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신비를 생생하게 풀어낸 탐사 보고서들… 다양한 사진 · 그림 등 곁들여 감동과 재미 더해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자연에서 너무나 멀어져버린 인간은 이제 자연을 ‘지독하게’ 그리워한다. 곤충이나 동물, 식물을 소재로 한 전시장마다 아이들과 그들의 손을 잡고 온 어른들로 가득하다. 하필 수많은 소재 중 자연에 대한 전시회가 이렇게 여럿 열리고, 많은 사람을 끌어모은다는 데서도 사람들 마음속의 열망을 읽을 수 있다. 지친 삶을 자연이 위로해주고, 각박하게 경쟁해야 하는 아이들의 마음에도 휴식을 주리라는, 또 이만큼 편안히 살게 되기까지 수없이 자연을 파괴했으나 이제는 되찾고 싶다는.
그래서인지 최근 자연을 소재로 공들여 만든 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고, 새책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책들이 여럿이다. 어른과 아이들 모두 함께 볼 만한 책들이며, 빼어난 사진이나 세밀화들을 담고 있어 ‘보는 책’으로도 손색이 없다.
지금 남극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나
<남극탐험의 꿈>(사이언스북스 펴냄)은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인 장순근 박사가 20년 가까이 모아온 자료들을 분류하고 이야기로 엮은 역작이다. 1985년 우리나라 최초의 남극탐험에 참가한 뒤, 세종기지의 부지 선정과 건설 과정에 참여하고 기지 건립 이후 남극 연구를 체계화하는 데 매진해온 남극 전문가인 장 박사는 직접 체험한 남극과 세종기지의 이모저모, 수많은 탐험가들이 도전했던 미지의 대륙이자 탐험가들의 신화를 낳은 인류 최후의 극지, 지구 환경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보여주는 태고의 흔적과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남극의 총체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자신과 세종기지 대원들이 찍은 수천장의 사진 가운데 고른 300장의 사진-대원들의 일상부터 물개와 펭귄의 모습까지-은 평생 남극에 가기 어려운 보통 사람들에게도 남극의 몇 조각을 나눠주는 듯하다. 한국에서 1만7천여km 떨어진, 넓이 1360만㎢의 땅, 평균 2160m 두께의 얼음으로 뒤덮인 이곳에는 원주민 없이 바다표범과 펭귄들만이 살아왔지만, 그 얼음 밑에는 막대한 양의 지하자원과 학문적 가치를 가진 화석, 자료 등이 엄청나게 묻혔다. 이 ‘보물’들을 연구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18개국이 37개의 상주기구를 짓고 남극조약에 따라 연구를 하고 있다. 한편 세종기지를 세운 지 16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고무보트로 거친 남빙양을 헤치고 다녀야 하고, 지난해 젊은 과학자 전재규씨 등이 실종됐을 때도 노후한 무전 설비들 때문에 생사를 몰라 답답해하던 모습 등은 한국 과학 연구자들의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원들의 일상도 자세히 보여주는데 낮과 밤이 각각 넉달씩 지속되는 이곳에서 때로는 빙판 축구로 스트레스를 풀고, 남극 소인이 찍힌 봉투를 모으는 수집가들의 편지에 답장도 써주며, 사진을 찍다가 바다표범에게 공격당하는 위험을 겪기도 한다. 잿빛 하늘과 하얀 눈으로 덮인 빙원, 검은색 바위가 대조를 이루는 남극의 겨울 풍경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감동을 받는지, 펭귄·해표·물개가 찾아와 번식을 하는 세종기지의 봄 풍경, 신기한 소리를 내며 노래하는 얼음과 기기묘묘한 유빙과 빙산, 얼음 속에서 삶을 일궈가는 식물과 동물들이 ‘과학’을 넘어 자연을 만나게 한다. 영국 과학다큐멘터리 ‘행성’(The Planets) 제작팀이 쓴 <길들여지지 않는 날씨>(한승 펴냄)는 날씨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다양한 사진과 시각자료를 곁들여 보여주는 ‘날씨 백과사전’이다. 날씨의 원리는 간단한 것 같지만, 인간은 여전히 강력한 태풍과 홍수, 대폭설과 살인적인 추위, 사막과 정글을 만드는 더위 등 날씨의 변화무쌍한 힘 앞에서 작은 존재일 뿐이다. 이 책은 다양한 기상 현상들과 원리를 설명하면서 그것이 인간들에게 미친 영향과 일화들을 이야기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12월, 일본 과학자들은 대류권 상부나 성층권을 따라 강하게 부는 제트류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아냈고, 일본 군부는 이를 이용해 9천개의 무인 기구에 폭탄을 실어 미국 동부를 향해 운반했다. 또 흔히 눈 내리는 풍경의 고요함을 상상하지만, 눈송이는 떨어지면서 들리지 않는 ‘비명’을 지른다. 눈송이는 전체 부피의 10%만이 물이고, 나머지는 비어 있는데, 이것이 물 위에 떨어질 때 표면장력과 수압 때문에 빠르게 진동하면서 터지고,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고주파(50∼200㎑)가 나온다. 일상에서 만나지만 알지 못했던 과학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날씨 백과사전… 딱정벌레 왕국 탐험
