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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한반도에 ‘뜨거운 미래’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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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3-2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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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동안의 기상관측 자료 분석해보니 지구 평균보다 기온 더 높아지고 집중호우 늘어

오철우 기자/ 한겨레 사회부 cheolwoo@hani.co.kr

한반도 강수 패턴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집중호우 가능성이 높아 홍수 피해가 많아질 전망이다.(연합)
“한반도가 심한 기후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도시화의 영향도 받아 한반도에선 지구 평균치보다 큰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상청 기상연구소 기후연구실장인 권원태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후 100년 동안의 기상관측 자료를 분석해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두고 “이제 우리도 기후 변화에 실질적으로 대처하는 노력이 절실해지고 있다”고 요약했다. 그만큼 20세기의 기상관측에 나타난 수치들은 기상·기후학자들한테 우려를 자아낼 만한 것이다.


겨울이 한달 가까이 짧아졌다

기후연구실은 지난 2년 동안 지구와 한반도의 지난 100년과 오는 100년의 기후 변화를 분석한 결과의 일부를 ‘근대 기상관측 100주년 기념일’(3월25일)에 앞서 보고서로 내놓았다.

보고서에는 무엇보다 기온과 강수량의 변화가 눈에 두드러진다.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 동안 무려 1.5도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910년대 평균기온은 12도를 약간 넘었으나 1990년대엔 13.5도를 기록했다. ‘1.5도’ 상승폭은 지구 전체의 평균기온인 0.6도(±0.2)를 2배 이상이나 웃도는 수치다.

북극점의 해빙을 보여주는 위성사진.(AFP연합)
평균기온의 상승은 자연계절 변화로도 나타났다. 하루 평균기온 5도 이하인 겨울은 지난 80년 동안 한달 가까이 짧아져, 개나리·진달래·벚꽃 등의 개화 시기도 갈수록 앞당겨지는 것으로 관측됐다. 1920년대 겨울은 3월 하순 무렵에 끝났으나, 1990년대 겨울은 3월 초순에 끝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반도에선 지구 차원에선 거의 기온 상승이 나타나지 않던 1960, 70년대에도 지속적으로 평균기온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당시에 급격히 이뤄진 산업·도시화의 영향 때문인 것 같다”고 권 박사는 풀이했다. 한반도의 평균기온 상승에 끼친 도시화의 영향은 20~30%에 이른다고 그는 덧붙였다.

강수 패턴의 변화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의 평균 강수량은 200mm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온에 비해 상승 추세는 뚜렷하진 않지만 1910년대 1150mm였던 강수량은 1990년대에 1250mm 이상을 기록해 전반적인 증가세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강수량의 증가가 아니다.

권 박사는 “강수량은 100년의 기간을 통틀어 전반적 증가세를 보였으나 매우 불규칙해 가뭄도 심하게 발생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910, 40, 70년대엔 건조기의 양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수량의 불규칙함은 점차 한반도 기후의 새로운 특징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강수일이 줄어드는 것은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강수량은 늘었지만 강수일이 줄고 있다는 것은 비가 한번 오면 집중호우가 될 가능성이 예전보다 더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하루 강수량이 80mm 이상인 ‘호우’ 발생일은 1954~63년 연평균 1.6일에서 1994~2003년 2.3일로 늘었으나, 최근 50년 동안 전국 14개 도시의 강수일은 줄어 점차 집중호우로 바뀌고 있음을 드러냈다.

100년 뒤 해장국은 오징어로?

한편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는 최근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해 1991년 357.8ppm에서 2000년 373.6ppm을 기록했다. 이런 전반적 온난화는 생태계에도 영향을 끼쳐 19세기엔 주로 중부 이남지방에 자란 것으로 사료에 기록된 왕대가 2001년 조사활동에선 약 100km 이북에서도 발견됐다. 권 박사는 “여러 작물들의 식생 분포가 점차 북상하는 것으로 다른 조사에서도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100년의 한반도 기후는 어떤 모습일까. 기상연구소 기후연구실은 지난 100년의 기상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100년의 한반도 기후 변화를 기상청 슈퍼컴퓨터로 예측한 결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금처럼 늘어난다면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지구 전체의 상승폭(4.6도)보다 더 높은 6.5도나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강수량은 30%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 박사는 “기후 변화로 인해 앞으로 해장국은 북어가 아니라 오징어로 끓여야 할 때가 올 수도 있다”며 “기후 변화는 기상학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우리의 산업·경제와 생활·문화를 서서히 바꿀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주제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의 기후 변화를 놓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예측과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해 · 연안의 수온 상승 뚜렷

[해양 온도 변화]

기후 변화의 영향은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영상 박사(해양연구과) 연구팀은 ‘한국 연근해 해양 이상변동’을 주제로 지난해 한국환경과학회지(제12권)에 낸 논문을 통해 “한반도 주변 바다의 표면수온은 물론 용존산소량도 점차 온난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장기적 변동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한반도 주변 해양의 연평균 표면수온은 지난 33년(1968~2000년) 동안 동해에서 0.72도, 남해에서 0.53도 올랐으며 서해에선 가장 높은 0.99도가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연평균 표면수온은 동해 16.7도, 남해 18.6도, 서해 14.2도이다.

연구팀은 “수온 상승은 1980년 후반부터 뚜렷해졌는데, 이는 1980년대 후반 이산화탄소 증가와 지구 온난화가 뚜렷했던 시기와 매우 유사한 변동 경향성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했다. 서 박사는 “서해는 다른 바다에 비해 해수량이 가장 적고 수심이 얕아 온난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풀이했다.

특히 연안의 수온 상승은 더욱 뚜렷했다. 제주도, 울릉도 등 근해 어장의 표면수온은 1995년 이후 0.5~1.5도 정도의 뚜렷한 고수온 현상을 보였다.

수온 상승으로 용존산소량도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모든 수심층에서 용존산소량은 오랜 시기에 걸쳐 줄어드는 경향성을 띠어 지난 33년 동안 해마다 0.013㎖/ℓ씩, 모두 0.42㎖/ℓ가 준 것으로 나타났다.

서 박사는 “이에 따라 난류성 플랑크톤이 급증하고 오징어·멸치 잡이가 늘어나는 등 바다 수온의 변화는 해양 생태계에도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며 “김 양식의 북상 등 어업 지역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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