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기자의 주말농장]
글 · 사진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솔레키 교수팀은 지난 1951년부터 1960년 사이 4차례에 걸쳐 이라크의 샤니달 동굴 안에 있던 고대인들의 무덤을 발굴했다. 그들은 동굴 무덤에서 6만년 전의 것으로 보이는 사람의 뼈와 많은 양의 식물 꽃가루를 발견했다. 꽃가루는 분석 결과 톱풀, 수레국화 등의 것이었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식물이 자랐을 리 없고, 그 많은 꽃가루가 어디선가 날아들었을 가능성도 적었다. 솔레키 교수팀은 당시 동굴의 주인들이 죽은 이 앞에 꽃다발을 바쳤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지난 1983년, 4만년 전 중기 구석기 시대 유적지인 충북 청원군 두루봉동굴에서도 평평한 바위 위에 놓여 있던 다섯살가량의 어린아이의 뼈화석(제보자인 김흥수씨의 이름을 따 ‘흥수아이’라고 이름지어졌다) 옆에서 국화 꽃가루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꽃가루가 채집됐다. 전문가들은 고지대 석회암 동굴에 국화꽃이 자생할 가능성이 없는 만큼, 누군가 흥수아이의 주검 앞에 꽃을 꺾어다 놓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꽃을 매개로 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은, 이처럼 견우 노옹이 수로 부인에게 벼랑의 꽃을 꺾어 바치기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듯하다.
엄밀히 따지면 꽃은 식물의 생식기다. 식물도 동물처럼 궁극적으로는 번식을 위해, 즉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데 많은 에너지를 집중한다. 수십년 만에 한번 꽃을 피우고 힘을 소진한 나머지 말라죽는 대나무 앞에서 우리는 숙연해진다. 꽃은 벌나비를 유혹하기 위해 화려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을 만나면 꽃의 화려함은 식물에겐 재앙으로 변한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꽃을 자르고, 열매 아닌 다른 것을 거두기 위해 꽃을 꺾어버린다. 뿌리를 약으로 쓰기 위해 모란을 재배하는 사람들은 5월이면 꽃을 꺾어버리느라 바쁘다. 한때 ‘꽃의 왕’으로 추앙받던 모란꽃도 밭에 심어지면 그렇게 쓸모없는 존재가 돼버리는 것이다. 감자나 담배의 꽃도 피는 대로 잘려나가는 운명이다.
그런데 몇평 안 되는 주말농장에 애써 관상용 꽃을 심는 사람들이 있다. 인기 있는 것은 역시 봉숭아다. 지난해에는 누군가 장미를 옮겨 심어놓은 게 눈에 띄었다. 올해는 해바라기가 여기저기 큰 키를 자랑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해바라기는 태양신 아폴론을 짝사랑한 물의 요정 크리티인데, ‘열렬한 사랑’이란 꽃말답게 요즘 불타는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해바라기는 꼭 꽃을 보기 위해 심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큰 꽃에서 씨앗이 적잖이 나온다. 나도 해바라기 씨앗을 심었는데, 늦게 심어서 아직 꽃은 피지 않았다. 사람들이 잘 알아주지 않아서 그렇지 수세미 노란 꽃이나 국화를 닮은 쑥갓의 꽃도 참 예쁘다. 하기야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던가. 그래도 우리 밭의 명물은 나팔꽃이다. 분홍 메꽃은 쉽게 볼 수 있지만, 나팔꽃은 메꽃처럼 그렇게 흔하지 않다. 그래서 집 가까이 심어보려고 지난해 여러 색깔의 나팔꽃씨를 채종해놓았다가 봄에 밭 한켠에 뿌렸다. 대나무로 뾰족한 피라미드처럼 지주를 세워놓았더니 무성하게 자라 요새 보랏빛 꽃을 막 피우기 시작했다. 나팔꽃은 지나치게 화려한 것이 흠이다. 수수한 아름다움으로 늘 그리운, 그래서 차마 밭에 기르지 못하는 것은 패랭이꽃이다.

그런데 몇평 안 되는 주말농장에 애써 관상용 꽃을 심는 사람들이 있다. 인기 있는 것은 역시 봉숭아다. 지난해에는 누군가 장미를 옮겨 심어놓은 게 눈에 띄었다. 올해는 해바라기가 여기저기 큰 키를 자랑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해바라기는 태양신 아폴론을 짝사랑한 물의 요정 크리티인데, ‘열렬한 사랑’이란 꽃말답게 요즘 불타는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해바라기는 꼭 꽃을 보기 위해 심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큰 꽃에서 씨앗이 적잖이 나온다. 나도 해바라기 씨앗을 심었는데, 늦게 심어서 아직 꽃은 피지 않았다. 사람들이 잘 알아주지 않아서 그렇지 수세미 노란 꽃이나 국화를 닮은 쑥갓의 꽃도 참 예쁘다. 하기야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던가. 그래도 우리 밭의 명물은 나팔꽃이다. 분홍 메꽃은 쉽게 볼 수 있지만, 나팔꽃은 메꽃처럼 그렇게 흔하지 않다. 그래서 집 가까이 심어보려고 지난해 여러 색깔의 나팔꽃씨를 채종해놓았다가 봄에 밭 한켠에 뿌렸다. 대나무로 뾰족한 피라미드처럼 지주를 세워놓았더니 무성하게 자라 요새 보랏빛 꽃을 막 피우기 시작했다. 나팔꽃은 지나치게 화려한 것이 흠이다. 수수한 아름다움으로 늘 그리운, 그래서 차마 밭에 기르지 못하는 것은 패랭이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