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민음사(02-515-2000) 펴냄, 각 9천원
터키에서 온 이 소설은 16세기말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을 무대로 궁정화가들의 예술적 갈등과 살인사건을 추리기법으로 써내려간다. 베네치아 초상화에 빠진 궁정화가는 장인들을 선발해 서양풍의 그림을 담은 밀서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이슬람 전통 세밀화를 옹호하는 화가들은 신성모독적인 서양미술을 받아들이는 데 불안을 느낀다. 동서양 예술의 ‘충돌’, 한 여자를 사이에 둔 세 남자의 사랑이 수많은 화자의 목소리로 펼쳐진다.
남성 페미니즘
톰 디그비 엮음, 김고연주·이장원 옮김, 또하나의문화(02-324--7486) 펴냄, 1만5천원
페미니즘의 기준은 성별이 아니라 세상을 어떻게 보고 행동하는지에 있다고 지적하며, 자신의 남성성, 불평등 사회가 강요하는 권력과 폭력에 대해 성찰하며 평등한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남성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성, 여성, 트랜스젠더, 게이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지은이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녀 양육을 통한 남성의 치유와 변화, 강요된 남성문화의 고통, 남성 페미니스트에 대한 사회의 집요한 저항을 분석한다.
우리 땅 진경산수
진준현 지음, 보림(031-955-3456) 펴냄, 1만8천원
‘미술로 만나는 우리 선조들의 삶과 문학 이야기’를 표방한 ‘한국 미술관’ 시리즈의 첫권. 서울대박물관 학예연구원인 지은이는 초등학생 이상의 아이들에게 조선의 르네상스였던 영·정조 시대에 꽃핀 진경산수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우리 땅의 곳곳을 찾아다니며 산수를 개성 있게 그린 그림들인 김홍도의 <단양팔경>, 이인문의 <수옥정>, 정선의 <삼용추폭포> 등 51장의 뛰어난 도판과 현재의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공감을 잡아라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 지음, 조윤정 옮김, 파스칼북스(02-308-6266) 펴냄, 1만9800원
19세기 미국의 흥행사로, 대중들의 기호를 적절히 이용하고 속임수까지 써가며 흥행의 황제로 살았던 바넘의 삶을 쓴 자서전. 신생국가로 남북전쟁을 겪으며 틀을 잡아가던 미국에서 이 모순에 가득찬 인물은 대중매체의 중요성을 깨닫고 대중의 기호를 적절히 이용한다. 인어와 난장이 소년을 전시하고, 코끼리 서커스를 인기 있는 구경거리로 만들며 큰돈을 벌었다.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이 책은 미국에서 꽃핀 광고와 대중문화의 ‘맨얼굴’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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