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스쾃 ‘알터나시옹’ 작가 · 예술기획가
스쾃(Squat)은 불법 점거를 일컫는 말로써, 1835년께 오스트리아의 목동들이 허가 없이 남의 초지에 들어가서 양을 먹이던 행위에서 유래됐다. 그러나 이 단어는 산업혁명의 시기를 거치면서 가난한 도심의 노동자들이 잠잘 곳을 찾아 빈 건물에 들어가 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스쾃은 공간을 둘러싼 사회적 불평등을 고발하고 작은 공동체를 건설하여 ‘다른 방식의 삶’을 실험하고자 한 68혁명 시기를 보내고,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반이 되면서 예술적인 색채를 띠게 되었다.
주택 점거가 ‘주거할 권리’를 위해 사회적 모순과 싸우는 과정을 가졌다면, 예술가들은 ‘창작할 권리’를 위해 스쾃을 만든다. 프랑스의 경우 법적으로 예술가등록(Maison des artistes)을 하면 정부에서 제공하는 작업실을 신청할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이런 신청 절차를 거쳐 작업실을 분양받으려면 최소한 10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고 프랑스 신문 리베라시옹(Liberation)은 말한다.
1979년 40여명의 예술가들로 시작된 파리시 14구의 아브뉴 장 물랭(Avenue Jean Moulin)의 예술 점거를 시발로 해서 한해에도 여러 곳의 스쾃들이 생겨났다가 사라지곤 하면서, 현재는 파리시와 위성도시에는 20여개의 스쾃이 존재하고 있다.
프랑스의 스쾃은 25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불법이라는 사회적 상황이 갖는 초기의 어려움(강제 철거)은 어느 정도 극복한 듯 보인다. 중앙정부 혹은 시청과의 성공적인 협상으로 5년 이상 안정적으로 작업을 하는 곳(로베르의 집, 알터나시옹 등)이 있으며, 전시 기획자나 화상들이 이들의 작업실이나 예술행사를 방문해서 새로운 예술가를 발굴하기도 한다.
2002년 ‘미술관의 입맛에 스쾃 색채’를 지녔다고 평가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예술 사이트인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와 공동으로 진행한 페스티벌(‘Art & Squat’)에서 파리시와 외곽 도시에 위치한 스쾃들이 일제히 오픈 스튜디오를 개최하여 파리시 전체를 예술의 색채로 넘실거리게 하였다. 이와 함께 팔레 드 도쿄에서는 스쾃 예술가들의 전시회, 다큐멘터리, 토론회 등이 개최되어 스쾃의 성과와 전망들을 조망했다. 최근 들어 파리의 예술공간 가이드북이 몇개의 스쾃을 소개할 정도로 뚜렷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시작된 ‘오아시스 프로젝트’는 프랑스 스쾃의 정신과 행동주의 미학을 근간으로 하는 도전적인 프로젝트로서 한국의 문화적 상황을 점검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프랑스에서처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지만, ‘삶과 예술의 공동체’를 꿈꾸는 젊은 예술가들의 유쾌한 활약을 기대해본다.

이제는 파리의 명소로 자리잡은 '불법' 작업실들. 파리시 12구에 위치한 스쾃 '알터나시옹'(맨위)과 파리 시내에 있는 스쾃 '로베르의 집'의 입구.
2002년 ‘미술관의 입맛에 스쾃 색채’를 지녔다고 평가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예술 사이트인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와 공동으로 진행한 페스티벌(‘Art & Squat’)에서 파리시와 외곽 도시에 위치한 스쾃들이 일제히 오픈 스튜디오를 개최하여 파리시 전체를 예술의 색채로 넘실거리게 하였다. 이와 함께 팔레 드 도쿄에서는 스쾃 예술가들의 전시회, 다큐멘터리, 토론회 등이 개최되어 스쾃의 성과와 전망들을 조망했다. 최근 들어 파리의 예술공간 가이드북이 몇개의 스쾃을 소개할 정도로 뚜렷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시작된 ‘오아시스 프로젝트’는 프랑스 스쾃의 정신과 행동주의 미학을 근간으로 하는 도전적인 프로젝트로서 한국의 문화적 상황을 점검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프랑스에서처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지만, ‘삶과 예술의 공동체’를 꿈꾸는 젊은 예술가들의 유쾌한 활약을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