 매개하는데, 장마철이면 가루받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호박이 그냥 떨어져버리곤 한다. 그래서 사람이 붓으로 수꽃의 꽃가루를 암술에 옮겨주는 인공수분을 해주기도 한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벌 없이 키우는 호박도 그렇게 한다.
어릴 적 호박밭은 아이들에게는 좋은 놀이터였다. 짓궂은 아이들은 모종을 옮겨심기 전 인분을 잔뜩 쏟아놓은 구덩이 위에 나뭇가지를 걸쳐놓고 마른 풀을 올려놓아 조심성 없는 어른들을 혼쭐나게 했다. 호박꽃이 피면, 반딧불이를 잔뜩 잡아 호박꽃 속에 가둬놓고 그 은은한 불빛을 즐겼고, 꽃잎을 따내고 그 안에 들어 있는 호롱꼭지 모양의 것으로는 소꿉장난을 하고 놀기도 했다. 호박꽃 안으로 벌이 꿀을 따러 들어가면 아이들은 꽃잎 끝을 살짝 모두어 벌을 꽃 안에 가두고는 잉잉거리는 벌 소리를 듣기도 했다. 때로 그 벌을 잡아 꿀을 빼앗아 먹다가 벌에 쏘이기도 했다. 꿀을 뺏어먹는 법은 이렇다. 우선 호박꽃 속에 벌을 가둔 뒤 호박꽃을 빙빙 돌리다가 바닥에 힘껏 내동댕이친다. 벌이 정신을 잃고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때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두 날개를 잡는다. 무명베에 침을 묻혀놓고 벌의 꽁무니를 갖다대면 벌이 그곳에 침을 꽂는다. 침은 무명베에 꽂혀 벌 몸통에서 빠져버린다. 이제 벌의 몸통을 살짝 누르면 꿀이 딱 한 방울 흘러나온다. 벌은 침을 잃으면 죽는다. 그래서 목숨이 위태로울 때만 침을 쓴다. 그걸 안다면, 꿀은 사먹어야 맘이 편하다. 사먹는 꿀은 그마나 벌을 죽이지 않고 꿀만 뺏은 것이다.

어릴 적 호박밭은 아이들에게는 좋은 놀이터였다. 짓궂은 아이들은 모종을 옮겨심기 전 인분을 잔뜩 쏟아놓은 구덩이 위에 나뭇가지를 걸쳐놓고 마른 풀을 올려놓아 조심성 없는 어른들을 혼쭐나게 했다. 호박꽃이 피면, 반딧불이를 잔뜩 잡아 호박꽃 속에 가둬놓고 그 은은한 불빛을 즐겼고, 꽃잎을 따내고 그 안에 들어 있는 호롱꼭지 모양의 것으로는 소꿉장난을 하고 놀기도 했다. 호박꽃 안으로 벌이 꿀을 따러 들어가면 아이들은 꽃잎 끝을 살짝 모두어 벌을 꽃 안에 가두고는 잉잉거리는 벌 소리를 듣기도 했다. 때로 그 벌을 잡아 꿀을 빼앗아 먹다가 벌에 쏘이기도 했다. 꿀을 뺏어먹는 법은 이렇다. 우선 호박꽃 속에 벌을 가둔 뒤 호박꽃을 빙빙 돌리다가 바닥에 힘껏 내동댕이친다. 벌이 정신을 잃고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때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두 날개를 잡는다. 무명베에 침을 묻혀놓고 벌의 꽁무니를 갖다대면 벌이 그곳에 침을 꽂는다. 침은 무명베에 꽂혀 벌 몸통에서 빠져버린다. 이제 벌의 몸통을 살짝 누르면 꿀이 딱 한 방울 흘러나온다. 벌은 침을 잃으면 죽는다. 그래서 목숨이 위태로울 때만 침을 쓴다. 그걸 안다면, 꿀은 사먹어야 맘이 편하다. 사먹는 꿀은 그마나 벌을 죽이지 않고 꿀만 뺏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