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D-2일(6월7일) 17:00 대학로 마로니에 미술관
2층 전시장 중앙에 있는 준비팀의 사무실은 또 하나의 전시장을 보는 듯했다. 가는 철조망으로 구분돼 있지만 내부 풍경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건너편은 ‘아무나 다방’으로 관람객들이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다. 10년 만의 ‘거사’를 앞둔 ‘한 도시 이야기 9404’(이한 한 도시) 기획·스태프진의 표정은 한가롭기만 했다. 한달가량의 유명인에 대한 참가 의뢰를 마무리했고, 온라인에서의 일반인 참가 접수도 순조롭게 이뤄졌다. 일반 참가자가 800명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도 전시장으로 새어나왔다.
전시장 아래 반지하 전시장에서는 윤보라 독립 큐레이터가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도시’전에 대해 특강을 하고 있었다. 특강은 전시회 곳곳에 숨어 있는 ‘한 도시’만의 코드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줬다. 전시장을 둘러보는 사람들은 200대1 이상의 경쟁률을 통과한 310여장의 사진에서 나름의 ‘비법’을 터득하려고 했다. 이재용 감독은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진행 상황을 파악해야 했기에 인터뷰나 촬영에 제대로 응하기조차 어려워 보였다.
6월9일 1:00 서울 중구 용산구 일대
김태우(영화배우·<공동경비구역 JSA>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씨가 한밤중에 아내의 촬영가방을 챙겨들고 서울 거리를 헤매기로 했다. 심야촬영이 많은 그였지만 아내와 함께 한밤중에 집을 나서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이재용 감독에게 ‘한 도시’ 참가를 권유받으면서 무엇을 찍을지 고민했다. 그는 신혼여행 사진을 고작 한장 남겼을 정도로 사진 찍히는 것을 끔찍하게 여겼다. 그런 사람이 디지털 캠코더와 디지털 카메라, 폴라로이드까지 챙겨들고 집을 나선 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일단 서울시청 앞에 들어선 ‘서울광장’을 찾았다. 사람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잔디밭에 발을 딛는 것도 그에겐 신선한 일이었다. 다시 서울역과 용산을 거쳐 한강 둔치 이촌지구까지 갔다. 곳곳에 정차해 셔터를 눌렀지만, 그에게 카메라는 단순한 장남감이 아니었다. 아내로부터 간단한 조작방법을 익혔다 해도 자동초점으로 야경 사진을 찍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메모리카드에 기록된 자신의 ‘작품’은 형체도 뚜렷하지 않은 게 대부분이었다. 스틸사진 출품은 포기하고 서울을 돌아본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6월9일 13:00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 여의도 선착장
지하에 있는 카페는 촬영장으로 변신해 있었다. 이재용 감독은 오래 전부터 구상해온 뮤직비디오를 이날 찍어 ‘한 도시’에 출품하려고 했다. 뮤직비디오는 터키에 진출하려는 늦깎이 신인가수 ‘오르키데’(동양에서 온 난초를 닮은 여자를 뜻함)를 내세운 작품으로 감각적이고 세련된 요즘의 추세와는 거리가 멀었다. 촬영 장소는 뜻에 공감하는 주인으로부터 무료로 대여했고 10여명의 스태프도 밥값만 지급하는 ‘조건’으로 불러모았다. 보통 3천만원가량 들어간다는 뮤직비디오 제작 비용을 50만원으로 충당한 것이었다.
3시간여에 걸쳐 카페 촬영을 마친 스태프는 오후 4시30분 무렵에 한강 둔치 여의도 선착장으로 촬영지를 옮겼다. 뮤직비디오는 구체적인 콘티도 없었다. 유람선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을 담는다는 기본 설정만 있었을 뿐이다. 한강 둔치에서 이재용 감독은 갑작스럽게 여가수의 배경으로 63빌딩을 담으려고 장소를 물색했다. 아무리 의도한 게 있어도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게 있으면 곧바로 바꾸는 게 ‘한 도시’의 컨셉트였던 것이다. 6시30분에 유람선을 탄 일행은 터키인들에게 보여줄 서울 풍경을 차근차근 담았다. 6월9일 15:00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
새벽 5시에 시내 사진촬영을 마친 영화배우 김태우씨는 집으로 돌아가 잠시 머문 뒤 오전 10시경 기획사 사무실에 도착했다. 촬영이 없는 날이면 청바지에 모자를 눌러쓰고 다니길 좋아하는 그였지만 이날은 달랐다. 일찌감치 미장원에 들러 머리도 손보고 차림새도 배우답게 보이도록 했다. 자신은 동영상 촬영으로 ‘한 도시’에 참가하고 관객들에게는 영화배우를 만났다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캠코더 촬영에 응하는 관객들에게 선물하려고 폴라로이드 카메라 필름 5롤도 따로 준비했다.
‘한 도시’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그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영화가 예상보다 빨리 막을 내리면서 영화관 앞에서 무작정 관객들을 만나고 있었다. 영화를 보러 가거나 보고 나오는 관객을 붙들고 ‘한국 영화의 오늘과 미래, 그리고 관객의 10년 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캠코더에 담았다. 이날 자신을 찾은 취재진도 그의 인터뷰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날 그는 20여명의 관객을 만나 동영상을 찍었고 선물로 준비한 폴라로이드 필름을 모두 소모했다. 6월9일 22:00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미술관 [%%IMAGE6%%]서울의 하루를 기록하는 데 참여한 기획·스태프진이 뒤풀이를 위해 마로니에 미술관에 모였다. 이 자리엔 이재용 감독의 연출부로 일하며 프로젝트에 처음부터 참여한 이지선씨도 있었다. 그는 이 감독이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모습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아 출품할 예정이었다. 프로젝트에 실습생으로 참여한 박은진씨(동아방송대 영상제작과 3년)는 이날 하루 동안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승객들의 ‘발’을 찍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한 도시’에 참여한 사람도 많았다. 한 변호사는 사연을 말하는 의뢰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다음날이면 철거되는 전시장을 지키는 기획·스태프진. 한달 동안 아무런 대가도 없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은 다시 전시장을 채울 작품들에 대한 기대가 컸다. 서로 10년 뒤에 떠올릴 만한 기억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셔터를 누르기도 했다. 전시실 아래층 프로젝트방은 이날 참가자들이 가져온 다양한 물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거기에는 공사 중인 서울을 상징하는 물품도 있었고, 재활용도 되지 않을 버려진 물건들도 많았다. 일상 속에 숨어 있던 오브제는 오늘의 서울을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서울의 하루가 기록됐다. 2014년에 열릴 ‘한 도시 이야기 9414’를 기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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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일(6월7일) 17:00 대학로 마로니에 미술관

