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남의 곤란한 무의식이 빚어내는 즐거운 로맨틱 코미디 <폴리와 함께>
이성욱/ <씨네21> 기자 lewook@hani.co.kr
잘생기고 몸 좋은 프랑스인 스킨스쿠버 강사의 호객 방식은 이 영화 <폴리와 함께>(4월2일 개봉)의 스타일을 암시한다. 풍광 좋고 평화로운 해변이지만 굳이 자기 혼자만 누드로 돌아다니며 수강생을 모집할 이유가 있는가. 아닌 게 아니라 사단이 났다. 페퍼(벤 스틸러)의 어여쁜 신부가 바닷속 경치만 구경한 게 아니라 그의 몸까지 탐사해버렸다. 들뜬 페퍼가 호텔방에서 첫날밤 준비에 몰두해 있는 동안 말이다. 어쨌든, 페퍼가 이제 막 자신의 아내가 된 여인과 스킨스쿠버의 ‘응응응’ 광경을 봐버렸으니 결혼이 끝장나는 건 당연하다. 이제 영화는 ‘음란한 서두’를 재빨리 마무리하고 실의에 빠진 페퍼가 새로운 배필을 얻는 코믹하고도 기막힌 여정을 보여줘야 한다.
그 전에 잠깐. 프로이트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페퍼의 행동에 이상한 낌새가 느껴진다. 그는 왜 ‘함께 스킨스쿠버를 배워보자’는 아내의 청을 뿌리치고 그녀 홀로 나체의 남자에게 맡겨버렸나? 왜 그는 불륜 현장을 덮쳐놓고 칼부림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먹질 한번 하지 않는가? 또 혼자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교통편으로 택시도 아니고 문제의 스킨스쿠버의 차량을 택하는가? 짐작건대 페퍼의 무의식은 그 여자와의 한평생을(혹은 결혼이란 행위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 슬퍼하는 페퍼를 위로하러 온 친구(필립 시무어 호프먼)는 페퍼의 이런 무의식 대신 여자의 무의식을 발견해낸다. 결혼 피로연의 파티 장면을 담은 비디오에서 언뜻 스쳐지나가는 여자의 환한 웃음 뒤에 슬며시 드리워져 있는 작은 망설임을 발견해낸 것이다. 이래저래 이 커플이 신혼여행에서 재빨리 파탄을 이룬 건 행운인 셈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페퍼는 자신의 무의식과 의식이 만들어내는 부조화 때문에 즐거운 곤욕을 치른다. 이 영화의 슬랩스틱 코믹도, 진한 화장실 유머도 대부분 여기서 나온다. 페퍼의 의식을 지배하는 건 다분히 그의 직업 정신이다. 미래의 위험 요소를 기막히게 분석해내는 보험회사 수석 손해사정인. 이에 따라 그의 의식은 안전하고 안락한 미래를 위해 위험도가 아주 낮은 여자를 찾아 하루빨리 결혼하길 재촉한다. 하지만 그의 짓눌린 무의식은 툭하면 탈이 나 여자와의 동침 기회마저 망치게 하는 그의 과민성 대장처럼 어딘가 꼬여 있다.
사실 페퍼의 무의식은 아내와 붙어먹은 남자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품성’을 가졌다. 악의는 아니었다고 난처한 표정을 짓는 스킨스쿠버는 언뜻 보기만 해도 결혼이란 애정 방식과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졸지에 바보가 된 자신에게, 아내에게, 스킨스쿠버에게 분노하지 않는 페퍼 역시 마찬가지다. 페퍼는 “난 결혼 생각은 없어. 우린 잠깐 사귈 뿐이야”라며 히피 스타일로 사는 잔혹 아동 작가 지망생 폴리(제니퍼 애니스톤)를 천생연분이라고 본능처럼 깨닫지 않는가? 유유상종이라고 페퍼는 긴 우여곡절 끝에 폴리와의 연애에 성공하고, 그 스킨스쿠버와는 친구가 된다. 그들만의 리그 같은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혹시 당신의 무의식도 여기에 뛰어들고 싶은 건 아닌가.

사실 페퍼의 무의식은 아내와 붙어먹은 남자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품성’을 가졌다. 악의는 아니었다고 난처한 표정을 짓는 스킨스쿠버는 언뜻 보기만 해도 결혼이란 애정 방식과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졸지에 바보가 된 자신에게, 아내에게, 스킨스쿠버에게 분노하지 않는 페퍼 역시 마찬가지다. 페퍼는 “난 결혼 생각은 없어. 우린 잠깐 사귈 뿐이야”라며 히피 스타일로 사는 잔혹 아동 작가 지망생 폴리(제니퍼 애니스톤)를 천생연분이라고 본능처럼 깨닫지 않는가? 유유상종이라고 페퍼는 긴 우여곡절 끝에 폴리와의 연애에 성공하고, 그 스킨스쿠버와는 친구가 된다. 그들만의 리그 같은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혹시 당신의 무의식도 여기에 뛰어들고 싶은 건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