<딱정벌레 왕국의 여행자>(사이언스북스 펴냄)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딱정벌레 약 200종을 땅·꽃·잎·나무·물속·밤하늘 등 서식지별로 소개한다. 일반인들이 사슴벌레나 무당벌레 정도로 알고 있는 딱정벌레는 2억4천만년 전부터 지구상에서 살아왔으며 지금까지 분류된 것만도 35만종, 한국에도 3천종 이상이 살고 있는 곤충이다. 하지만 딱정벌레들은 개발에 밀려 서식지를 잃고 멸종되고 있으며, 한국에는 전문학회나 연구회 하나 없어 그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에는 10년 동안 방대한 딱정벌레 왕국을 여행하면서 딱정벌레를 채집하고 딱정벌레만을 꿈꾸며 살아온 딱정벌레 연구자의 열정이 담겨 있다. 글쓴이 한영식은 생물학을 전공하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딱정벌레 전문 동아리 ‘비틀스’를 만든 이이며, 딱정벌레와 관계없는 회사원으로 살아가는 지금도 자연생태교육원을 만들어 딱정벌레에 대한 관심을 어린이들과 나누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잎벌레들을 쫓아 오전에는 덕유산, 오후에는 계룡산으로 동분서주하고 나뭇더미 속에 숨은 바구미와 하늘소들을 잡아보려고 아슬아슬하게 쌓인 나뭇더미를 더듬기도 하고, 반딧불이들을 쫓아 컴컴한 야산을 헤매고 다니며 ‘딱정벌레 폐인’으로 살아온 한영식의 글과 그의 대학 후배 이승일이 찍은 323장의 사진이 딱정벌레 왕국의 이모저모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독도에 바다사자가 살았다? 이제 바다사자는 남극이나 북극 또는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전쟁 이전까지 사람이 살지 않던 독도에는 바다사자들이 살고 있었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황금어장에서 오징어 등을 잡아먹으며 번식하던 바다사자들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면서 사라져버렸다. 어린이책 전문 기획모임인 햇살과나무꾼이 펴낸 <우리 땅에서 사라져가는 생명들>(소년 한길)은 바다사자를 비롯해 호랑이, 사향노루, 황새 등 동물원이나 다큐멘터리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러나 몇십년 전까지 우리 땅과 물에서 만날 수 있었던 동물들을 세밀화와 함께 소개했다. 비싼 값에 팔리는 털가죽 때문에 조선시대 말부터 마구잡이로 사냥되면서 거의 사라진 호랑이, 갯벌 매립으로 사라진 노랑부리백로, 농약 중독으로 죽어간 황새 등에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와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자연을 탐험하며 감동을 느끼고 싶지 않은가. 최근 자연을 소재로 삼은 책들이 잇따라 나왔다.
<남극탐험의 꿈>(사이언스북스 펴냄)은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인 장순근 박사가 20년 가까이 모아온 자료들을 분류하고 이야기로 엮은 역작이다. 1985년 우리나라 최초의 남극탐험에 참가한 뒤, 세종기지의 부지 선정과 건설 과정에 참여하고 기지 건립 이후 남극 연구를 체계화하는 데 매진해온 남극 전문가인 장 박사는 직접 체험한 남극과 세종기지의 이모저모, 수많은 탐험가들이 도전했던 미지의 대륙이자 탐험가들의 신화를 낳은 인류 최후의 극지, 지구 환경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보여주는 태고의 흔적과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남극의 총체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자신과 세종기지 대원들이 찍은 수천장의 사진 가운데 고른 300장의 사진-대원들의 일상부터 물개와 펭귄의 모습까지-은 평생 남극에 가기 어려운 보통 사람들에게도 남극의 몇 조각을 나눠주는 듯하다. 한국에서 1만7천여km 떨어진, 넓이 1360만㎢의 땅, 평균 2160m 두께의 얼음으로 뒤덮인 이곳에는 원주민 없이 바다표범과 펭귄들만이 살아왔지만, 그 얼음 밑에는 막대한 양의 지하자원과 학문적 가치를 가진 화석, 자료 등이 엄청나게 묻혔다. 이 ‘보물’들을 연구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18개국이 37개의 상주기구를 짓고 남극조약에 따라 연구를 하고 있다. 한편 세종기지를 세운 지 16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고무보트로 거친 남빙양을 헤치고 다녀야 하고, 지난해 젊은 과학자 전재규씨 등이 실종됐을 때도 노후한 무전 설비들 때문에 생사를 몰라 답답해하던 모습 등은 한국 과학 연구자들의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원들의 일상도 자세히 보여주는데 낮과 밤이 각각 넉달씩 지속되는 이곳에서 때로는 빙판 축구로 스트레스를 풀고, 남극 소인이 찍힌 봉투를 모으는 수집가들의 편지에 답장도 써주며, 사진을 찍다가 바다표범에게 공격당하는 위험을 겪기도 한다. 잿빛 하늘과 하얀 눈으로 덮인 빙원, 검은색 바위가 대조를 이루는 남극의 겨울 풍경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감동을 받는지, 펭귄·해표·물개가 찾아와 번식을 하는 세종기지의 봄 풍경, 신기한 소리를 내며 노래하는 얼음과 기기묘묘한 유빙과 빙산, 얼음 속에서 삶을 일궈가는 식물과 동물들이 ‘과학’을 넘어 자연을 만나게 한다. 영국









