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림 초토화하는 대형산불 예방 · 진화 해결책… 적외선 감지기로 열점 포착, 항공 로봇도 등장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초대형 산불이 강원도를 불태우고 있다. 그것도 총선을 앞둔 시기에 발생해 ‘4년 주기 징크스’로 여겨진다. 실제로 지난 3월11일 발생한 속초 산불은 3700ha의 산을 잿더미로 만든 고성 산불(1996), 무려 2만3488ha를 불태운 삼척·강릉·동해 산불(2000)의 뒤를 이은 것이었다. 이번 산불은 고압선이 끊기며 발생한 전기불꽃이 초속 23m가 넘는 강한 바람을 타고 급속히 번졌다. 그나마 12시간 만에 70ha가량을 태우고 진화돼 이전의 산불보다는 피해가 적었다. 강원도는 지난해 148억원이던 산불방지 예산을 200억원으로 늘리고 36대의 헬기와 78대의 무인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입체적으로 산불에 대비했다. 하지만 송진을 함유한 소나무가 빼곡히 자리잡은 숲에 널린 수분 함유량이 낮은 건조한 낙엽과 풀 등이 불꽃으로 돌변하는 것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직까지 산불 확산을 막는 획기적인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입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해도 일시에 퍼지는 엄청난 화염을 잠재울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산불이 발생하면 주위의 온도가 급상승해 상승기류가 만들어진다. 이때 작은 불꽃이 하늘로 치솟아 화염을 만들어낸다. 상승기류로 생긴 불기둥은 불꽃을 주위에 퍼뜨리며 피해를 확산시킨다. 이명보 임업연구원 산불연구과장은 상승기류의 위력에 대해 “불덩이로 돌변한 솔방울이나 나뭇가지 등이 100m 이상 치솟은 상승기류를 타면 비화(飛火) 구실을 한다. 4년 전 동해안 산불 때는 불덩이가 1.5km가량 날아 간 것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날아다니는 불꽃을 인위적으로 잠재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상승기류에 의해 비화와 나뭇가지와 잎이 만드는 관모양의 수관이 타들어가는 ‘수관화’(crown fire)가 맞물리면 산불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비화’에 ‘수관화’까지 겹치면… 최근 수관화는 초대형 산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작은 나무와 덤불이 삼림 아래에 울창하게 번식한 지역에서 수관화가 이뤄진다. 사다리 장작 구실을 하는 작은 수목을 타고 불길이 상승기류에 휩쓸려 수목 상층부로 이동하는 것이다. 수관화는 화염이 나무의 윗부분을 태우는 데 그치지 않고 꼭대기와 꼭대기로 이어져 진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관화가 이뤄지면 식은 죽 먹기로 방화대를 넘고 어지간한 강폭은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이때 풍속은 16km에 이르러 1천도의 불꽃이 한 시간에 35t의 목재를 태울 정도의 강력한 기세를 유지한다. 수관화가 발생하면 생태계의 주요 서식지 구실을 하던 나무숲은 회복할 수 없는 불모지로 바뀐다. 심지어 엄청난 온도로 얇은 토양을 용암처럼 만들기도 한다.
산불은 숲을 파괴하면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산불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 들판에서 일어난 화재는 대부분 4~5년이 지나면 예전의 생태계로 복원된다. 하지만 울창한 숲에서 산불이 나면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면서 다른 피해를 일으킨다. 소나무 숲에서 발생한 산불이 진화된 뒤 몇 시간이 지나면 소나무 솔방울들이 열리면서 씨앗이 땅 여기저기에 흩어진다. 만일 소나무 씨앗이 발아하기에 알맞게 성숙했다면 숲은 복원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재생 능력이 떨어지는 대부분의 나무들은 30여년이 지나야 숲의 골격을 갖추고 40~50년이 지나야 먹이사슬을 복원해 생태계가 제 모습을 찾는다. 토양이 건조한 지역에서 일어난 산불은 지표면 근처의 식물을 태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나무의 그루터기와 토양 속에 서식하는 미생물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 게다가 부식토마저 피해를 보아 토양 침식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가뭄이 늘어나면서 초대형 산불의 위험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거주지와 삼림의 접경지대에 살고 있는 가정은 산불로 언제 이재민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렇게 환경이나 경제적으로 무수한 피해를 유발하는 산불을 막기 위해 국가적 대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젊고 유능한 소방관이라 할지라도 불길을 잡고 탈출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오르막길에서 시속 7km의 속도로 번지는 산불을 소방관이 따라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평지라면 몰라도 거친 지형의 산악지역에서 속도를 내서 불길을 피하기는 힘들다. 산불을 아예 방지하기는 어려울지라도 산림 접경지역에서는 방화재를 살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물을 농축한 액화 젤을 정제해 건물의 지붕, 벽 등에 부착해 건물을 화재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접경지에 방화재 살포… 첨단 기술 총출동
현재 산불을 진압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열처리 진화다. 이는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지역의 모든 방향으로 깊은 도랑이나 호를 파고 이곳에서 마주치는 화염을 화염 방사기로 발사한다. 이때 화염은 약해지게 된다. 이런 식으로 화재 지역에 도랑을 파는 것은 몇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기에 사람을 대신하는 화재 진압용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러시아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 ‘타이가’에는 연동 운반기와 흡사한 손, 발, 집게가 장착돼 있다. 이 로봇은 연동기를 사용해 지면과 맞물려 어떤 환경에서든 이동할 수 있고 내연기관이나 전기모터 등으로 작동되며 원격조종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항공용 컨테이너에서 낙하산을 이용해 화재 지점에 로봇을 정확히 낙하시켜 중앙통제실의 명령에 따라 방화 지역을 찾도록 할 예정이다. 다만 극한 상황에서 고장이나 복귀하지 못하는 위험이 따르는 게 결정적인 흠이다.
