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 16강전의 향방을 가린다… 원정 1차전서 수모 당한 명문클럽들의 설욕은 가능한가
김경무 기자/ 한겨레 스포츠부 kkm100@hani.co.kr
“우리 안방에 오면 가만 안 놔둔다.”
지난 2월24일(현지 시각)과 25일 열린 2003~2004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원정 1차전에서 나란히 수모를 당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유벤투스(이탈리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 유럽 빅리그 명문클럽들이 3월9일과 10일 벌어지는 안방 최종 2차전을 벼르고 있다.
챔피언스리그는 매 시즌 유럽 최강의 클럽팀을 가리는 왕중왕 대회로 유럽 각국의 명문클럽들이 총출동한다. 이번 시즌에도 이미 예선과 32강 리그전을 통해 16강팀이 가려졌고, 16강팀들이 두팀씩으로 나뉘어 홈 앤드 어웨이로 맞붙어 녹다운 방식으로 8강 진출을 가린다. 홈 앤드 어웨이로 승부를 가리기 때문에, 아무리 강팀이라도 원정경기에서 패하는 등 이변이 자주 일어난다.
이번 16강전에서도 각각 잉글랜드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문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유벤투스가 원정경기의 불리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맨유는 포르투갈의 포르투에서 열린 FC포르투와의 경기에서 전반 14분 퀸튼 포천의 선취골로 앞서나가다, 전반 29분과 후반 33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스트라이커 베니 매카시에게 잇따라 골을 허용하며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또 유벤투스는 스페인 라코루냐에서 열린 1차전에서 안방팀 데포르티보 라코루냐에 0-1로 졌다. 레알 마드리드도 바이에른 뮌헨과의 원정 1차전에서 시종 고전한 끝에 1-1로 가까스로 비기고 말았다.
호나우두, 칸 ‘거미손’ 뚫을까
16강전의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의 ‘빅뱅’. 원정경기에서 무승부를 만들어낸 레알 마드리드가 일단 유리한 상황. 2차전은 3월10일 레알 마드리드의 안방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그러나 통산 10회 우승을 노리는 레알 마드리드로서는 바이에른 뮌헨은 버거운 상대가 아닐 수 없다. 바이에른 뮌헨은 1차전에서 브라질 출신의 왼쪽날개 제 호베르투, 전차군단의 간판스타 미하엘 발라크, 페루 출신의 걸출한 공격수 클라우디우 피사로,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로이 마카이 등을 앞세워 ‘초호화 군단’ 레알 마드리드를 괴롭혔다. 결국 후반 30분에는 피사로의 절묘한 센터링을 마카이가 헤딩골로 연결시켜 1-0으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 38분 호베르투 카를루스의 프리킥을 골키퍼 올리버 칸이 왼쪽 옆구리로 빠뜨려 결국 1-1로 비기고 말았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결승전 이후 호나우두와 칸의 ‘창과 방패’의 대결이 기대를 모았으나, 호나우두는 이날 가나 출신의 수비수 사무엘 쿠푸르에 꽁꽁 묵여 좀처럼 골 기회를 잡지 못했다. 2차전에서는 과연 호나우두가 쿠푸르의 ‘밀착마크’와 칸의 ‘거미손’을 뚫고 골을 잡아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차전에서 부진했던 지네딘 지단, 루이스 피구, 데이비드 베컴 등 레알 마드리드 초호화 미드필드 진용이 살아날지도 관심거리다.
맨유 “올드 트래포드에선 어림없지”
맨유는 3월9일 안방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리는 2차전 대승으로 8강 진출을 호언장담하고 있다. 맨유가 1차전에서 FC포르투에 1-2로 진 만큼, 2차전에서 무실점으로 승리하면 무난히 8강에 오른다. 1·2차전 스코어를 합산해 두팀의 골득실이 같을 경우, ‘원정경기 다득점’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맨유가 1-0으로 이기면 골득실이 같아지지만, 맨유가 원정경기에서 1골을 넣었기 때문에 8강에 오르는 것이다. 반면 맨유가 2-1로 이기면 연장전을 벌여야 하고, 3-2로 이기면 8강 진출권은 포르투에 넘어간다.
맨유는 현재 유럽 최고의 골잡이로 이름을 떨치는 네덜란드 출신 뤼트 반 니스텔루이를 비롯해, 프랑스 출신의 새로운 골잡이 루이 사하, 신예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두, 폴 스콜스 등 초호화 진용을 구축하고 있는 등 객관적 전력에서 한수 위여서 8강 진출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그러나 주장이자 팀의 버팀목인 로이 킨이 1차전에서 경고를 받아 출장하지 못하는 게 걱정이다. 포르투는 세계적 명성의 선수는 없지만, 포르투갈 대표팀 출신 세르지우 콘세이상이 가세해 힘을 얻고 있다.
