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없는 세상을 위한 인조실리콘망막… 인체세포 결함을 대체·교정하기도
2000년 6월30일, 미국 시카고의 일리노이대학 안과 수술실. 유전적 질환인 색소성망막염으로 시력을 잃어 안내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세명의 시각장애인이 수술대에 누웠다. 안과전문의 앨런 초우 박사를 비롯한 수술팀은 환자 안구의 흰자위 3곳을 미세절개하고 진공장치를 투입해 안구 중앙에 있는 젤(교화체)을 제거하고 식염수를 넣었다. 이어 망막에 작은 구멍을 뚫고 액체를 넣은 뒤 망막의 한 부분을 들어올려 인공망막을 이식했다. 세계 최초로 인조실리콘망막(ASR)이 인간의 눈에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다음날 이식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안대를 한 채 병원문을 나섰다. 아직까지 인공망막을 이식받은 망막 질환 환자들이 시력을 어느 정도 회복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오는 12월 연구보고서를 통해 최종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초우 박사는 앞으로 5년 이내에 인공망막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인공망막 인체에 이식
망막은 눈의 내부에 있는 얇은 신경막으로, 카메라에 비유하면 필름에 해당하는 구실을 한다. 눈으로 들어온 피사체의 상이 맺히게 하는 것이다. 사람이 외부의 실체를 인식하는 것은 물체나 글자의 상이 망막을 통해 뇌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눈에 들어온 빛(영상)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신경을 통하여 뇌에 전달하는 전과정을 맡고 있는 것이다. 외부의 시각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하는 망막에는 1억개가 넘는 광수용체(빛감지세포)와 100만개가 넘는 시신경세포가 있다. 이런 망막에 손상을 입으면 뇌세포의 약 30%에 이르는 시각정보 처리 세포도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더구나 망막은 한번 손상되면 인위적인 재생이 불가능해 시력을 영영 잃게 된다.
색소성망막염, 당뇨성망막병증, 망막박리 등 망막 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시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유전성 망막질환인 색소성망막염은 빛을 수용하는 간상염색체와 망막에 있는 감광세포가 손상되어 빛을 감지하지 못해 시력을 잃게 된다. 시력을 잃게 되는 것은 중증 녹내장이나 당뇨합병증 등의 원인도 있다. 하지만 가장 비율이 높은 것은 망막 이상으로 인한 실명이다. 현재 전세계의 망막 이상 환자는 3천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우 박사팀이 이식한 인공망막은 인조실리콘망막(ASR)이라 불리는 실리콘 마이크로칩으로 지름과 두께가 각각 25mm이다. 미세한 태양전지 3500여개가 들어 있는 마이크로칩은 빛을 전기신호로 전환해 뇌에 전달한다. 이때 빛에서 에너지를 얻기에 별도의 배터리나 유선으로 전원을 얻지 않아도 된다. 생체칩이 망막에서 빛을 감지해 전기신호로 전환하는 광수용체 구실을 대신하는 셈이다. 광수용체 구실을 하는 인공눈은 전기 신호가 인간의 신경을 자극해 빛의 방향을 감지할 수 있기에 개발될 수 있었다. 이미 미국과 독일의 몇몇 대학도 광수용체를 대신하는 인공망막을 개발한 상태이다. 존스 홉킨스대학 윌머 안(眼)연구소는 광센서와 전자장치로 이뤄진 2mm 정도의 반도체 칩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장치는 눈의 망막 부근에 설치되어 외부의 레이저 광선에 의해 작동된다. 동공을 통해 빛과 영상을 감지하면 내부의 광센서가 빛과 영상을 전기신호로 바꾼다. 이것이 망막 뒤의 신경을 자극하여 영상을 재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빛이 안경에 장착된 극소형 비디오카메라를 통해 인공망막에 전달하므로 완전한 생체칩으로 여기기는 힘들다. 물론 비디오카메라를 거친 빛이 인공망막에 전달되면 빛이 강도에 따라 바둑판처럼 이뤄진 감응부위에 전기가 발생해 시신경을 자극하게 된다. 아직까지 생물학과 공학의 성공적인 만남으로 불리는 인공망막은 완전한 시력을 보장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다만 햇살의 뜨거움을 느낄 수 있고 사물과 사람의 형체를 구별하는 정도이다. 아직까지 흑백의 영상 정도에 머물고 선명도도 떨어진다. 이미 청각장애인들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되어 청각 기능을 되살리고 있는 인조실리콘귀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일지라도 희미하게나마 외부의 형상에 시각적으로 반응하게 된 것은 생체칩 역사의 의미있는 진전임에 틀림없다. 수정체 이상으로 인한 시각장애를 교정해주는 게 1300여년 전에 나온 안경이었다면 이젠 망막의 손상까지 보정해줄 수 있는 ‘인공 눈’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눈먼 사람이 눈을 뜨는 이적이 성서 속의 신화에서 첨단공학의 세례로 일상적 행위로 거듭나게 한 게 바로 생체칩(bionic microchip)이다.
