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1mm의 과학/ 도마뱀의 이동 원리]
‘스패툴라’(spatala)라 불리는 나노구조체에는 비교적 단단한 분자들 사이의 끌어당기는 힘을 일컫는 ‘반 데르 발스 힘’(van der waals force)이 작용한다. 이들이 어떤 표면이든 작은 융기 구조로 흩어지면서 점착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도마뱀 한 마리에는 650만개가량의 끈끈이들이 있는데, 이것이 표면에 접착되면 무려 130kg을 들어올릴 정도로 강력하다. 사람이라면 자신의 체중을 어디에서든 지탱할 수 있는 힘이다.
도마뱀의 끈끈이가 표면에 접착하는 구실만 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물론 도마뱀들은 떼었다 붙였다 하는 동작을 자유롭게 취한다. 도마뱀이 자신의 발을 옮기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15밀리초(1밀리초는 1000분의 1초)에 지나지 않는다. 강력한 접착력을 보이면서도 가볍게 떼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스패툴라가 표면에서 떨어질 때 끈끈이의 강모들이 지렛대 구실을 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강모가 셀프 어셈블러 구실을 하는 셈이다.
도마뱀들은 끈끈이 강모들이 제대로 기능을 해야만 표면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 특유의 발가락 껍질 벗기기를 시도한다. 약한 끈끈이 강모를 제거해 탈착 과정에서 스패툴라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끈끈이 강모가 최적의 기능을 발휘하는 각도는 30도이다. 강모의 각도를 30도로 유지하기 힘들다고 생각될 때 껍질을 벗겨내 새로운 강모가 생기도록 한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 UC버클리대학 연구팀이 밝혀냈다.
만일 도마뱀의 스패툴러를 닮은 테이프를 개발한다면 영화 속의 스파이더맨처럼 장갑을 끼고 건물이나 암벽을 간단하게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자유로운 탈부착이 가능한 접착테이프를 비롯해 진공 상태에서 반도체를 옮기거나 작은 섬유조직을 집어올리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이미 영국 맨체스터대학 연구팀은 ‘게코 테이프’를 개발해 상업화에 나섰다. 플라스틱을 이용한 미세섬유가 도마뱀의 털을 대신하는 것이다.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사람이 마치 도마뱀처럼 어디든 맘대로 이동할 수는 없을까. 도마뱀은 표면 상태를 가리지 않고 이동하는 탁월한 재주를 지녔다. 건조하거나 습하거나, 더럽거나 깨끗하거나, 부드럽거나 거칠거나 맘대로 옮겨다닌다. 이들의 탁월한 이동능력은 발가락에 붙어 있는 끈끈이에서 비롯된다. 지름 100나노미터(nm)의 미세한 크기에 무려 100~1천개의 끈끈이가 달려 있다. 끈끈이의 끄트머리에는 미세한 나노구조체들이 자리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