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의 음악, U2와 엔야의 새음반
등록 : 2000-11-21 00:00 수정 :
아일랜드 가수들이 공통적으로 풍기는 묘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결코 아일랜드 팝을 하나로 묶을 수 없게 만드는 양극단의 뮤지션은 그룹 U2와 엔야다. 서로 미워하는 장르인 록과 뉴에이지의 대표적인 주자라는 면에서 그렇다. 또한 U2가 노래를 통해 사회문제를 발언해온 반면 엔야는 고딕 성당이나 유럽의 오랜 민담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동화적 서정성으로 어필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남성그룹과 여성가수는 모두 한국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아왔다. 이들이 짧지 않은 공백을 거친 뒤 최근 새 음반을 냈다.
U2의 신보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는 <Pop>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9번째 정규앨범이다. 이번 앨범은 <Pop>의 테크노 리듬에 한숨짓고 빌리지 피플을 연상시키는 ‘Discotecqe’의 뮤직비디오에 눈물 흘리며 등을 돌린 U2팬들을 충분히 돌아 앉힐 만하다. <The Joshua Tree> 때까지 U2를 규정짓던 요소 가운데 하나였던 에지의 ‘징징’ 울리는 기타소리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이 음반은 전반적으로 ‘다시 돌아와 거울 앞에선’ U2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느낌은 첫 싱글 커트된 머릿곡 <Beautiful Day>에서부터 확연하다. 90년대 이후 발표된 앨범 모두에서 조롱과 냉소가 가득했던 보노의 목소리는 80년대의 깊이와 자신감으로 다시 돌아온 것 같다. 두 번째 곡인 <Stuck In A Moment You Can’t Get Out Of>에서 그 느낌은 더욱 발전하면서 80년대와도 구별되는 이들의 변화가 감지된다. 맑고 선명한 기타연주와 보노의 편안하면서도 확신에 찬 목소리에서 80년대 아일랜드의 현실에 대한 분노와 90년대 록음악에 대한 고민을 넘어선 이들의 연륜이 조용하게 빛을 발한다. 그러나 원숙함은 젊은 에너지와의 교환을 통해서 얻어지는 숙명의 미덕이기도 하다. 듣다보면 한없이 침잠하게 만드는 앨범이지만 처음 귀에 꽂혔을 때 다가오는 전율은 이전 앨범에 비해서 덜한 것이 사실이다.
엔야의 새 앨범 <A Day Without rain>은 <The Memories Of Trees>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여섯 번째 정규앨범이다. 88년 발표한 첫 데뷔앨범 때부터 함께 작업해온 니키 라이언과 로마 라이언의 이름을 어김없이 이번 앨범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작곡과 편곡 역시 엔야 자신이 직접했다. 그만큼 새로울 것은 없지만 신비로우면서 청순한 엔야만의 개성은 여전하다. 엔야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하모니’는 이번 앨범에서도 절묘하게 그 매력을 발휘한다. 보컬은 악기를 배경으로 나오는 목소리가 아니라 연주 안으로 푹 파묻혀 앙상블의 한 부분으로 훌륭하게 기능한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감미로움이 앨범 전체를 감싸고 있지만 분명히 미국식 뉴에이지 음악의 기름기는 빠져 있다. 수백번의 오버 더빙을 통해 만들어진 청각적 환상이 때로는 호숫가를 거니는 듯 청명하게 때로는 그레고리안 성가가 연주되는 듯 장엄하게 연출된다.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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