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대장금, 돈 버는 데 대장!
등록 : 2004-03-18 00:00 수정 :
매출액 250억원의 비밀… 광고 다 팔리고 상표 · 인터넷 · 음반 무한확장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한 상궁의 열연은 <대장금> 시청률을 50%대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온 국민의 입에서 ‘오나라 오나라’를 흥얼거리게 했던 드라마 <대장금>이 3월23일 종영을 앞두고 있다. 실록에 단 한줄 등장했던 인물, 서장금의 일생을 그린 <대장금>은 드라마 속 스토리와 드라마 밖 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몇 차례 신드롬을 일으켰다. 뚝딱뚝딱 흥겨운 도마질 소리에 색색깔의 요리가 차려지는 광경을 지켜보며 시청자들은 군침을 흘리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요리학원에 수강생들이 몰려들고 대장금 이름을 딴 식당 메뉴까지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천민 출신으로 최고상궁에 오른 한 상궁(양미경)은 후배를 사랑하고 아끼면서도 원칙을 잃지 않는 캐릭터로써 바람직한 여자 상사의 귀감이자 수평적 리더십의 모델로 사랑받았다. 한 상궁(양미경)-최 상궁(견미리) 갈등의 골이 깊어지던 11월17일 방영분에서 처음으로 시청률 50%대를 돌파한 뒤 꾸준히 40~50%대를 오가던 <대장금>은 장금(이영애)과 벼랑 끝 대결을 벌이던 최 상궁이 죽음을 맞이하는 후반부로 접어들며 3월2일 최고 시청률 56.8%를 기록했다. 54회라는 대장정의 막바지에 이르러서도 <대장금>은 뒷심을 잃지 않고 있다. 민정호(지진희)와 장금의 로맨스를 부각시키는 가운데, 남자들의 편견과 주변의 질시 속에서도 여자의 손으로 옥체를 진맥하는 조선 최초의 여자 주치의가 되는 과정을 긴박하게 그려내 독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상표 빌려주고 25억원 벌어
‘국민 드라마’ <대장금>이 전한 것은 감동만이 아니었다. 초등학생부터 할아버지·할머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았던 <대장금>은 그 두터운 애호층만큼 폭넓은 방법으로 돈을 벌어주었다.
역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것은 광고. 월·화요일 밤 10시대의 15초짜리 광고단가는 본래 1021만원이다. 그러나 <대장금>은 제작비용이 많이 든 특집 드라마로 대접받아 20% 더 얹은 1225만원으로 매겨졌다. 70분짜리 드라마의 광고시간은 7분이므로, 1회에 모두 28개의 광고가 나가게 된다. 23일 마지막 회에 이어 그 다음주인 29일과 30일엔 출연진의 NG 모음과 제작 현장, 명장면 명대사 등을 담은 <대장금 스페셜>을 내보내 모두 56회분이 되기 때문에 전체 광고 수입은 192억800만원이다. 불황으로 전체적인 광고판매가 부진한 상황인데도 <대장금>만은 다 팔린 것이다.
일반인들이 우정 출연하기 위해 이병훈 PD의 지도를 받고 있다. 사극에서는 보조출연자(엑스트라)가 많은데, 대감이 10명만 나와도 100만원을 훌쩍 넘긴다고 한다.
방송광고는 고전적인 형태의 수익이다. 대장금이라는 브랜드는 새로운 형태의 수익 모델이다. 문화방송은 2003년 기존의 콘텐츠팀 외에 콘텐츠TF팀을 따로 만들어 가동시켰다. 콘텐츠TF팀이 처음으로 맡은 프로젝트가 <대장금>이었는데, 이곳에선 대장금 상표를 다른 상품에 빌려주어 25억원가량을 벌어들였다. 떡·농산물·술·인삼드링크류·게임·인터넷 모바일 서비스·액세서리·인형 등 25가지 상품에 대장금이라는 상표를 1~2년 동안 쓸 수 있도록 계약을 맺은 것이다.
