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기자의 주말농장]
글 · 사진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농사를 짓는 고향 부모님께 전화를 할 때마다 나는 요즘엔 무슨 일을 하시는지 여쭤보곤 한다. 오랜 세월 반복하다 보니 습관이 되어 여쭙지 않으면 허전하다. 부모님의 대답을 통해 나는 고향의 계절변화를 느낀다. 그러면 어릴 적 내달리던 고향의 들판과 숲이 금세 눈앞에 펼쳐진다. 국토가 좁다고들 하지만, 서울에서 300km가량 떨어진 내 고향과 일산 주말농장도 계절 차이가 제법 느껴진다. 들꽃이 피는 시기는 남쪽 고향이 보름가량 빠른 것 같다. 북쪽엔 겨울이 빨리 오기 때문에 같은 작물이라면 북쪽에서 조금 일찍 심어야 한다.
주말농장 주변의 논엔 이제 모내기가 모두 끝났다. 내 기억으론 모내기가 한창인 무렵엔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하얀 감자꽃(사진)이 핀다. 이른 봄 어린 꽃대의 속살을 꺼내 먹던 띠꽃은 이제 하얀 솜처럼 꽃을 피워 거머리에 물린 자리를 닦기에 딱 좋아진다. 그 무렵 우리는 단맛이 슬쩍 비치는 감꽃을 참 많이도 먹었다. 어찌 보면 종 모양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왕관 모양인 감꽃을 골풀 줄기에 꿰어 목걸이나 팔찌를 만들기도 했다. 감꽃은 껍질을 벗겨놓은 사과처럼 곧 갈색으로 변해버려, 우리를 실망시키곤 했다.
모내기는 늦어도 6월 중순까지는 끝내야 한다. <동국세시기>에 ‘태종비’ 이야기가 나오는데, 요지는 태종대왕이 임종 때 날이 가무는 것을 걱정하여 “내가 하느님께 요청해 비를 내리게 함으로써 우리 백성들을 기쁘게 하겠다”고 말하며 운명했는데, 초혼을 하자마자 비가 좍좍 내렸다는 것이다. 이후 태종의 제사 때마다 비가 내렸으나, 임진년 왜란이 일어나기 수년 전부터는 징험이 맞지 않았다고 <동국세시기>는 쓰고 있다. 태종의 제삿날은 음력 5월10일이니 태종비는 모내기를 가능하게 하는 마지막 봄비다. 올해는 윤달(2월)이 들어 얼마 전에야 초파일(음력 4월8일)이 지나, 태종의 제삿날은 아직 멀었다. 음력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게다가 마음 급한 접시꽃이 벌써 꽃을 피울 만큼 5월 내내 비가 내려, 태종대왕의 음덕을 기릴 일이 없어졌다. 봄비에 숲이 울창해지는 동안 주말농장도 많이 푸르러졌다. 솎기만 하고 남겨둔 총각무를 모두 뽑고, 그 자리에 들깨 모종을 옮겨 심었다. 쓸모없이 꽃에 영양분을 빼앗기지 말고 아래로 영양분을 보내라고 감자꽃을 따주고, 곁가지가 너무 퍼지지 않게 토마토의 곁순도 따주었다. 지금쯤 고향의 앞뜰과 뒷산에는 버찌(벚나무 열매)가 까맣게 익어가고, 머잖아 앵두와 오디(뽕나무 열매) 그리고 보리수나무 열매도 익을 것이다. 주말농장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보았다. 질경이꽃이 아직 하얗게 남아 있고, 잔디 씨가 익어간다. 철쭉꽃은 생로병사의 마지막 단계를 거치고 있다. 봄망초가 계란 프라이 같은 꽃을 피우고 있다. 개망초라 생각했는데, 식물생태를 공부하는 친구가 요즘 피는 것은 봄망초란다. 잘 살펴보니 역시 잎이 개방초보다 작다. 줄기 속도 비어 있단다. 어쨌든 이제 별꽃의 계절도, 애기똥풀의 전성기도 지나고 바야흐로 봄망초의 계절이 오고 있다. 오늘이 며칠이냐고 누가 물으면 달력을 찾는 대신 “봄망초가 예쁘다”고 대답하고, 그가 그것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모내기는 늦어도 6월 중순까지는 끝내야 한다. <동국세시기>에 ‘태종비’ 이야기가 나오는데, 요지는 태종대왕이 임종 때 날이 가무는 것을 걱정하여 “내가 하느님께 요청해 비를 내리게 함으로써 우리 백성들을 기쁘게 하겠다”고 말하며 운명했는데, 초혼을 하자마자 비가 좍좍 내렸다는 것이다. 이후 태종의 제사 때마다 비가 내렸으나, 임진년 왜란이 일어나기 수년 전부터는 징험이 맞지 않았다고 <동국세시기>는 쓰고 있다. 태종의 제삿날은 음력 5월10일이니 태종비는 모내기를 가능하게 하는 마지막 봄비다. 올해는 윤달(2월)이 들어 얼마 전에야 초파일(음력 4월8일)이 지나, 태종의 제삿날은 아직 멀었다. 음력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게다가 마음 급한 접시꽃이 벌써 꽃을 피울 만큼 5월 내내 비가 내려, 태종대왕의 음덕을 기릴 일이 없어졌다. 봄비에 숲이 울창해지는 동안 주말농장도 많이 푸르러졌다. 솎기만 하고 남겨둔 총각무를 모두 뽑고, 그 자리에 들깨 모종을 옮겨 심었다. 쓸모없이 꽃에 영양분을 빼앗기지 말고 아래로 영양분을 보내라고 감자꽃을 따주고, 곁가지가 너무 퍼지지 않게 토마토의 곁순도 따주었다. 지금쯤 고향의 앞뜰과 뒷산에는 버찌(벚나무 열매)가 까맣게 익어가고, 머잖아 앵두와 오디(뽕나무 열매) 그리고 보리수나무 열매도 익을 것이다. 주말농장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보았다. 질경이꽃이 아직 하얗게 남아 있고, 잔디 씨가 익어간다. 철쭉꽃은 생로병사의 마지막 단계를 거치고 있다. 봄망초가 계란 프라이 같은 꽃을 피우고 있다. 개망초라 생각했는데, 식물생태를 공부하는 친구가 요즘 피는 것은 봄망초란다. 잘 살펴보니 역시 잎이 개방초보다 작다. 줄기 속도 비어 있단다. 어쨌든 이제 별꽃의 계절도, 애기똥풀의 전성기도 지나고 바야흐로 봄망초의 계절이 오고 있다. 오늘이 며칠이냐고 누가 물으면 달력을 찾는 대신 “봄망초가 예쁘다”고 대답하고, 그가 그것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