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자들은 그토록 수선스럽게 구두를 갈망하는가
김경/ 패션지 <바자> 피처 디렉터
여자의 일생 중 대체로 10분의 1쯤은 전화를 기다리는 일에 허비된다. 그런데 휴대전화도 없이 휴대전화가 울리길 기다린 날이 있었다. 전화기를 자동차 안에 두고 내렸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다. 어째서 이런 일이…. 아마도 그날 점심 무렵에 산 봄 구두 때문이었을 것이다. 낭창한 가죽 끈으로 내 발목을 감싸고 있는 노란색 라운드 토 슈즈에 마음을 빼앗겨 휴대전화가 없다는 사실도 모른 채 벨이 울리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에게 구두란 무엇인가? 무엇이기에 어떤 여자는 ‘섹스보다 마놀로 블라닉 구두가 더 좋다’고 말하고, 또 어떤 여자는 집세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고가의 지미추 구두를 포기하지 못하나? 심지어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여성들이 높은 굽의 뾰족코 하이힐을 신기 위해 발을 깎는 외과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 여자들은 이토록 수선스럽게 구두를 갈망하나?
넣고 뺀다는, 신발과 발의 관계에서 암시되는 단순한 성적 메커니즘만으로는 뭔가 설명이 부족하다. 핵심은 가장 에로틱한 신체 기관으로 알려져 있는 여자의 발을 지속적으로 만족시켜주는 완벽한 구두는 남자만큼 만나기가 어렵지 않다는 데 있다. 게다가 잘 만든 여자의 구두는 조형적인 아름다움으로 보나 컬러풀한 색으로 보나 하나의 완벽한 예술품이다. 그런데 그러한 섹시한 예술품이 여자의 몸 아래 깔린 발 씌우개에 불과하다니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그 때문인지 나는 내 발에 잘 맞는 멋진 구두를 신고 있으면 다루기 힘든 근사한 남자와 예술품을 동시에 지배하는 듯한 관능에 휩싸인다.
그런데 아무리 섹시한 구두라도 내 발이 편치 못하면 단지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내 발은 뚝하면 물집이나 티눈이 생기는 통통한 평발에 가깝다. 그래서 그동안 패션 잡지 속에 나오는 예쁜 구두를 보면 넋을 잃고 쳐다보기만 할 뿐 웬만해서는 엄두도 못 내왔다. 그런데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게 됐다. 이번 시즌의 특징은 소재와 컬러의 제한이 없을 정도로 다양해졌다는 것인데, 특히 유례가 없을 정도로 화려해진 컬러가 너무나 유혹적이다. 핑크, 옐로, 그린 등의 달콤한 ‘캔디’ 컬러부터 원색적인 빨강이나 글래머러스한 골드까지 정신 못 차리게 할 정도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나처럼 통통한 평발의 여자도 편안하게 품을 수 있는, 앞코가 동그란 구두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은 앞코가 둥글면 발레리나 슈즈처럼 굽도 낮아지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굽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에 도도한 뾰족코 구두에게 둥근코가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라나? 이제 보통 사람들도 세련된 패션감각을 자랑하는 가장 위트 있는 수단으로 구두를 이용하고 있다. 여성스러운 저지 스커트나 시폰 드레스가 없어도 상관없다. 요즘은 청바지 아래 형광색 에나멜 구두를 신고, 온몸을 검정색 정장으로 도배하고도 신발만큼은 ‘분홍신’을 신는 시대가 도래했다. 어떤 날 남자는 술집에 가야 하지만, 어떤 날 여자는 구두를 사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는 피차 견딜 수 없는 날들이 있다. 그러니 좋은 남자가 되고 싶다면 여자에게 구두를 사줘라. 그게 좋은 남자다. 원한다면 나는 술을 사겠다.

그런데 아무리 섹시한 구두라도 내 발이 편치 못하면 단지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내 발은 뚝하면 물집이나 티눈이 생기는 통통한 평발에 가깝다. 그래서 그동안 패션 잡지 속에 나오는 예쁜 구두를 보면 넋을 잃고 쳐다보기만 할 뿐 웬만해서는 엄두도 못 내왔다. 그런데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게 됐다. 이번 시즌의 특징은 소재와 컬러의 제한이 없을 정도로 다양해졌다는 것인데, 특히 유례가 없을 정도로 화려해진 컬러가 너무나 유혹적이다. 핑크, 옐로, 그린 등의 달콤한 ‘캔디’ 컬러부터 원색적인 빨강이나 글래머러스한 골드까지 정신 못 차리게 할 정도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나처럼 통통한 평발의 여자도 편안하게 품을 수 있는, 앞코가 동그란 구두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은 앞코가 둥글면 발레리나 슈즈처럼 굽도 낮아지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굽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에 도도한 뾰족코 구두에게 둥근코가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라나? 이제 보통 사람들도 세련된 패션감각을 자랑하는 가장 위트 있는 수단으로 구두를 이용하고 있다. 여성스러운 저지 스커트나 시폰 드레스가 없어도 상관없다. 요즘은 청바지 아래 형광색 에나멜 구두를 신고, 온몸을 검정색 정장으로 도배하고도 신발만큼은 ‘분홍신’을 신는 시대가 도래했다. 어떤 날 남자는 술집에 가야 하지만, 어떤 날 여자는 구두를 사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는 피차 견딜 수 없는 날들이 있다. 그러니 좋은 남자가 되고 싶다면 여자에게 구두를 사줘라. 그게 좋은 남자다. 원한다면 나는 술을 사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