첨단 과학기술이 초대형 산불을 예측하고 방지하는 데 한몫하기도 한다. 널리 사용하는 게 인공위성이다. 지금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산불이 발생했을 때 발화지점을 찾아내는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4월부터 독일의 산불관측위성 버드(BIRD)의 적외선 수신기를 이용해 1평 정도 넓이의 산불을 잡아내고 있다. 이런 위성 시스템으로는 ‘산불이 났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 산불의 열량에 따른 특질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원격지에서 적외선 스캐너와 감광 조준장치를 이용해 불꽃의 세기와 방사량을 확인하려고 한다. 단발 세스나기도 상공을 선회하면서 적외선 감지기로 산불을 감시하는 데 쓰이고 있으며, 비행기 모형 동체에 각종 송수신 장치와 원격 감지장치를 장착한 항공 로봇도 등장했다.
“나무를 죽여 산불을 죽인다”
요즘 발생하는 초대형 산불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을까. 일단의 연구자들이 내놓은 해법은 놀랍게도 ‘벌목’을 통해 삼림을 줄이는 것이다. 미국 노던애리조나대학 삼림 전문가인 윌리엄 카빙턴은 “4㎢당 200그루 이상인 삼림의 밀집도를 5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자연적 방재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초대형 화재로 인한 피해가 훨씬 큰 미국 서부지역 산불을 방지하려는 해법이다. 기계적인 벌목이나 덤불을 제거해 산불을 막자는 주장에 대해 환경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이의 실효성을 확인하려고 몇몇 지역에서 현장 벌목을 시작했다. 국내의 숲도 녹화사업을 통해 울창해지면서 대형 산불의 위험에 놓여 있다. 더구나 인력·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숲만 조성해 놓았을 뿐, 거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무작정 벌목을 시도하기는 어려울지라도 숲을 숲답게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숲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것은 초대형 산불을 막는 일이기도 하다.

인공위성 ‘테라’는 스펙트럼 복사계 중화질 촬영기로 지구의 표면을 촬영한다. 테라가 한반도 상공을 지나며 열점을 포착한 이미지.
‘비화’에 ‘수관화’까지 겹치면… 최근 수관화는 초대형 산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작은 나무와 덤불이 삼림 아래에 울창하게 번식한 지역에서 수관화가 이뤄진다. 사다리 장작 구실을 하는 작은 수목을 타고 불길이 상승기류에 휩쓸려 수목 상층부로 이동하는 것이다. 수관화는 화염이 나무의 윗부분을 태우는 데 그치지 않고 꼭대기와 꼭대기로 이어져 진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관화가 이뤄지면 식은 죽 먹기로 방화대를 넘고 어지간한 강폭은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이때 풍속은 16km에 이르러 1천도의 불꽃이 한 시간에 35t의 목재를 태울 정도의 강력한 기세를 유지한다. 수관화가 발생하면 생태계의 주요 서식지 구실을 하던 나무숲은 회복할 수 없는 불모지로 바뀐다. 심지어 엄청난 온도로 얇은 토양을 용암처럼 만들기도 한다.

"생태계를 삼키는 산불을 잡아라!" 지난 3월10일 강원도 속초시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따라 번지고 있다.(한겨레 김종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