유벤투스-데포르티보 예측 불허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는 이번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레알 마드리드, 발렌시아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는 강호. 데포르티보는 강호답게 안방 1차전에서 전반 37분 알베르토 루케의 결승골로 유벤투스에게 쓰라린 패배를 안겼다. 그러나 1-0 승리로는 8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유벤투스가 토리노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안방경기의 이점을 살려 대량 득점을 노릴 것이기 때문이다. 유벤투스는 지난 시즌 결승전에서 AC밀란(이탈리아)과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2-3으로 져 준우승을 차지한 강호. 공격수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골키퍼 부폰 등 걸출한 스타들이 많다. 데포르티보도 디에고 트리스탄 등 스페인 국가대표 골잡이가 포진해 있다.
원정경기 승리한 아스날 “룰루랄라”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무패 행진을 벌이며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인 아스날은 원정 1차전에서 챔피언스리그에 처녀 출전한 셀타 비고(스페인)를 3-2로 꺾고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2차전이 안방인 런던 하이베리여서 낙승을 자신하고 있다. 1차전 때의 영웅은 2골을 터뜨린 브라질 출신의 에두와 결승골의 주인공 로베르 피레스였다. 2차전의 영웅은 티에리 앙리가 되지 않을까?
이천수의 레알 소시에다드 회생하나
이천수가 소속된 레알 소시에다드는 안방인 산세바스티안에서 열린 올랭피크 리옹(프랑스)과의 1차전에서 전반 18분 가브리엘 슈레르가 자책골을 기록하는 바람에 0-1로 져 8강 진출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이천수는 후반 19분 이고르 가빌론도와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누볐으나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레알 소시에다드로서는 리옹과의 원정 2차전에 배수의 진을 쳐야 할 판이다. 이천수가 다시 교체요원으로 출전해 골을 넣을 수 있을지?
부자구단 첼시 · AC밀란 8강 가능성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인수한 ‘부자구단’ 첼시(잉글랜드)는 슈투트가르트(독일)와의 원정 1차전에서 상대 자책골에 편승해 1-0 승리를 거둬 8강 진출에 유리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지난 시즌 우승팀 AC밀란도 스파르타 프라하(체코)와의 원정경기에서 0-0으로 비겨 안방 2차전에 부담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AS모나코(프랑스)는 원정경기에서 로코모티브 모스크바(러시아)에 1-2로 졌다.

카를로스(레알 마드리드,SYGMA)
이번 16강전에서도 각각 잉글랜드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문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유벤투스가 원정경기의 불리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맨유는 포르투갈의 포르투에서 열린 FC포르투와의 경기에서 전반 14분 퀸튼 포천의 선취골로 앞서나가다, 전반 29분과 후반 33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스트라이커 베니 매카시에게 잇따라 골을 허용하며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또 유벤투스는 스페인 라코루냐에서 열린 1차전에서 안방팀 데포르티보 라코루냐에 0-1로 졌다. 레알 마드리드도 바이에른 뮌헨과의 원정 1차전에서 시종 고전한 끝에 1-1로 가까스로 비기고 말았다.

올리버 칸(바이에른 뮌헨,SYGMA)

지난 2월24일 바이에른 뮌헨의 골키퍼 칸이 레알 마드리드 카를로스의 자유차기를 놓쳐 실점하는 장면. 이날 경기는 1대1로 비겼다.(AP연합)

로베르 피레스(아스날,SYG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