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수 북한 송환과 그 뒤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송환>, 그 기적의 순간들
임범 기자/ 한겨레 문화생활부 isman@hani.co.kr
‘조창손’ 73살. 1962년 연락선 부기관장으로 남파돼 민가에 밥 얻어먹으러 갔다가 체포. 전향 거부하고 30년 복역하고 92년 출소. 2000년 9월 북한으로 송환. ‘김선명’ 77살. 남한 출신으로 6·25 때 인민군에 입대했다가 51년에 투옥. 95년까지 45년 복역해 기네스북에 세계 최장기수로 오름. 2000년 9월 북한으로 송환. ‘안학섭’ 52년 전쟁포로로 체포돼 44년 복역한 김선명 다음의 장기수. 2000년 송환을 앞두고 결혼을 발표한 뒤 북한에 가지 않고 남음.
<송환>은 이들을 비롯한 장기수들의 북한 송환과 그 이후까지를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한국 독립영화의 대부로 불리는 김동원 감독이 92년 봄 출소 뒤 갈 곳이 없던 조창손과 김석형을 자신이 살던 봉천동으로 데려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둘을 대면하는 순간부터 12년 동안 그들의 삶을 쫓아간다. 그 촬영 분량이 800시간에 이른다. 이걸 추리고 추려 2시간28분으로 완성한 <송환>은 여러 갈래의 느낌과 생각으로 물길을 내면서도 수면은 잔잔한 저수지처럼 다가온다.
장기수 할아버지들의 얼굴 주름에서, (북한으로 송환된 장기수 63명의 수감시간을 합쳐 2045년에 이르는) 긴 고통의 시간을 읽을 수 있는 건 두말할 나위 없지만 그게 인물 하나하나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송환>은 연출되진 않았지만,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기록영화다. 조창손은 유머가 있고 남들에게 배려가 깊다. 전향하지 않았던 그가 전향하고 먼저 출소한 진태윤을 찾아갔을 때 진태윤은 고개를 들지 못한다. 한때 호랑이처럼 용맹했다지만, 시골 개 농장에 누추하게 사는 진태윤은 허파 깊숙이에서 솟아나는 듯한 울음을 운다. “다섯놈이 때리는데 한 600대까지는 세. 그리곤 정신 놓으면 그다음은 모르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꽁꽁 묶어서 여기다 볼펜을 끼어가지고 자기들이 쓰는 거야. 그렇게 전향당했어.”
안학섭은 눈매가 날카롭고 지적이다. 실제로도 고지식하고 원칙적인 그가 북한 송환을 앞두고 결혼을 발표하자 동료들이 비판한다. “내가 다 알아서 고민하고 판단한 건데 나한테 그러면 안 되잖아.” 북으로 가지 않고 남은 그가 송환자들을 태우고 북으로 가는 버스를 바라보는 눈엔 물기가 가득하다. <송환>엔 관객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대목이 많다. 김선명의 가족들이 그를 만나길 꺼릴 때, 조창손이 송환 전에 30여년 전 작전 도중 동료가 사망한 해안가를 찾아가 그곳의 흙을 한줌 퍼담을 때…. 하지만 영화의 침착함은 한결같다. <송환>에서 역사의 상흔이 조금이나마 봉합돼가는 과정을 보며 감동할 수 있고, 그 봉합이 매우 미온적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다. 그건 기본이다. 무엇보다 <송환>은 신문의 몇줄 기사로 읽어온 우리 시대의 거친 역사가 실제 사람의 삶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그 인간사의 섬세한 결을 살려서 전한다. 픽션으로는 못할, 체온과 체취를 재현하는 기적의 순간을 만든다.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선댄스영화제가 이 영화에 ‘표현의 자유상’을 준 건 너무 당연해 보인다.

안학섭은 눈매가 날카롭고 지적이다. 실제로도 고지식하고 원칙적인 그가 북한 송환을 앞두고 결혼을 발표하자 동료들이 비판한다. “내가 다 알아서 고민하고 판단한 건데 나한테 그러면 안 되잖아.” 북으로 가지 않고 남은 그가 송환자들을 태우고 북으로 가는 버스를 바라보는 눈엔 물기가 가득하다. <송환>엔 관객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대목이 많다. 김선명의 가족들이 그를 만나길 꺼릴 때, 조창손이 송환 전에 30여년 전 작전 도중 동료가 사망한 해안가를 찾아가 그곳의 흙을 한줌 퍼담을 때…. 하지만 영화의 침착함은 한결같다. <송환>에서 역사의 상흔이 조금이나마 봉합돼가는 과정을 보며 감동할 수 있고, 그 봉합이 매우 미온적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다. 그건 기본이다. 무엇보다 <송환>은 신문의 몇줄 기사로 읽어온 우리 시대의 거친 역사가 실제 사람의 삶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그 인간사의 섬세한 결을 살려서 전한다. 픽션으로는 못할, 체온과 체취를 재현하는 기적의 순간을 만든다.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선댄스영화제가 이 영화에 ‘표현의 자유상’을 준 건 너무 당연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