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적 소비 성향으로 돈 쓰는 재미에 푹 빠진 사람들에 대하여
김경/ 패션지 <바자> 피처 디렉터
간단하게 ‘여성적인 소비 성향을 가진 스타일리시한 이성애자’라고 정의할 수 있는 메트로 섹슈얼(Metrosexual)이 요즘 최고의 트렌드다. 그런데 이 새로운 남성들의 이미지가 대단히 인기 있는 트렌드가 될 거라고 발표한 기관이 어디인가 하면 유럽의 초대형 광고대행사 유로 RSGG다. 어딘지 냄새가 나지 않나? 이 종자가 이슈가 되는 건 한마디로 그게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왜 이성애자인가 하면, 게이는 한정되어 있고, 게다가 그들은 이미 살 만큼 사서 파산 직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불황에 고리타분하고 진부한 남성성에서 탈출한, 대단히 쿨한 종자들의 출현을 축하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데이비드 베컴’과 ‘비’로 대표되는 메트로 섹슈얼이 되기 위해선 정말로 돈이 많이 든다. 당장 올봄 최고의 히트 아이템으로 떠오를 예정인 꽃무늬 셔츠부터 사야 한다. 지금 백화점에 가면 꽃무늬 셔츠 천지인데, 이왕 간 김에 꽃무늬 셔츠에 받쳐입을 폴 스미스의 스트라이프 재킷도 사두는 게 좋을 거다. 좀더 튀고 싶다면 디자이너 정욱준이 만든 와이드 팬츠(나팔바지)나 발리의 하얀색 스니커즈, 구치의 백팩 가방(이상은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조인성이 입고 나와 매장에서 주문이 쇄도했던 제품들)을 추가로 주문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화장이나 네일 케어까지는 안 해도 가벼운 시트러스 계열의 CK 향수 한병쯤은 있어야 하고, 요즘 각종 연예인과 패션 피플들의 새로운 사교장으로 떠오른 압구정동 캘리포니아 헬스클럽의 회원권도 필수다.
구체적으로 메트로 섹슈얼을 지향하는 남자들을 위한 ‘must buy’ 리스트를 적고 보니,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니들도 한번 당해봐라. 한평생 광고와 대중매체가 던져주는 ‘아름다운 미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돈 쓰는 재미에 빠져 인생을 탕진한 여자들처럼.”
그리고 미안한 얘기지만, 메트로 섹슈얼의 출현은 대단한 ‘볼거리’로서 쌍수 들어 환영할 일이되 그 이상은 아니다. 보통 여자들의 생각은 ‘볼 만하지만 사귀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한마디로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생각해봐라. 내가 포시 스파이스가 아닌 바에야 데이비드 베컴 같은 남자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스타일’을 ‘밥’보다 더 찾는 패션지 기자들이 그런 보수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데 보통 여자들은 오죽할까? 특히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대목은 그들이 ‘여자의 도움 없이도 남성 패션잡지에 나오는 모델처럼 스타일리시하게 옷을 입는다’는 사실이다. 내가 마치 조각가 ‘피그말리온’이라도 된 양 촌스러운 남자친구(그러나 신체조건상 가망 있는…)에게 살짝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옷 입는 방식을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데, 내게서 그런 보람을 빼앗아간다는 말인가? “이제부터는 니가 입으라는 옷만 입을 거야” 하는 어린아이 같은 단언이 여자들을 얼마나 우쭐하게 만드는지 아마 모를 거다. 다 큰 사내들이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겠다니 정말 귀엽고 섹시하지 않나?
그런 남자들은 제 지갑에서 돈을 쓰고도 나에게 고맙다며 때로는 덤으로 내 옷까지 사준다. 게다가 내가 그 남자에게 차이는 일이 있더라도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 상처받을 일도 없다. “쳇, 사람 꼴 만들어놨더니 이제 한눈을 파는군. 수강생 다시 받아야겠다.”
이런 나를 너무 욕하지 마라. 이렇게 사악해지지 않으면 물질적 욕망이 지배하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상처받지 않고 살 길이 없다.

그리고 미안한 얘기지만, 메트로 섹슈얼의 출현은 대단한 ‘볼거리’로서 쌍수 들어 환영할 일이되 그 이상은 아니다. 보통 여자들의 생각은 ‘볼 만하지만 사귀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한마디로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생각해봐라. 내가 포시 스파이스가 아닌 바에야 데이비드 베컴 같은 남자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스타일’을 ‘밥’보다 더 찾는 패션지 기자들이 그런 보수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데 보통 여자들은 오죽할까? 특히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대목은 그들이 ‘여자의 도움 없이도 남성 패션잡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