또한 대장금 스토리를 가공해 만화책(전 2권), 소설(전 3권) 등 출판물을 펴냈다. 김영철 콘텐츠TF팀장은 “수라간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건강식품이나 먹을거리 같은 상품이 인기가 높고, 대하드라마라서 6개월 동안 지속적인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업체들이 선호한다”며 “한국방송, SBS에서도 대행업체를 선정해 드라마 콘텐츠 등을 상표로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한류열풍이 불어도 사극은 해외 수출에서 외면받기 일쑤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여 외국인들이 볼 때 줄거리와 시대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4년 전 대만의 케이블 방송으로 <야망>(1998)이 전작 수출된 것을 효시로 <상도> <허준> <다모>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대장금> 또한 대만과 계약을 맺어 회당 1만달러씩 받고 4월부터 케이블·공중파·비디오의 순으로 나가게 된다.
사극 한계 뛰어넘어 해외에서도 환영
드라마 해외수출을 맡고 있는 MBC프로덕션쪽은 “현재 중국·일본과도 거의 성사 단계에 있어 세 나라를 합하면 모두 200만달러 가량을 벌게 된다”고 말했다. 일본과 계약이 이뤄지면 회당 약 2만달러에 이르게 돼 사극 해외수출가로는 최고를 기록한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타이·베트남·필리핀 등과도 협상 중이어서 수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라이벌인 장금(이영애)과 금영(홍리나)이 음식을 올리는 장면.
MBC프로덕션의 정해용씨는 “사극이 수출하기 어려운 장르이지만 거상 임상옥, 명의 허준처럼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춰 그들의 일생을 다루는 것은 외국인들도 감응할 수 있는 소재다. 대장금 또한 한 여자의 성공기인데다 이영애가 한류 스타이기 때문에 수출 전망이 밝다”고 분석했다.
인터넷 다시보기가 올리는 수익도 무시 못한다. 인터넷 동영상보기 조회건수는 지금까지 390만여건에 달하지만 이 중 유료 이용률은 40%가량. 미리보기(300원)·다시보기(500원)·대본보기(200원)·다운로드받기(1천원) 등 유료 서비스를 통한 수익은 8억79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무료 이용 서비스인 하나더TV에 붙는 스폰서 기업으로부터 받는 돈을 더하면 인터넷을 통한 수익은 이보다 더 불어난다. 하나더TV는 문화방송이 10대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마련한 것으로 iMBC와 계약을 맺은 기업의 홍보이벤트 등에 참가해 포인트점수를 얻음으로써 무료로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액수는 작지만 DVD 수입도 보탤 수 있다. 대장금은 분량이 많아 세 부분으로 잘라서 순서대로 출시했는데, 2003년 말 출시된 1부작(1~16회까지)은 2400세트가 팔렸다. 2월 말 나온 2부작, 종영 뒤에 나올 3부작이 다 출시되면 약 1억4천만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화방송은 2002년 <로망스>를 처음으로 드라마 전작 DVD를 출시해왔는데 이제까지 가장 호응이 좋았던 것은 2003년 11월 출시된 <다모>로 2월 말 현재까지 1만2천 세트를 판매했다. MBC콘텐츠팀 홍준수씨는 “젊은이들이 열광했던 <다모>만큼은 아니지만 <대장금>은 스테디셀러로서 꾸준한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잔치 장면을 찍으려면 음식 준비에만도 수천만원이 들어간다.
우리 국악에 대한 관심을 일으켰던 <대장금> OST도 탐나는 수입원이다. 현재 주제곡 <오나라>는 휴대전화 컬러링 등으로 팔리고 있으며 2월 초 음반 <대장금 OST>(BMG)도 출시된 상황이다. 하지만 방송사로부터 드라마 OST 관련 사업권을 위임받은 MBC프로덕션은 작곡가 임세현·음악감독 이시우씨가 임의로 내놓은 음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음악이 드라마를 통해 홍보됐기 때문에 음원 수입을 배분할 권리가 있으므로, 드라마가 종영되고 나면 소송을 통해서라도 시비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김흥도 차장은 “통상 드라마 OST의 경우 MBC프로덕션이 7%의 권리를 인정받아 음반 1장에 400원의 수익을 가져간다”고 말했다. <다모>가 10만장 팔린 것을 기준할 때 <대장금> 역시 그 정도라고 예상하더라도 지분권이 가려지고 나면 적어도 4천만원 이상이 MBC프로덕션에 돌아가는 셈이다.