사진/ 김수병 기자
전시장 아래 반지하 전시장에서는 윤보라 독립 큐레이터가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도시’전에 대해 특강을 하고 있었다. 특강은 전시회 곳곳에 숨어 있는 ‘한 도시’만의 코드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줬다. 전시장을 둘러보는 사람들은 200대1 이상의 경쟁률을 통과한 310여장의 사진에서 나름의 ‘비법’을 터득하려고 했다. 이재용 감독은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진행 상황을 파악해야 했기에 인터뷰나 촬영에 제대로 응하기조차 어려워 보였다.
6월9일 1:00 서울 중구 용산구 일대

사진/ 김수병 기자
일단 서울시청 앞에 들어선 ‘서울광장’을 찾았다. 사람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잔디밭에 발을 딛는 것도 그에겐 신선한 일이었다. 다시 서울역과 용산을 거쳐 한강 둔치 이촌지구까지 갔다. 곳곳에 정차해 셔터를 눌렀지만, 그에게 카메라는 단순한 장남감이 아니었다. 아내로부터 간단한 조작방법을 익혔다 해도 자동초점으로 야경 사진을 찍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메모리카드에 기록된 자신의 ‘작품’은 형체도 뚜렷하지 않은 게 대부분이었다. 스틸사진 출품은 포기하고 서울을 돌아본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6월9일 13:00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 여의도 선착장

사진/ 김진수 기자
3시간여에 걸쳐 카페 촬영을 마친 스태프는 오후 4시30분 무렵에 한강 둔치 여의도 선착장으로 촬영지를 옮겼다. 뮤직비디오는 구체적인 콘티도 없었다. 유람선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을 담는다는 기본 설정만 있었을 뿐이다. 한강 둔치에서 이재용 감독은 갑작스럽게 여가수의 배경으로 63빌딩을 담으려고 장소를 물색했다. 아무리 의도한 게 있어도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게 있으면 곧바로 바꾸는 게 ‘한 도시’의 컨셉트였던 것이다. 6시30분에 유람선을 탄 일행은 터키인들에게 보여줄 서울 풍경을 차근차근 담았다. 6월9일 15:00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

사진/ 김수병 기자
‘한 도시’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그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영화가 예상보다 빨리 막을 내리면서 영화관 앞에서 무작정 관객들을 만나고 있었다. 영화를 보러 가거나 보고 나오는 관객을 붙들고 ‘한국 영화의 오늘과 미래, 그리고 관객의 10년 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캠코더에 담았다. 이날 자신을 찾은 취재진도 그의 인터뷰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날 그는 20여명의 관객을 만나 동영상을 찍었고 선물로 준비한 폴라로이드 필름을 모두 소모했다. 6월9일 22:00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미술관 [%%IMAGE6%%]서울의 하루를 기록하는 데 참여한 기획·스태프진이 뒤풀이를 위해 마로니에 미술관에 모였다. 이 자리엔 이재용 감독의 연출부로 일하며 프로젝트에 처음부터 참여한 이지선씨도 있었다. 그는 이 감독이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모습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아 출품할 예정이었다. 프로젝트에 실습생으로 참여한 박은진씨(동아방송대 영상제작과 3년)는 이날 하루 동안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승객들의 ‘발’을 찍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한 도시’에 참여한 사람도 많았다. 한 변호사는 사연을 말하는 의뢰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다음날이면 철거되는 전시장을 지키는 기획·스태프진. 한달 동안 아무런 대가도 없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은 다시 전시장을 채울 작품들에 대한 기대가 컸다. 서로 10년 뒤에 떠올릴 만한 기억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셔터를 누르기도 했다. 전시실 아래층 프로젝트방은 이날 참가자들이 가져온 다양한 물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거기에는 공사 중인 서울을 상징하는 물품도 있었고, 재활용도 되지 않을 버려진 물건들도 많았다. 일상 속에 숨어 있던 오브제는 오늘의 서울을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서울의 하루가 기록됐다. 2014년에 열릴 ‘한 도시 이야기 9414’를 기약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