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생명체는 자신의 정체를 영·위(榮·衛)하기 위해 끊임없이 반응해야 한다. 만일 반응하는 능력이 없다면 생명체로서 구실을 할 수가 없다. 우리 몸에 어떤 자극이 가해지면, 우리 몸은 변화를 겪게 된다. 바뀐 몸을 정상으로 되돌려놓으려면 알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 그러한 대응행동을 반응이라고 한다. 예컨대 자연치유력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반응점이 우리 몸에 있다. 이 점을 자극하면 자연치유력이 활성화된다. 그런 점을 경혈이라고 한다. 예민한 반응점을 침, 뜸, 지압, 부항으로 자극하는 것은 다 자연치유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어떤 세균이 몸 속으로 침입하면 일부 백혈구가 동원돼 세균 소탕작전을 벌인다. 이 전투 경험은 다음에 같은 세균이 쳐들어왔을 때 위력을 발휘한다. 세균을 미리 알아보고 훈련된 항균성 백혈구들을 동원해 잽싸게 소탕해버린다. 이것이 바로 면역반응이다. 이처럼 모든 생명체는 시시각각으로 반응하며 변하고 있다. 사람도 다양한 자극과 반응 속에서 삶을 영위하게 마련이다. 모든 치료자는 선천적·후천적 반응, 일시적·장기적 반응을 예리하게 관찰해 진단과 치료에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몸에 가해지는 자극을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반응할수록 건강한 개체다.
15세기 말 로마 교황 인노켄티우스 8세가 병에 걸려 한 소년의 신선한 피를 수혈받고 나서 죽었다. 서로 궁합이 맞지 않는 피로 인한 수혈 쇼크사였다. 이것은 한 사람의 피가 다른 사람의 피에 대한 반응이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실례이다. 사람의 혈액을 혈구(피의 알맹이)와 혈청(피의 액체)으로 갈라 서로 섞어보면, 어떤 혈청에 의해서 응집(엉키는 것)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이 있다. 이에 따라 혈액은 A, B, AB, O 네 가지 형으로 분류한다(1901년). 혈액형의 분포 상태가 나라마다 민족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대개 A형이 약 40% 정도, O형이 30%, B형이 20%, AB 형이 10% 정도 분포한다.
혈액의 성분은 모두 비슷하지만 효용성은 서로 다르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의 피일지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사망에 이르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그 원인은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음식과 약은 누구에게는 보약이 되는 반면에 다른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한의학의 사상체질론(四象體質論)에 나름대로 깊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과학자들이 심도 있게 따져볼 만한 연구과제라 생각한다.

사진/ 한겨레 윤운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