“제작비 빼면 순수익은 120억 정도”
이처럼 <대장금>이 올리는 매출액을 모두 합하면 253억여원 정도에 이른다. 그러나 <대장금>을 기획한 조중현 PD는 “번 만큼 들인 것도 많으므로 매출액만 보지말라”고 말한다. 조 PD는 “출연료·미술비용 등 직접 제작비가 회당 1억5천만원 정도에 이르기 때문에 총 직접 제작비용만 해도 80억여원에 이른다. 여기에 세트 제작비용·제작진 월급 같은 간접 제작비를 합하면 총 제작비는 135억여원 정도 된다”고 계산한다. 결국 대장금이 남긴 순수익은 120억여원에 이르는 셈이다.
마르지 않는 ‘부가가치’의 샘 [드라마 산업의 ‘원 소스 멀티유스’ 전략]피소현/ <스카이라이프> 기자 plavel@hani.co.kr
이제 드라마는 TV를 통해 방영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인터넷 다시보기(VOD) 서비스, DVD, OST 제작, 해외 수출 등 관련 산업과의 연동으로 한편의 드라마가 상당히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각 방송사 인터넷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VOD 서비스의 경우 SBS는 2001년 9월부터, 문화방송은 2003년 4월부터 유료 서비스로 전환했다. 드라마 한회당 500원의 요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이용자 수는 계속 증가해 SBSi의 경우 하루 평균 이용횟수가 3만5천건이 넘는다. SBSi 전략기획팀 김민선 과장에 따르면 VOD 서비스로 얻은 수익이 2001년에는 6억원에 머물렀지만 2002년에는 40억원으로 증가했고 2003년에는 50억원을 넘어섰다.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드라마는 <야인시대>와 <올인>. <야인시대>는 19억원, <올인>은 9억원을 벌어들였다. iMBC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해 많은 인기를 끈 <다모>와 <옥탑방 고양이>는 각각 115만건, 160만건의 이용횟수를 기록했다. 현재 최고의 인기 드라마인 <대장금>은 이미 181만건을 넘어선 상태. 이를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8억8천만원에 이른다. iMBC 전략기획팀 김지수씨는 “드라마가 종영된 뒤에도 다시 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VOD 서비스로 수익을 얻는 구조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OST는 드라마와 시너지 효과를 내며 동반 흥행하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 지난해 <올인>과 <다모>의 OST가 인기를 얻으면서 시작된 이같은 현상은 불황의 늪에 빠진 음반업계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컬러링, 벨소리 다운로드 등 모바일 서비스에서도 드라마 수록곡들이 높은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가장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천국의 계단>과 <발리에서 생긴 일> OST. 특히 <안되겠니> 등 수록곡 대부분이 시청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발리에서 생긴 일> OST는 현재 판매고 10만장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모바일 서비스도 100만건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인기 가수들도 이끌어내기 힘든 기록이다.
이처럼 OST가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자리를 잡아나가자 드라마 제작사들은 드라마 제작 못지않게 OST 제작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2002년 <모래시계>와 <겨울연가> DVD 출시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미니시리즈를 중심으로 드라마 DVD 제작도 활성화되고 있다. <겨울연가> <네 멋대로 해라> <다모>의 DVD는 10억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릴 정도. 특히 감독판으로 출시되어 마니아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네 멋대로 해라>의 경우 TV 드라마가 DVD 시장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드라마 DVD 제작사 비트윈의 장권일 과장은 “영화와는 달리 드라마는 DVD를 굳이 살 필요가 있느냐는 인식이 많았지만 마니아를 중심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소장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인식이 바뀌고 있는 만큼 제작편수와 매출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류를 타고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국내 드라마의 해외 수출도 드라마를 통해 얻는 수익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 프로그램 마켓에서 국내 드라마는 가장 관심이 높은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한류 스타가 출연하는 드라마의 경우 국내 방영 전부터 외국 방송사에서 구매의 손길을 뻗치는 일이 많다. MBC프로덕션 국제사업부의 정해용씨는 “수출액이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대만,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계속해서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증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MBC프로덕션의 수출액은 2001년 42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1천만달러를 넘어섰다. 또한 최근 <겨울연가>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는 드라마 방영권과 DVD, OST, 소설 <겨울연가> 판매 등 일본에서 <겨울연가> 관련 매출 규모가 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가을동화> <겨울연가> 등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드라마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을 경우 촬영지가 외국 관광객들에게 관광 코스로 각광받으며 외화 수입의 역할까지 하기 때문에 부가가치 창출 규모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