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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웃음은 감기도 물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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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5-0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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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리기]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웃음에 관한 비밀은 오래된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칸트, 다윈, 프로이트 등도 웃음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플라톤은 웃음이 국가에 혼란을 초래할지 모른다고 우려했지만 웃음이 많은 민족이 국가적 재앙을 초래한 사례는 없다. 오히려 웃음은 마음을 편하게 하고 몸을 보살피는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짧은 날숨이 끊겨 5분의 1초 간격으로 들리는 웃음이 한번 터지면 에어로빅을 5분 동안 하는 효과를 보인다.

웃음은 인체의 생리기능에 영향을 끼친다. 자율신경은 놀라거나 무섭고 초조할 때 활성화되는 교감신경과 웃음으로 자극을 받는 부교감신경으로 구분된다. 부교감신경은 자율신경을 자유롭게 해 심장을 천천히 뛰도록 하면서 몸을 편안하게 한다. 웃음이 행복을 가져오는 명약으로 손색이 없는 셈이다. 특히 ‘배꼽을 뺀다’고 표현하는 웃음, 즉 폭소는 긴장을 이완해주고 혈압을 낮추며 혈액순환과 질병 저항력 향상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폭소가 터지면 인체의 근육 650개 가운데 231개나 움직인다. 웃음이 근육의 긴장 상태를 조절하는 신경 반사작용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흔히 웃음을 유머에 대한 반응으로 생각하지만 유머로 인해 웃음이 터지는 비율은 20%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려고 그냥 웃는다. 여럿이 있을 때는 사소한 말에도 웃음을 터뜨리지만 혼자 있을 때는 아무리 재미있는 말에도 웃음이 터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쩌면 웃음은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사기 위한 행위인지 모른다. 듣는 쪽보다 말하는 쪽이, 상급자보다는 하급자가 많이 웃는 것을 보면 웃음이 사람의 환심을 사기 위한 행위라 여길 수도 있겠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자신의 건강도 챙기는 웃음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웃음이 많은 사람은 감기를 멀리할 수도 있다. 행복을 느끼고, 에너지가 넘치며, 느긋한 성격을 지닌 사람이 전염성 질병에 저항력이 높아 감기로 인한 증세를 겪을 가능성이 낮은 것이다. 웃음은 유머감각에 대한 뇌의 보상계(reward system)에 관여하는 신경망을 강화해 호흡이나 면역력 등에 관련된 생리기능을 활성화한다. 만일 웃음을 잃어버린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보상계를 강화할 방법을 찾는 게 좋다. 그렇다고 기분 전환용 산화질소 가스를 사용하면 척수가 손상될 수 있다. 그보다는 웃음의 놀라운 전파력에 기대어 잘 웃는 사람을 가까이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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