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영화’ 준비하는 이광모 감독]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블러디 선데이>를 수입한 백두대간 대표 이광모 감독은 그동안 예술영화 전도사 구실을 했다. <노스탤지어>와 <희생>(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 <천국보다 낯선>(짐 자무시), <이레이저 헤드>(데이비드 린치) 같은 영화가 이 감독이 국내에 들여온 작품이다. 이 감독은 70여편의 명화들을 국내에 들여오면서 좋은 영화를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블러디 선데이>는 이전의 작품과 다른 감회를 느꼈고 감독으로서 ‘다짐’을 하기도 했다. 이는 광주의 시민군과 계엄군을 극장으로 초대하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광주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나 역시 오래 전부터 그런 생각을 키워왔다. <블러디 선데이>를 수입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늦추면 영영 만들지 못할 것이라 생각돼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기로 했다.” 이광모 감독의 광주 영화가 싹트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기획 단계로서 구체적인 자료 조사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다만 광주와 관련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기획을 다져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5·18 민중항쟁 동지회 사람들은 그의 광주 영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광모 감독의 광주 영화는 어떤 모습일까.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지만 이 감독이 관심을 보이는 영화찍기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감독은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한국전쟁의 상처를 그린 <아름다운 시절>(1998)로 데뷔했다. 당시 이 감독은 <아름다운…>을 정치영화의 전범으로 꼽히며 스토리 재현의 극치를 보여준 <알제리 전투>(질로 폰테코르보 감독)처럼 찍으려 했다. 하지만 국내의 어느 곳에서도 냉정한 시선으로 과거를 재현해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대의 재현에서 조금은 벗어난 <아름다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요즘 한국 영화에서 과거의 재현에 기초한 실화영화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살인의 추억>에 이어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이 관객몰이에 성공하면서 투자자들도 “돈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났다. 이광모 감독 역시 실화영화 신드롬에 고무된 사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얄팍한 기획영화를 흉내낼 생각은 추호도 없다. 여전히 이 감독은 진정성이나 작품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래야만 <꽃잎>이나 <박하사탕>에서 올곧게 말하지 못한 광주의 진실을 드러낼 수 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과거의 재현에 충실한 광주 영화를 만들고 싶다. 문제는 한국 사회의 변화가 너무나 빠르다는 것이다. 80년대와 요즘의 사진을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전남대 정문 등은 성지화하는 게 필요한데 너무 많이 변해 있다. 재현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백두대간을 우직하게 걷는 이광모 감독은 광주 영화도 서두르지 않을 작정이다. 기획 단계부터 작품의 완성도를 생각하는 것은 광주를 제대로 다루려는 이 감독의 의지다. 지금 ‘다른 광주’라는 화두를 붙들고 이 감독이 움직이고 있다.

사진/ 씨네21 정진환
요즘 한국 영화에서 과거의 재현에 기초한 실화영화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살인의 추억>에 이어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이 관객몰이에 성공하면서 투자자들도 “돈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났다. 이광모 감독 역시 실화영화 신드롬에 고무된 사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얄팍한 기획영화를 흉내낼 생각은 추호도 없다. 여전히 이 감독은 진정성이나 작품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래야만 <꽃잎>이나 <박하사탕>에서 올곧게 말하지 못한 광주의 진실을 드러낼 수 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과거의 재현에 충실한 광주 영화를 만들고 싶다. 문제는 한국 사회의 변화가 너무나 빠르다는 것이다. 80년대와 요즘의 사진을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전남대 정문 등은 성지화하는 게 필요한데 너무 많이 변해 있다. 재현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백두대간을 우직하게 걷는 이광모 감독은 광주 영화도 서두르지 않을 작정이다. 기획 단계부터 작품의 완성도를 생각하는 것은 광주를 제대로 다루려는 이 감독의 의지다. 지금 ‘다른 광주’라는 화두를 붙들고 이 감독이 움직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