생명과 공학의 환상적 만남은 어디까지 초위험적 요소가 곳곳에 도사린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생명은 어쩌면 바람 앞의 등불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자공학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치료하고 신체기관을 대신하는 날이 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600만달러의 사나’를 현실화할 인체 세포와 미세전자회로를 융합한 생체칩의 원형이 개발되기도 했다. 생체칩은 전자장치 이식을 통해 시각이나 청각장애자들의 눈과 귀의 기능을 일부 회복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심지어 생명활동의 중추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것도 영화 속의 일이 아니다. 심지어 인체세포와 전자 회로를 결합해 컴퓨터로 인체 내의 세포할동을 통제하는 것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생체칩을 심장 세포나 혈관에 주입해 다른 세포를 만들고 약물을 내장해 혈관의 생성을 촉진할 수 있는 것이다. 머리카락보다도 가늘고 작을 수 있는 생체칩. 하지만 그 속에는 마법의 장치가 숨어 있다. 약물은 천천히 신체로 녹아들어가는 약물과 함께 세포의 상태를 일정한 단위로 모니터 할 수 있는 장치가 내장되는 것이다. 만일 생체칩을 인체 특정부분에 이식한 뒤 컴퓨터를 통해 전기충격을 가하면 해당 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기충격이 결합된 전자회로를 통해 세포막공의 개방을 유도함으로써 세포를 활동하게 하는 것이다. 생체칩을 대량으로 생산한다면 인체 결함세포를 대체하거나 교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물과 비생물 세포간의 좀더 첨단화된 결합체가 생체 활동을 주도하게 된다면 세포막공을 더욱 정교하게 개방해 난해한 유전자 요법의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20세기에 인공장기가 질병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면, 21세기에는 생체칩이 인간의 감각기관을 되살리며 인체 조직과 기관을 대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수병 기자soob@hani.co.kr

(사진/인공망막은 생체칩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일리노이대학 앨런초우(가운데)박사팀이 시각장애인에게 인공망막을 이식하고 있다)
색소성망막염, 당뇨성망막병증, 망막박리 등 망막 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시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유전성 망막질환인 색소성망막염은 빛을 수용하는 간상염색체와 망막에 있는 감광세포가 손상되어 빛을 감지하지 못해 시력을 잃게 된다. 시력을 잃게 되는 것은 중증 녹내장이나 당뇨합병증 등의 원인도 있다. 하지만 가장 비율이 높은 것은 망막 이상으로 인한 실명이다. 현재 전세계의 망막 이상 환자는 3천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우 박사팀이 이식한 인공망막은 인조실리콘망막(ASR)이라 불리는 실리콘 마이크로칩으로 지름과 두께가 각각 25mm이다. 미세한 태양전지 3500여개가 들어 있는 마이크로칩은 빛을 전기신호로 전환해 뇌에 전달한다. 이때 빛에서 에너지를 얻기에 별도의 배터리나 유선으로 전원을 얻지 않아도 된다. 생체칩이 망막에서 빛을 감지해 전기신호로 전환하는 광수용체 구실을 대신하는 셈이다. 광수용체 구실을 하는 인공눈은 전기 신호가 인간의 신경을 자극해 빛의 방향을 감지할 수 있기에 개발될 수 있었다. 이미 미국과 독일의 몇몇 대학도 광수용체를 대신하는 인공망막을 개발한 상태이다. 존스 홉킨스대학 윌머 안(眼)연구소는 광센서와 전자장치로 이뤄진 2mm 정도의 반도체 칩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장치는 눈의 망막 부근에 설치되어 외부의 레이저 광선에 의해 작동된다. 