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춤을 추다가
성석제 지음, 도서출판 강(02-325-8486) 펴냄, 9500원
‘성석제가 말하는 성석제, 그리고 세상’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오늘날 ‘이야기꾼 성석제’를 만든 기억의 풍경이 담겨 있다. 억(憶)·애(愛)·엽(葉)·견(見)·유(流)·인(人) 등 모두 여섯 부분으로 나누어 어린 시절 고향의 추억과 자전거·타자기·음반 등 자기가 사랑했던 물건에 대한 애틋함, 만화부터 시에 이르기까지 지적 유랑의 내역, 그동안 만나고 배웠던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특유의 해학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이야기된 자기-일본 근대성의 형성과 사소설 담론
스즈키 토미 지음, 한일문학연구회 옮김, 생각의 나무(02-341-1616) 펴냄, 2만2천원
19세기 말 일본에서 유행한 ‘사소설’은 근대에 새롭게 형성된 ‘자기’를 비춰보는 거울이었다. 하지만 지극히 특수한 개인의 경험만을 다룸으로써 근대적 자아가 보편성을 획득하고 주체적으로 뿌리내릴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받았다. 미국에서 교수로 활동하는 일본인인 지은이는 사소설의 내용적 특징을 근대화 과정에 비추어 폭넓게 분석한다. 번역자인 한일문학회는 함께 공부했던 문화비평가 고 이성욱씨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밝혔다.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박완서 외 지음, 한길사(031-955-2010) 펴냄, 1만원
홍승우·주철환·신경숙 등 글쟁이·그림쟁이 13명이 풀어내는 음식 이야기. “나는 맛있는 걸 먹고 싶은 건 참을 수 있지만, 맛없는 건 절대로 안 먹는다”는 박완서씨가 손꼽는 ‘생애 최고의 음식’은 강된장, 호박잎쌈 같은 것이다. 그런가 하면 고 이오덕씨는 “내가 죽으면 하느님과 같이 뜨끈뜨끈한 감자를 먹을 것”이라고 했다. 초콜릿·수수팥떡·된장국밥에 아프리카 줄루족 식단까지 갖가지 음식의 향연이 글맛과 어우러져 꼴깍 군침 돌게 한다.
국민으로부터의 탈퇴
권혁범 지음, 도서출판 삼인(02-322-1845) 펴냄, 9500원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여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진보 지식인’으로 ‘사랑’받는 권혁범 교수의 글 모음집. ‘저항적 민족주의’도 위험할 수 있다고 여기는 지은이는 국정교과서·반공표어·신문기사·광고의 레토릭에서 국가주의적인 무의식이 형성되는 과정을 추적하며 집단적인 열정보다 개인에 대한 배려가 우선임을 역설한다. “우리는 모든 개별적 생명 앞에서 때로는 판단하기를 멈춰야 한다. 그때 남겨진 과제는 머뭇거리는 일이다.”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도서출판 황매(02-3673-4121) 펴냄, 8500원
‘인간관계의 대부분은 가식’이라고 믿는 여고생 ‘하츠’는 평범한 다른 아이들처럼 ‘그룹의 일원’이 될 것인지, ‘나머지 인간’이 될 것인지 갈림길에 놓여 있다. 그러던 중 또 하나의 ‘나머지 인간’에 속하는 소년 니니가와를 만나게 된다. 그늘 속에 웅크린 그의 등짝은 가학성, 친근감 등이 기묘하게 뒤섞이며 하츠를 자극한다. 2004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지은이 와타야 리사(20)에게 역대 최연소 수상자라는 명예를 안겨줬다.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박완서 외 지음, 한길사(031-955-2010) 펴냄, 1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