동공을 통해 빛과 영상을 감지하면 내부의 광센서가 빛과 영상을 전기신호로 바꾼다. 이것이 망막 뒤의 신경을 자극하여 영상을 재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빛이 안경에 장착된 극소형 비디오카메라를 통해 인공망막에 전달하므로 완전한 생체칩으로 여기기는 힘들다. 물론 비디오카메라를 거친 빛이 인공망막에 전달되면 빛이 강도에 따라 바둑판처럼 이뤄진 감응부위에 전기가 발생해 시신경을 자극하게 된다. 아직까지 생물학과 공학의 성공적인 만남으로 불리는 인공망막은 완전한 시력을 보장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다만 햇살의 뜨거움을 느낄 수 있고 사물과 사람의 형체를 구별하는 정도이다. 아직까지 흑백의 영상 정도에 머물고 선명도도 떨어진다. 이미 청각장애인들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되어 청각 기능을 되살리고 있는 인조실리콘귀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일지라도 희미하게나마 외부의 형상에 시각적으로 반응하게 된 것은 생체칩 역사의 의미있는 진전임에 틀림없다. 수정체 이상으로 인한 시각장애를 교정해주는 게 1300여년 전에 나온 안경이었다면 이젠 망막의 손상까지 보정해줄 수 있는 ‘인공 눈’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눈먼 사람이 눈을 뜨는 이적이 성서 속의 신화에서 첨단공학의 세례로 일상적 행위로 거듭나게 한 게 바로 생체칩(bionic microchip)이다.

생명과 공학의 환상적 만남은 어디까지 초위험적 요소가 곳곳에 도사린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생명은 어쩌면 바람 앞의 등불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자공학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치료하고 신체기관을 대신하는 날이 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600만달러의 사나’를 현실화할 인체 세포와 미세전자회로를 융합한 생체칩의 원형이 개발되기도 했다. 생체칩은 전자장치 이식을 통해 시각이나 청각장애자들의 눈과 귀의 기능을 일부 회복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심지어 생명활동의 중추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것도 영화 속의 일이 아니다. 심지어 인체세포와 전자 회로를 결합해 컴퓨터로 인체 내의 세포할동을 통제하는 것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생체칩을 심장 세포나 혈관에 주입해 다른 세포를 만들고 약물을 내장해 혈관의 생성을 촉진할 수 있는 것이다. 머리카락보다도 가늘고 작을 수 있는 생체칩. 하지만 그 속에는 마법의 장치가 숨어 있다. 약물은 천천히 신체로 녹아들어가는 약물과 함께 세포의 상태를 일정한 단위로 모니터 할 수 있는 장치가 내장되는 것이다. 만일 생체칩을 인체 특정부분에 이식한 뒤 컴퓨터를 통해 전기충격을 가하면 해당 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기충격이 결합된 전자회로를 통해 세포막공의 개방을 유도함으로써 세포를 활동하게 하는 것이다. 생체칩을 대량으로 생산한다면 인체 결함세포를 대체하거나 교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물과 비생물 세포간의 좀더 첨단화된 결합체가 생체 활동을 주도하게 된다면 세포막공을 더욱 정교하게 개방해 난해한 유전자 요법의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20세기에 인공장기가 질병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면, 21세기에는 생체칩이 인간의 감각기관을 되살리며 인체 조직과 기관을 대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수병 기자soob@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